보고, 듣고, 느끼고... 916

영화 '나의 올드 오크'

영국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나의 올드 오크'를 감상했다. 전에 보았던 '나, 다니엘 브레이크'가 이 감독의 작품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그러고 보면 감독은 세상에 대해 할 말을 영화로 표현하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영국 북동부의 폐광촌에 있는 '올드 오크'라는 펍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첫 장면이 인상적이다. '동네의 오래된 펍 '올드 오크' 간판의 비뚤어진 알파벳을 바로잡는데 혼자 쉽지 않아 옆 사람의 작은 도움을 받으니 쉽게 해결이 된다. 감독이 이야기하려는 것이 무엇일지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아닐까 싶다. 쇠락한 동네에 들어온 야라네 가족. 동네 사람들은 그들에게 야유를 보내고, 차별을 하고, 모든 일의 책임을 물으려 하지만 올드 오크의 주인 'TJ'는 그들과 어울려 살려는 시..

영화 '괴물'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을 감상했다. 일단 감독을 알고 나면 영화에 대한 일종의 믿음이 생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다른 작품을 여러 번 보았기 때문이겠지.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이야기하고자 한다. 학내 따돌림 현상, 싱글맘 문제, 아이의 돌발 행동 등등. 제목이 '괴물'이다. 언뜻 들으면 이상한 동물이 나오는 것 아닐까 오해를 할 수도 있는데 전혀 아니다. 싱글맘 사오리는 자신의 아들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학교를 찾아가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거기에 담임 선생이 자신의 아들에게 폭력을 가했다고 생각을 하고. 교장까지 소문에 휩싸여 영화를 보다 보면 누가 범인(?)일까 생각을 하게 되는데 영화는 결론을 내리지 ..

영화 '클레오의 세계'

프랑스 영화 '클레오의 세계'를 관람했다. 일단 주인공이 아이인 영화를 좋아한다. 성장소설을 영화화하거나 아무래도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려면 아무래도 여성의 시각이 유리하지 않을까. 감독이 여성이라는 걸 알고 든 생각이다. 게다가 전에 보았던 '쁘띠 마망'이라는 영화 역시 어른의 시각과 아이의 시각이 교차하는 영화였는데 같은 제작진이 참여했다고 한다. 이래저래 기대가 되었다. 주인공 클레오는 어릴 때 어머니를 잃고 아프리카 출신 유모 글로리아 손에서 자란다. 오직 자신만 살펴주는 유모를 어머니처럼 따르며 천진하게 크는 클레오. 그런데 글로리아가 자신의 아이를 돌보기 위해 아프리카로 떠나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글로리아의 아이를 ..

영화 '리빙; 어떤 인생'

지난 주 개봉된 영화 '리빙;어떤 인생'을 관람했다. 평이 좋은지 평일임에도 영화관이 꽉 찰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배경은 1950년대 영국. 런던시청 공무원으로 평생 산 윌리엄스는 어느 날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그 사실을 알고 인생을 돌아보니 할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잠시 방황도 하고, 젊은 여직원 해리스랑 영화도 보는 둥 시간을 보내지만 텅 빈 속이 채워지지 않는다. 그러던 중 화를 내기도 아까운 시간에 무얼 할까 하다가 그래도 사소하지만 의미있는 일을 하자 싶어 부서끼리 서로 떠넘기던 공원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기로 한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아무래도 최선을 다하게 되겠지.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윌리엄스가 세상을 떠나고 초보 직원 웨이클링이 매너리즘에 빠진 사무실에 ..

권옥연 100주년 기념전

권옥연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갤러리 현대에서 열린다고 해서 찾아갔다. 생각보다 작품수가 많지 않아서 좀 실망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작품이 많이 팔려 유족이 가지고 있는 작품이 거의 없다는 말에 다른 작가들과 달리 유복한 말년을 살았으리라 싶으니 마음에 위안이 된다. 회화가 아니라 조각 분야이기는 했지만 가까이는 권옥연과 9촌간이었던 권진규도 작품이 팔리지 않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았던가. 이중섭도 마찬가지이고. 그러니 작품이 많이 팔렸다는 건 얼마나 큰 행운인가. 그리고 언젠가 소장가들이 작품을 내보이지 않을까 기대를 해 본다. 프랑스 파리 유학시절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여체 위로 달이 떠 있고, 새가 날아간다. 이런 그림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 시기 한국 작가들은 소를 참 많이 그렸..

뮤지컬 '딜쿠샤'

정말 오랜만에 뮤지컬을 감상했다. 국립 정동극장의 창작 뮤지컬 '딜쿠샤' '딜쿠샤'라는 말은 10년 전쯤 서울시민대학 답사를 따라다니면서 알게 되었다. 인왕산 자락 행촌동에 있는 무너져내리기 일보 직전의 집. 그 집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면서 귀를 기울이던 생각이 난다. '딜쿠샤'는 힌두어로 '기쁨의 집'이라는 뜻이라고 하던가. 극에서는 '희망의 궁전'이라고 표현을 했다. 이 집을 지은 미국인 알버트 테일러와 영국인 메리 테일러는 일본에서 만나 결혼을 하고 인도로 신혼여행을 간다. 그 후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에 살면서 인도에서 본 인상 깊은 집을 인왕산 자락에 짓고 '딜쿠샤'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알버트 테일러가 삼일운동을 세계에 알린 대가(?)로 추방당할 때까지 브루스 테일러를 낳고 그 집에 산다. ..

리움미술관 돌아보기

리움미술관 로비가 작품으로 꾸며져 있어서 여기 앉아도 될까 잠깐 고민을 하게 된다. 관람객에게 쉴 공간과 함께 제공되는 작품이었는데... 상설전시실 관람을 끝내고 나오는 리움미술관 통로인데 여기 역시 작품이어서 보는 사람을 신나게 만드는 느낌이다. 모두들 신기해 하면서 카메라를 들이댄다. 친구와 내 뒷모습이 다른 친구의 카메라에 찍혔군. 후후! 다양한 오브제를 사용하여 작품을 만든 강서경 작가 로비에 있던 의자 등도 강서경 작가의 작품이었다. 오랜만에 찾은 리움미술관도 새롭게 단장하고 처음이라 좋았고, 코로나 이후 처음 만난 대학동창들과의 시간도 뜻깊게 보내서 더욱 보람찬 날이었다.

제31회 의왕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2023 송년음악회'

동네에서 송년음악회가 있다고 해서 저녁을 먹고 부리나케 뛰어나갔다. 점점 관객들이 많아져서 좋은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의왕시 예술을 공연하는 공연장이 생겨 명실상부하게 예약을 하고 마음 편히 공연장을 찾을 날을 기다려본다. 송년음악회라 그런지 선곡이 모두 크리스마스와 송년의 느낌,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처음에 '아베마리아'로 음악회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무대는 샹송 가수 무슈고가 채웠다. 달착지근한 듯 하면서 감미로운 샹송에 귀를 기울인다. 무대 매너도 좋은데다 말솜씨 또한 청중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었다. 다음은 뮤지컬 그룹 훌리카의 무대가 이어졌다. 오케스트라가 꽉 채운 무대가 좁아 세 명의 뮤지컬 배우가 관객과 가까운 아래에서 춤과 노래를 이어가는데 공..

'일리야 밀스타인; 기억의 캐비넷' 마이아트뮤지엄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자랐고 미국 뉴욕에서 활동한다는 일리야 밀스타인. 커피농장에서 땀 흘리며 열심히 커피 열매를 따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일하는 사람들 사이로 정장을 하고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면서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이 농장의 주인쯤 되려나? 노동자들을 고용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집 앞 계단에 앉아 있는 사람 위로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내리쬔다. 동글동글한 햇살이라니... '티레니아해 옆 서재' 작가가 실제 자신의 서재 모습을 재현한 작품이라고 한다. 창 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서재라... 책을 보고, 글을 쓰기보다는 요즘 우리말로 '멍 때리기' 딱 좋은 공간 아닐까. 제목이 '새로운 하루를 위한 시작'이라고 한다. LG전자와 협업을 한 표시로 작품 ..

'Winter Story' 안양시립합창단 제 131회 정기 연주회

오랜만에 안양아트센터를 찾았다. 코로나 19 이후 처음이다. 물론 그 동안 여러 공연이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오지 못 했다. 이번에는 연말을 맞아 'Winter Story'라는 제목으로 음악회가 열렸다. 전에도 함께 한 적 있는 원주시립합창단과 안양시립소년소녀합창단도 함께 무대를 만들어가는 시간이었다. 평소에는 오케스트라 없이 피아노 연주만으로 음악회가 열렸는데 이번에는 군포 프라임 필 하모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음악회여서 한층 풍성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 프란시스 뿔랑의 'Gloria'로 문을열었다. 총 6악장으로 된 작품인데 성탄 시기에 인기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음악이지만 숨죽이고 들었다. 다음에는 시기가 시기인 만큼 크리스마스 캐롤이 이어졌다. 2부에 연주된 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