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끼고... 916

리얼 뱅크시

'얼굴 없는 작가'로 알려진 뱅크시의 전시에 다녀왔다. '낙서'라는 뜻을 가진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알려진 영국의 작가이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목소리를 내는 작가라는 사실을 이번 전시를 보면서 알게 되었다. 그래서 더욱 그가 주장하는 내용이 와 닿았다고나 할까. 참 재미있는 말이다. 전시장으로 가는 곳곳에 쥐가 그려져 있다. 고개를 갸우뚱 했더니 그가 쥐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었던 것이다. 작품을 통해 현 시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어서인지 영국에서 아주 인기가 높다고 한다. 지구 환경 문제나 자본주의의 문제점, 약자의 목소리 등등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모양이다. 전시회 외 다른 곳에서도 몇 번 본 작품이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자본주의를 이용해 자신의 물건을 판다. 단 재활용품을 이용한 작..

'이 땅에 숨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조경가 정영선( 국립현대미술관)

우리나라 1세대 조경가 정영선의 전시를 보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았다. 경춘선 숲길. 서울둘레길을 걸을 때 갔던 기억이 난다. 추억을 소환해주는 공간이었지. 예술의전당 조경도 하신 것 같은데 처음에 이런 형태의 정원을 계획하셨던 것 같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겠지만 이런 모습이었으면 얼마나 멋졌을까 아쉬워하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예술의 전당 바로 뒤 우면산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었겠지. 제주 오설록 티스톤 전경. 따스함이 느껴지는 분위기이다. 아모레 퍼시픽과는 무슨 인연인지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도, '설화수의 집'도, 그리고 화장품 원료 식물원으로 알려진 오산의 '아모레 퍼시픽 뷰티 파크'도 정영선이 조경을 담당했다고 한다. 오산 아모레퍼시픽 뷰티파크에 가 보려고 에약을 해놓고..

영화 ' 힙노시스'

음악과 관련된 영화, 다큐 영화라고 해서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다.그리고 '힙노시스'가 무슨 뜻일까 싶기도 하고.'LP 커버의 전설'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알고 보니 '힙노시스'는 음반 표지를 만드는 디자인 스튜디오 이름이었다.지금은 음반을 만들지 않는 추세이지만 예전에는 멋진 음반 표지가 음악을 보여주는 역할도 했었지.폴  매카트니, 핑크 풀로이드, 레드 제플린, 노엘 갤러거, 피터 가브리엘 등등.대표적으로 비틀즈의 음반에서 멤버 네 명이 도로를 건너는 모습이 내 머리 속에 꽤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아마 지금 젊은 사람들도 비틀즈를 떠올리면 그 장면으로 기억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영화를 보면 음반 표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독특한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사막도 등장하고, 공중에 풍선을  띄우기도 하..

천재의 빛; 광대의 그림자- 베르나르 뷔페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프랑스의 작가 베르나르 부페 전시회에 다녀왔다. 작가는 초기에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의 작품을 많이 그렸다. 자신의 마음 상태가 그렇게 드러난 듯. 작가 사인이 독특하다. 성격이 드러나는 듯하다. 사인도 그림의 일부로 여기는지 보통 그림 한 구석에 하는데 베르나르 뷔페는 그림 상단의 가운데 했다. 자화상. 작가 자신뿐 아니라 인간 모두가 광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피카소가 질투할 정도의 재능을 보였다고 하는데도 작가는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베르나르 뷔페의 뮤즈는 오로지 아내 아나벨이었다고 한다. 아내를 그린 작품이 꽤 많다. 초반에는 어두운 분위기였는데 나중에 좀 색감이 밝아지고 소재가 다양해진다. 이름이 알려져 형편이 좀 나아지자 그림도 밝아졌다는 설명이다. 사람이 환경의 영향을 얼마나 받는지 생..

영화 '땅에 쓰는 시'

영화 제목을 보는 순간 일단 반했다.제목 자체가 한 편의 詩 아닌가.그리고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 찾아 보니 우리나라 1세대 조경가 정영선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정영선은 작년에 세계조경가협회 제프리 젤리코상을 수상했다고 한다.세계조경가협회 제프리 젤리코상은 조경 분야의 노벨상과 같은 상인데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정영선이 받았다고 한다.그 사실을 알고 나서 덩달아 내가 기분이 좋아졌다.그 상을 수상하고 다큐가 영화관에 걸리면서 방송에도 출연을 했다.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방송을 통해서 정영선을 알게 되었으리라.  정영선은 학창시절 문학소녀였다고 한다.유치진 시인이 인정한 재주가 있었고 서울 농대 시절 시가 대학신문에 실리기도 했단다.그런 분이 현재 우리나라 조경계를 빛나게 하고 계시다.80대 노구..

가족합창극 '하얀 무지개' (안양시립합창단 가정의달 문화기획공연)

안양시립합창단이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하얀 무지개'라는 가족합창극을 공연했다.'어느 가족의 행복 찾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일단 합창극이라는 장르는 처음이다.몇 명이 주연으로 등장하고 나머지 합창단원들은 코러스처럼 노래를 하는 극이다.이번 공연은 스토리가 있어서인지 평소 하는 공연보다 한결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하얀 무지개'는 자식 성공을 위해서 모든 것을 하는 한국의 부모가 맞는 현실을 보여 준다.극 중 부모는 자식의 교육을 위해 과감하게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미국 이민을 선택한다.그런데 아들은 미국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마약에 빠져 부모의 기대를 저버린다.그런 상황에서 맏이인 딸이 늘 좋은 성적으로 부모를 흐뭇하게 만들었는데 대학 입학 과정에서 알고 보니 학교 성적을 컴퓨터로 조작했..

새벽부터 황혼까지 - 스웨덴 국립미술관 컬렉션

곤충과 동물 묘사가 아주 뛰어나다.금세라도 나비가날아딘고 고양이가 뛰어오를 것 같다고나 할까. 채석장에서 돌을 캐는 인부들의 모습이 실감나게 표현되어 있다.노동의 신성함을 느끼게 만든다. 한나 파울리 '아침 식사 시간'에스테르 알름 크비스트 '가지가 늘어진 자작나무'이 화가가 '신 이둔' 소속이었다고 한다. '신 이둔'이라는 스웨덴 여성 문화 협회 소속 여성 화가들이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였다고 한다.아무래도 남성 중심적이었던 19세기 스웨덴에서 혼자 활동하는 것보다 모임을 만들어서 하면 영향력이 더 발휘되겠지. 스웨덴 국민화가로 불리는 칼 라르손의 그림을 이전에 본 적은 없는데 이름은 익숙하다.아마도 이케아에 영감을 준 화가라는 말을 어디선가 듣지 않았을까.   그림이 전체적으로 소박하고 편안해서 보는..

김윤신 작품전 -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에서 김윤신 조각전이 열리고 있다고 해서 발걸음을 했다. 작년에 남서울미술관에서 만난 김윤신의 나무 조각 작품들이 기억이 난다. 다양한 나무를 사용해 느낌이 제각각 다르면서도 작가가 추구하는 철학이 들어 있는 느낌이었지. 김윤신은 오랜 시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기후로 여러 가지 재료를 구할 수 있어서 남미를 선택했다고 들었다. 여성의 몸으로 홀홀단신 지구 반대편에서 작업을 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텐데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었지. 작가는 작년 전시를 기점으로 아르헨티나 생활을 접고 국내에서 활동을 하기로 했단다. 90대 노구인데도 불구하고 왕성하게 활동을 하는 작가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열정을 본받고 싶다. 전시된 작품의 수가 그리 많지는..

연극 '러브 레터'

친구들과 미국 극작가 A.R.Gurney의 작품 '러브 레터'를 관람하기로 했다. 여러 나라에서 연극으로 공연된 명작이라고 하니 기대가 된다. LG아트센터가 마곡동으로 이사하고 처음 가 본다. 어떤 공연장으로 탄생했을지 궁금하다. 서울식물원 주변에서 산책도 하고 저녁도 먹을 겸 일찍 갔다. 역시 수선화, 튤립을 포함해 많은 꽃들이 피어 사람들을 반겨주고 있었다. 언제 와도 좋은 곳이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한강까지 산책을 해도 좋으련만 좀 아쉽다. 연극이 시작되기 전에 로비에서 배우 최수종을 보았다. 부인인 하희라 외조를 위해 특별한 일이 없으면 공연 때마다 방문한다고 한다. 연예계 잉꼬 부부로 익히 소문이 나기는 했지. 평소 내가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었지만 그의 정성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

박영숙 도자, 魂을 담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박영숙의 백자전이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우연히 잠실에서 약속이 있어 좀 일찍 나가서 백자를 감상하기로 한다. 전에 현대미술관에서 박영숙의 백자를 만났던가. 밋밋할 것이라는 편견을 단번에 깬 전시였던 기억이 난다. 이번 전시에는 사과 모야이 꽤 많다. 과일 중에서 작가가 특히 사과를 좋아하나? '순백의 아름다움'이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화가 이우환의 영향으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는 박영숙 좋은 인연이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작가 이우환이 무언가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했겠지만 말이다. 한 알 한 알 옥수수 알갱이를 만들기 위해 정말 애를 썼겠네. 벽에 걸린 모자 모양의 도자기. 금방이라도 작품을 내려서 모자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