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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처음 접하는 젊은 작가의 작품을 손에 들었다.'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이라는 특이한 제목을 가졌다.궁금증을 자아내기는 하네.여러 매체에서 떠오르는 작가라고 칭송하는데 어떤 작품일까? 책을 읽다 보니 나도 책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그만큼 김기태의 소설에서는 아주 가까이 있는 주변 인물들이 등장인물이다.각박한 세상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 그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보내고 싶었겠지.그가 어떤 세상을 바라보고 글을 쓰는지 책을 읽으면서 저절로 알게 된다. 표제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에서는 한국에 살지만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다룬다.우리가 쉽게 다른 나라의 인종 차별을 언급하는데 사실 우리나라만큼 인종 차별이 심한 나라도 많지 않을 것이다.80년대만 해도 길을 가다 외국인을 보면 나도 모르게..

책갈피 2025.04.23

김경일 교수의 심리학 수업

'인간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상의 과학'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김경일 교수의 심리학 책을 읽었다.텔레비전에 나와서 하는 김경일 교수의 강의를 몇 번 듣고는 책을 한번 보고 싶었다.이 책은 심리학 개론 수준의 책이라 그리 깊이가 있지는 않다.하지만 사람의 심리에 대하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심리학이 '과학'이라고 하는 말에 고개를 갸웃 하게 되는데 책을 읽다 보니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사람 심리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합리적이지 않다고 한다.나름 꽤나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던 나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다.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나는 아니라고 주장할 수가 없다.  한때 심리학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찾아 읽었다.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내 앞에 있는 사람이 하는 말을..

책갈피 2025.04.16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우리가 아프리카를 떠올리면 검은 대륙, 자원은 많은데 못 사는 대륙, 또는 텔레비전에서 구호 대상자로 여기는 공익방송 등이 생각난다.얼마나 편견에 사로잡힌 것인가 생각해 본다. '다채로운 아프리카의 모습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첫번째 방법'이라는 말과 '인간이 무엇이냐에 대한 더욱 깊은 이해는 아프리카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책 표지에 씌어 있다.사실 아프리카는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태어난 대륙이고, 인류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세계 4대 문명 중 하나도 아프리카에서 태동하지 않았는가. 오래 전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라는 책을 인상깊게 읽은 기억이 난다.아프리카에서 외교관을 한 저자가 보고 느낀 것을 쓴 책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 책과 내용이 많은 부분에서 겹친다.그때도 책을 읽으면서 우리..

책갈피 2025.04.09

썬과 함께 한 열한 번의 건축 수업

'썬과 함께 한 열한 번의 건축 수업'이라는 책을 손에 들었다.'친절하고 재미있는 강의실 밖 건축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책을 죽 훑어 보니 건축물에 대한 작가의 드로잉이 함께 있어서 책도 잘 읽히고, 건축을 이해하기도 쉬워 보였다.나처럼 건축에 관심은 있는데 문외한인 사람들에게 좋은 책이구나 싶다.  저자는 경영학을 공부한 후 뒤늦게 건축 공부를 한 사람이다.그래서 건축에 대한 설명이 더 쉽게 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자신이 파리에서 우연히 만난 老건축가와 함께 현장학습을 다니면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이론만 나열한 책보다 생생한 현장감이 있어서 읽는 동안 파리 어딘가를 함께 헤매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건축에서 중요한 것이 공간 구조와 빛, 그리고 재료하는 말..

책갈피 2025.03.12

살아 있는 산

제목이 '살아 있는 산'이다.30년 넘게 산 언저리를 헤매고 다닌 사람으로서 제목만 보고 책을 선뜻 구입했다.산 관련된 책이라면 언제나 환영이다.산에 관련된 산문으로는 나름대로 고전에 들 만큼 사람들의 평이 좋다.당연히 호기심이 발동했다.  작가가 이 글을 써 놓고 오랫동안 출간을 못 했다고 한다.그러다가 최근(?) 출간이 되었는데 책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라고나 할까.'경이의 존재를 감각하는 끝없는 여정'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작가가 고향인 스코틀랜드의 케언곰 산맥을 오르내리며 느낀 소감을 쓴 책이다.하지만 단순히 그렇게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철학적이기도 하고, 심오하기도 하고, 때로는 슬며시 웃음이 나게 재미있기도 하다.  작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산에 가는 것처럼 산에 간 것이 ..

책갈피 2025.03.05

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

친구가 추천해 준 책을 손에 들었다.최근 읽은 ' 물고기는 없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등과 같은 진화생물학  관련 책이다.사실 이런 책은 읽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며 재미있게 읽는데 기초지식이 부족해서인지 읽고 돌아서면 기억나는 것이 없다.이 책도 마찬가지이다.'불완전한 진화 아래 숨겨진 놀라운 자연의 질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내가 얼마나 진화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나 이 책을 보고 알게 되었다.나는 진화는 늘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쪽으로 된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부제에 있는 것처럼 불완전한 진화도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1장 죽거나 배 고프거나2장 뻐꾸기 둥지에서 날아간 것3장 무임승차자4장 아름답고도 저주받은 자5장 일곱번째 이빨의 행방6장 극단적..

책갈피 2025.02.26

식물학자의 식탁

'식물학자가 맛있게 볶아낸 식물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식물학자의 식탁'이라는 책을 손에 들었다.중국 식물학자가 쓴 책이다.자신의 경험을 곁들여 쓴 책이라 읽는 재미가 있기는 했는데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식물명이 많이 나와서 어떤 식물인가 한참 생각해야 했다.예를 들면 '미후도'는 뉴질랜드에서 많이 나는 키위를 말하는 것이었고, 핵도는 호두, 우두는 추석에 즐겨먹는 토란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그나마 글에 곁들여진 그림이 매우 사실적이라 식물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책을 읽다 보니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도 꽤 많다.사람의 뇌와 비슷하게 생겨서 호두를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많이 이야기하는데 견과류는 대개 비슷한 효능을 가졌단다.또 공복에 감을 먹으면 타닌 때문에 위험하다고 한다. ..

책갈피 2025.02.19

그래도 내 마음은 티베트에 사네

티베트...공연히 티베트라는 지역 이름을 부를 때면 마음 한 구석이 서늘해진다.중국의 야욕에 슬그머니 사라진 나라.하지만 티베트 사람들은 하루도 자기네 나라의 정체성과 독립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은 것 같다.인도에 망명한 달라이 라마를 중심으로 쉽지는 않지만 평화적인 시위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과연 독립이 가능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하겠지만 말이다.   '한 티베트 여인의 용감한 투쟁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이 책은 티베트가 중국에 점령당하는 과정에서 저항운동하는 사람들을 도왔다는 이유로 무려 30년 가까이 감옥과 수용소에서 지내다가 인도의 달라이 라마가 있는 지역으로 간 여인 아마 아데가 구술한 내용이다.여성이기에 더 가혹했던 감옥살이를 이겨내고 중국의 잔혹함과 불의를 세상에 알리는..

책갈피 2025.02.12

숲으로 간 여성들

'그들이 써 내려간 세계 환경운동의 역사'라는 부제가 붙은 '숲으로 간 여성들'이라는 책을 손에 들었다.제목을 보고는 주로 숲을 지키는 일에 앞장선 여성들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제목에서 '숲'은 자연을 상징하는 단어로 쓰였구나 싶다.어쩌면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사소하면서도 가까이 접하는 것에서 더 심각하게 환경 문제를 인식할 것 같다.그런데도 세상이 여성들의 목소리는 크게 듣지 않았다고나 할까.  최근 부쩍 심해진 기후 변화가 환경 문제로 인해 생겼다는 걸 부인하기 힘들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 지도자들은 자기네 나라의 경제와 부의 문제에만 천착하는 것 같다.환경 문제는 항상 다른 문제에 뒤로 밀린다고나 할까.그런 상황에서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은 사회의 지탄을 받을 수도 있고 온갖 역경에 처하지만 거기에..

책갈피 2025.02.05

큰비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탄 작품 '큰비'를 손에 들었다.사전에 아무런 정보도 없이 책을 읽는 것도 드문 일인데 문학상을 받았다고 해서 궁금증이 일었다.책을 펼쳐기 전에 언뜻 보니 조선시대 무격에 대한 이야기였다.  최근 국가 최고지도자와 관련된 무격 이야기가 자주 언급되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데 이 또한 넓은 의미에서 종교라는 사실을 받아 들여야 한다.그리고 우리 전통 문화의 일부분이라는 것도.  유교를 숭상하던 조선은 무격을 사대문 밖으로 내쫓았다.그런데 조선 숙종 때 경기도 양주의 무당 무리들이 도성에 입성하여 미륵의 세상을 맞이하려 했다는 역모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허황된 일이었으나 나름대로 그들에게 순수함이 있었다고 믿은 작가가 자료를 찾아보고 이야기를 풀어나간 작품이 이 소설이다.  작가가..

책갈피 2025.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