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끼고... 915

영화 '콘클라베'

'콘클라베'라는 영화를 감상했다.'콘클라베'는 교황을 선출하는 투표를 뜻한다. '열쇠로 문을 잠근 방'이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투표는 과반수 이상의 표가 나올 때까지 계속 된다.영화를 보면서 투표가 거듭 될수록 어떻게 진행될까 손에 땀을 쥐게 된다.  '콘클라베' 영화를 홍보하는 매체에서 스릴러라는 단어를 보고 고개를 갸웃 했다.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니 왜 그런 단어를 썼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교황 선출이라기에 아주 공명정대하고 깨끗한 선거를 예상했는데 영화는 그 기대를 가볍게 배신(?)한다.권모술수에 협잡 등 보통의 정치에 있을 법한 것들이 난무한다.우리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판도로 흘러간다고나 할까.거기에 멋진 반전까지.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정말 잘 만든 영화구나 싶은 ..

툴루즈 - 로트랙 ; 몽마르트의 별

'디방 자포네' 화가이자 판화가였던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많은 작품을 남긴 사람으로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아리스티드 브뤼앙, 자신의 카바라에서' '사진가 폴 세스코' 로트렉이 사창가에서 머물며 남긴 작품은 매춘부들의 일상이었다.보통의 여인들처럼 머리를 감고, 옷을 갈아입고,  목욕을 하고...사람을 대하는 그의 자세가 짐작이 된다. '에글랑틴 무용단'혼자만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맨 왼쪽의 여인이 가장 주목 받는 무용수라고 한다. '성난 소'성난 소가 쫓아오자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가는 사람을 실감나게 표현해 웃음을 자아낸다.뒤에서 보는 사람은 실실 웃고 있네. '저택의 여인 혹은 종소리'뒤에 보이는 교회에서 종소리가 울리는 저녁 무렵이 배경인가? '제인 아브릴'   쥘 ..

영화 '브루탈리스트'

무려 상영시간 215분이나 되는 영화를 감상했다.영화 상영 중간에 인터미션이 있지만 전혀 지루한 느낌이 없었다.그만큼 영화가 몰입할 수 있게 잘 만들어졌다는 말이겠지. 제목 '브루탈리스트'는 브루탈리즘에서 가져왔다고 한다.브루탈리즘은 프랑스어 '노출 콘크리트'에서 유래했는데 거칠고 투박한 느낌 때문에 영어로 '잔혹한'이라는 뜻으로도 해석이 된단다.영화를 보고 나면 건축에서 노출 콘크리트 기법뿐 아니라 주인공 라즐로 브로디의 삶을 표현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영화는 20C 중반 헝가리 출신 유대인 건축가가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고 미국으로 망명하면서 시작된다.바닥까지 내려간 삶에서 우연히 그의 능력을 눈여겨본 사업가가 설계를 의뢰하는데 그 당시 흐름과 동떨어진 워낙 독특하고 개성있는 설계로 인해 결국..

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

내가 좋아하는 일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우리나라에서 연극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영화를 감명 깊게 본 기억이 있어서 연극도 보고 싶어졌다.얼리버드로 저렴한 가격에 예약을 했다.1년에 한두 번 친구들과 연극을 보는데 예술의전당에서 연극을 보는 건 오랜만이다.  어른들로 인해 상처를 받은 네 자매.각자 개성있는 네 자매가 모여 살지만 그들은 서로 그래도 된다면서 위안이 되는 존재들이다.세상을 더 오래 산 어른들이 무안해질 정도로.  일찍 가정을 버린 아버지의 죽음으로 생긴 넷째 동생.오롯이 혼자가 된 동생을 받아들이며 바닷가 마을에서 네 자매가 살아가는 일상이 조곤조곤 펼쳐진다.  사실 아버지의 배다른 동생을 받아들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자신들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원..

<꽃구름 속에> 안양시립합창단 제136회 정기연주회

친구와 함께 음악회를 찾았다.봄바람이 산들산들 부는 날, 갈산 자락 평촌아트홀은 봄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프로그램을 보니 우리 가곡 위주로 되어 있어서 마음이 한결 편하다.묵직한 분위기의 종교 음악보다는 훨씬 듣기 좋고, 가사 전달이 잘 되니 아무래도 노래가 귀에 잘 들어오겠지.  제목은 익숙한데 멜로디가 좀 다르다 싶었더니 대부분 편곡을 한 합창곡이었다.작곡이나 편곡을 하는 분들을 보면 참 능력이 뛰어나다 싶어 부럽다.예술 분야 중에서 특히 음악은 재능을 타고 나야 가능한 분야 같은데 나는 소극적인 감상이 전부이니...그래도 기회가 되면 부지런히 음악회를 찾아가려 노력한다.  오늘 음악회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예일대 아카펠라 그룹의 무대였다.'Yale Alley Cats'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전

정말 귀여운 토끼의 모습이다.이런 토끼도 멸종위기종이라고 하니 인간이 무슨 짓을 한건지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울보카푸친작가는 대부분의 사진을 비슷한 크기로, 그리고 동물과 눈을 맞추며 찍었다.그래서 사진을 보면서도 동물과 눈을 마주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이 원숭이 손은 쭈글쭈글한 내 손보다 더 예쁘네.신체에서 손이 가장 자랑할 만한 부위였나 아니면 사람처럼 수줍어하는 모습이었나 사진을 보면서도 궁금해진다.슬며시 웃음도 나고. 남방세띠아르디말로아르디말로는 이름만 들었지 실제로 본 적이 없는 동물이다.좀 특이하게 생기기는 했네.동물원에 있는 동물을 사진 찍었다는 조엘 사토리.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짧은 시간 사진을  찍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을 했단다. 아르디말로는 천산갑과 같이 포유류 중에서 등..

퓰리처상 수상 작품전

예술의전당에서 퓰리처상 작품전을 관람했다.작품이 생각보다 많았는데 예전에 본 적 있는 작품들도 다수 있었다.사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품들을 보면 정말 그 순간을 어떻게 포착했을까 싶은 작품들이 꽤 많다.그만큼 사진기자들이 힘들게 고생해가며, 때로는 목숨을 걸고 찍은 사진 아닌가 싶다.그래서 사람들에게 주는 감동도 클 것이고.   정말 '순간'이다.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열 마디의 말보다 사진 한 장이 우리에게 주는 울림이 더 클 것이다.그리고 살아 있는 역사가 되겠지.대부분의 작품들이 암살 장면이나, 전쟁통 아니면 난민들을 사진에 담고 있다.때로는 밝고 환하게 희망을 주는 작품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세상의 어두운 면들이다.그걸 통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반성하고 돌아보게 된다.그렇기에 퓰리처상 ..

영화 '원더풀 라이프'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원더풀 라이프'를 관람했다.이 영화 영화관에서 두번째 본다.같은 영화를 텔레비전에서 보는 것 빼고 영화관에서 두번 보는 건 아마도 내 인생 통틀어 처음 아닐까 싶다.그만큼 2001년 처음 보았을 때 느낌이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주변 사람들에게 묻고 다니곤 했었지.너는 지금까지 살면서 영원히 기억하고픈 순간이 언제였느냐고. 시간적 배경은 태평양 전쟁 후.주인공 모치즈키는 죽은 사람들이 천국으로 가기 전 7일간 머문다는 림보에서 다른 사람들의 추억 앨범을 만들어주고 있다.그런 추억을 떠올리지 못한 사람들은 그곳에서 다른 사람의 추억 앨범 만드는 일을 하며 지내야 한다.모치즈키도 태평양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후 이곳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구름이 걷히니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 간송미술관 이머시브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전시 - DDP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우리 문화유산을 미디어아트로 만든 전시가 있다기에 DDP를 찾았다.지금껏 서양 그림만 주로 미디어아트로 관람했는데 우리의 전통 그림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호기심이 생겼다.생각보다 관람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관람객 입장에서는 호젓하게 작품 감상을 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홍보가 좀 미흡하지 않았나 아쉬운 마음이 든다.우리 것도 이렇게 좋으니 많이들 와서 보라고 하고 싶다.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한지로 만든 등이 우리를 반겨 준다.수시로 변하는 빛깔의 등 아래에서 잠시 황홀하다. 훈민정음 해례본유리상자 안에 훈민정음 해례본을 전시하고 그 주위로 다양한 빛깔의 쇼를 보여준다.새로운 느낌이 들어서 한참 쇼에 빠져든 시간이었다. 겸재 정선을 따라 하는 금강산 구경이다.신난다.  모두들 시시..

영화 '서브스턴스'

영화 '서브스턴스'를 관람했다.데미 무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미국 영화인 줄 알고 봤는데 영국 영화였다.  한때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명예의 거리까지 입성한 스타이지만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TV쇼 진행자로 전락한 엘리자베스는 어떤 약물을 통해 젊음과 인기를 되찾으려고 한다.영화를 보면서 오래 전 읽은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생각났다.그리고 진시황이 꿈꾸던 불로장생약도.하지만 그런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결국 젊음에 대한 욕망을 이기지 못해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영화는 오래도록 정말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그것도 아주 천천히 집요할 정도로 말이다.화면에서 눈을 떼고 싶을 정도로 보여주면서 감독은 우리에게 각성을 하라고 경고를 하고 싶었을까?  돈과 젊음.모든 사람이 갖고 싶어하는 것이다.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