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1029 오늘의 시 - 결 결 손은조 물에도 결이 있고나무에도 결이 있듯사람에게도 결이 있다물은 바람을 껴안아물비늘을 만들고나무는 겨울을 보듬어나이테를 만든다사람 결은 무얼로 만드나제 속을 삭히고 삭혀우려낸 물을온전히 사랑으로 데울 줄 알면한결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2025. 7. 7. 오늘의 시 - 나무늘보 나무늘보 함명춘 얼마나 무겁고 큰 것을 짊어지고 가기에저토록 느리게 기어오르는 걸까시작과 끝이 보이지 않으니가늠조차 할 수 없으니그건 고뇌일 거다그래, 지상의 고뇌란 고뇌는 모두 끌어모아등 위에 짊어지고나무 꼭대기에 올려놓으려 하는 거다다시는 지상의 그 누구에게도돌아가지 못하도록아예 큰 구름 위에붙들어 매어 두기 위해 기어오르는 거다 2025. 6. 30. 오늘의 시 - 둥둥 걷어붙이고 둥둥 걷어붙이고 송진권 아부지 논 가운데로 비료를 뿌리며 들어가시네물 댄 논에 어룽거리는찔레꽃 무더기 속으로아부지 솨아 솨르르 비료를 흩으며 들어가시네소금쟁이 앞서가며 둥그러미를 그리는고드래미논 가운데로 아부지찔레꽃잎 뜬 논 가운데한 가마니 쏟아진 별거기서 자꾸 충그리고 해찰하지 말고땅개비 개구리 고만 잡고어여 둥둥 걷어붙이고들어오라고 아부지 부르시네 2025. 6. 23. 오늘의 시 - 여우비 여우비 장이지 여우비가 온다볕이 이렇게나 좋은데나뭇잎 위로 여우비 온다나뭇잎은 초록으로 빛나고동시에 나뭇잎은 젖는다 여우비가 온다식물성 보석이 바람에 부딪히면서 수런거린다 여우비 온다드러난 팔뚝 위로 빗방울 맺히고파란 핏줄이 파랗게 보이더니이끼들이 팔을 초록으로 덮는다닦아낼 수 없고없던 일이 될 수 없고...... 2025. 6. 16. 오늘의 시 - 마음 하나 마음 하나 조오현 그 옛날 천하장사가천하를 다 들었다 놓아도 한 티끌 겨자씨보다어쩌면 더 작을 그 마음 하나는 끝내들지도 놓지도 못했다더라. 2025. 6. 9. 오늘의 시 - 장미와 더불어 장미와 더불어 신경림 땅속에서 풀려난 요정들이물 오른 덩굴을 타고쏜살같이 하늘로 달려 올라간다다람쥐처럼 까맣게 올라가문득 발밑을 내려다보고는어지러워 눈을 감았다이내 다시 뜨면아, 저 황홀한 땅 위의 아름다움너희들 더 올라가지 않고대롱대롱 가지 끝에 매달려꽃이 된들 누가 탓하랴땅속의 말 하늘 높은 데까지전하지 못한들 누가 나무라랴발을 구르며 안달을 하던 별들새벽이면 한달음에 내려오고맑은 이슬 속에 스스로를 사위는긴 입맞춤이 있을 터인데 2025. 6. 2. 이전 1 2 3 4 ··· 17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