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992

오늘의 시 - 모래는 뭐래?

모래는 뭐래?                                    정끝별 쏟아지는 물음에 뿔뿔이 흩어지며 모래는 어디서 추락했을까?모래는 무엇에 부서져 저리 닮았을까?모래는 말보다 별보다 많을까?모래도 제각각의 이름이 필요하지 않을까?모래는 어떻게 투명한 유리가 될까?모래는 우주의 인질일까?설마 모래가 너일까?허구한 날의 주인공들처럼

오늘의 시 2024.09.30

오늘의 시 - 소금 사막

소금 사막                                   엄원태 네 마음이 소금 사막 같다고 했다 눈물이 하늘과 맞닿아, 밤이면별바다에 빠진 듯하다는 여행기를 거듭 읽어도너의 우기는 도무지 끝날 줄 모른다 내 근심은 이제 물고기섬 선인장처럼 가시가 굵다때로 대책 없이 찔리곤 해서, 마냥 아프다 소금 사막에도 물의 눈이란 숨구멍이 있어수정 같은 소금 보석이 생겨난다지,금강(金剛)이란 말뜻을너의 우유니 소식에서 되새겨보는 밤이다 소금 호텔이 거기 있다 하지만,소금 식탁에서의 아침 식사는 점잖게 사양하겠다

오늘의 시 2024.09.09

오늘의 시-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온전히 나를 잃어버리기 위해 걸어갔다언덕이라 쓰고 그것을 믿으면 예상치 못한 언덕이 펼쳐졌다그날도 언덕을 걷고 있었다 비교적 완만한 기울기적당한 햇살가호를 받고 있다는 기쁨 속에서 한참 걷다 보니 움푹 파인 곳이 나타났다고개를 들자 사방이 물웅덩이였다 나는 언덕의 기분을 살폈다이렇게 많은 물웅덩이를 거느린 삶이라니발이 푹푹 빠지는 여름이라니무엇이 너를 이렇게 만든 거니 언덕은 울상을 하고서얼마 전부터 흰토끼 한 마리가 보이질 않는다 했다 그 뒤론 계속 내리막이었다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밤이 왔다언덕은 자신에게아직 토끼가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지만 고요 다음은 반드시 폭풍우라는 사실여름..

오늘의 시 2024.09.02

오늘의 시 - 매미에 대한 예의

매미에 대한 예의                                             나희덕 17년 전 매미 수십억 마리가 이 숲에 묻혔다그들이 땅을 뚫고 올라오는 해다 17년의 어둠을스무 날의 울음과 바꾸려고매미들은 일제히 깨어나 나무를 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나무에서 나무로 옮겨 앉을 뿐 멀리 날 수도 없어울음을 무거운 날개로 삼는 수밖에 없다 저 먹구름 같은 울음이사랑의 노래라니 땅 속에 묻히기 위해 기어오르는 목숨이라니 벌써 소나기처럼 후드득 떨어져내리는 매미도 있다하늘에는 울음소리 자욱하고땅에는 부서진 날개들이 수북이 쌓여 간다 매미들이 돌아왔다 울음 가득한 방문자들 앞에서인간의 음악은 멈추고숲에서 백 년 넘게 이어져온 음악제가 문을 닫았다 현(絃)도 건반도 기다려주고 있다매미들이 다..

오늘의 시 2024.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