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타고니아의 양 마종기 거친 들판에 흐린 하늘 몇 개만 떠 있었어.내가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해도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만은 믿어보라고 했지?그래도 굶주린 콘도르는 칼바람같이살아 있는 양들의 눈을 빼먹고, 나는장님이 된 양을 통째로 구워 며칠째 먹었다 어금니 두 개뿐, 양들은 아예 윗니가 없다.열 살이 넘으면 아랫니마저 차츰 닳아 없어지고가시보다 드센 파타고니아 들풀을 먹을 수 없어잇몸으로 피 흘리다 먹기를 포기하고 죽는 양들. 사랑이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라고 믿으면, 혹시파타고니아의 하늘은 하루쯤 환한 몸을 열어줄까?짐승 타는 냄새로 추운 벌판은 침묵보다 살벌해지고올려다볼 별 하나 없어 아픈 상처만 덧나고 있다.남미의 남쪽 변경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