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제 20

노르웨이 피오르 트레킹 (15) - 트롤 퉁가

호텔에 도착했다.몇 시에 저녁을 먹는다는 인솔자의 말을 뒤로 하고 부지런히 방으로 올라간다.비에 젖은 생쥐꼴이니 얼른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옷과 배낭, 등산화를 말려야 하고 종일 추위에 떨었으니 방이 따뜻했으면 좋겠는데 난방이 안 들어온다.카운터에 가서 이야기를 하려고 내려가니 바로 옆 김교수님 방도 난방이 안 된단다.일단 이야기를 해 놓았으니 시간이 걸려도 해결이 되겠지. 우선 씻기부터 하자.서둘러 씻고 나오니 어떤 것부터 해야 할지 정신이 없다.배낭 속에 있던 여권도 축축해졌네.젖은 것들을 빈 공간 곳곳에 펼쳐놓는다.그리고 화장실에서 두루말이 휴지 하나를 통째로 가져다가 등산화 안에 휴지를 넣고  빼내기를 반복한다.경험상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어느 정도 습기를 제거한 다음 ..

일본 오제 트레킹 (12) - 오제가하라 습원

K형! 오전 9시 30분, 걷다 보니 야마노하나에 도착했습니다. 여기는 방문자센터도 있고, 캠핑장도 있는 곳입니다. 그러니 아무래도 오가는 사람들이 많군요. 여기에서 여유있게 쉬어가나 했더니만 최대표 말이 오전 11시까지 하토마치 고개로 차를 불렀다고 합니다. 우리 걷는 속도로 가능할 것 같아 이왕이면 내려가서 온천욕도 하고 맛난 점심도 먹으려고 말이지요. 쉴 틈이 없다는 말입니다. 화장실만 들렀다가 다시 배낭을 메고 일어섭니다. 야마노하나에서 하토마치 고개까지는 지도상에 3.2km, 1시간 30분 걸리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현재 오전 9시 40분이나 11시까지는 충분히 갈 수 있겠네요. 여기에는 거리 표시가 된 안내판이 있습니다. 대부분 안내지도에는 시간만 표시되어 있었거든요. 사람에 따라 걷는 속..

일본 오제 트레킹 (11) - 오제가하라 습원

K형! 어제 초저녁에 잠들어서 그런지 일찍 잠이 깨었습니다. 숙면을 취해서 몸이 개운합니다. 세수를 하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는데 계단이 왜 그렇게 야속한지요. 난간을 잡고 엉금엉금 기다시피 내려갑니다. 힘든 산행 후 근육통은 항상 다음날이 더 심하지요. 대충 정리를 하고 새벽 산책을 나갑니다. 아침 기온은 싸늘한데 도리어 상쾌하게 느껴집니다. 이러저리 걷다 보니 부지런한 트레커들이 산장 앞마당에서 아침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직 아침 6시도 안 되었는데 말이지요. 히우치다케 산행을 하거나 오제누마 호수까지 걸을 예정인 사람들일까요? 아니면 우리처럼 오제가하라 습원을 걸을 예정일까요? 오제누마 호수까지는 2시간 남짓 걸리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아침 산책을 마치고 들어가니 일행들도 모..

일본 오제 트레킹 (10) - 히우치다케 산행

K형! 산장에 도착하자마자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맥주부터 주문합니다. 무더운 날씨에 땀으로 목욕을 했으니 맥주가 술술 들어갑니다. 시원한 마실거리가 그립기도 했지요. 얼마나 진이 빠졌는지 모두 산장 앞 의자에 앉아 움직일 생각을 안 합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스틱을 힘주어 짚는 바람에 팔도 아프고,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바람에 다리도 아픕니다. 바지를 걷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여기저기 시퍼렇게 멍이 들고 있습니다. 전치 3주는 되겠는걸요. 근육통이야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만 정말 오늘 하루 생각보다 어려운 산길에서 헤맸습니다. 최대표도 넘어지고, 김PD도 넘어지고, 친구도 넘어졌다고 합니다. 강선생님 부인은 세 번이나 넘어지셨고요. 저는 넘어지는 대신 머리가 고생을 했고요 강선생님은 넘어지지..

일본 오제 트레킹 (9) - 히우치다케 산행

K형! 본격적인 하산입니다 역시나 길이 험악합니다. 급경사에 너덜은 올라올 때와 비슷하군요. 스틱을 잘 사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친구에게 스틱을 길게 잡으라고 이르고 조심조심 내려갑니다. 사실 등산할 때보다 하산할 때가 더 위험하거든요. 최대표는 길이 무슨 상관이냐는 듯 씩씩하게 선두에서 길을 안내합니다. 친구도 최대표 뒤를 바짝 따라갑니다. 김PD도 영상을 촬영하면서 잘 따라가네요. 그 뒤에서 사진을 찍다 보니 제가 뒤처집니다. 다행인 건 강선생님 부부가 뒤에서 오신다는 것이지요. 역시나 길이 질척거립니다. 여기에서 넘어지면 옷과 배낭이 엉망이 되겠는걸요. 게다가 나무 뿌리는 수시로 길을 가로막고, 머리 위에서도 우리를 위협합니다. 우리를 괴롭히는 요소가 너무 많은 길입니다. 그래도 근사한 나무 뿌리..

일본 오제 트레킹 (8) - 히우치다케 산행

K형! 길이 험해서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어쩌다 보니 제가 선두에 서게 되었네요. 강선생님은 뒤에서 부인과 함께 오시고요. 험한 산에 익숙하지 않은 부인이 걱정되시는 모양입니다. 부인이 벌써 한번 넘어지셨거든요. 일본은 산길에 인위적인 시설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능력이 되는 사람만 다니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산길이 너무 험해서인지 계단이 보이는군요. 돌에 신경을 쓰다 계단을 만나니 마음이 한결 놓입니다. 그만큼 길이 위험하다는 말이겠지요. 최대표와 친구가 계단 위에 섰습니다. 하늘을 배경으로 두 분 모습이 멋진걸요. 힘든 걸 참은 대가이겠지요. 그래서 찰칵 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이제 나무들 키가 작아졌습니다. 수목한계선에 이른 것 같네요. 수목한계선은 기후나 풍토에 따라 약간 다르기는 합..

일본 오제 트레킹 (7) - 히우치다케 산행

K형! 가야 할 길이 멉니다. 다시 무거운 몸을 일으켜 발걸음을 옮깁니다. 힘든 걸 잊으려고 주변 풍경에 눈을 줍니다. 기기묘묘한 모습의 고목들이 많아서 눈이 즐거운 길이군요. 사진을 찍느라 자꾸 속도가 느려집니다. 제가 사진 찍는 걸 본 김PD가 주로 어떤 사진을 찍는지 물어봅니다. 고목 사진을 찍는다고 하니 왜 고목에 관심이 가느냐고 묻는군요. 연륜이 느껴져서 그렇다고 대답을 하면서 어디선가 읽은 구절이 떠오릅니다. 늙어서 아름다운 건 나무밖에 없다고 했던가요. 오동은 고목이 되어갈수록 제 중심에 구멍을 기른다 오동뿐이랴 느티나무가 그렇고 대나무가 그렇다 잘 마른 텅 빈 육신의 나무는 바람을 제 구멍에 연주한다 어느 누구의 삶인들 아니랴 수많은 구멍으로 빚어진 삶의 빈 고목에 어느 날 지나는 바람 한..

일본 오제 국립공원 (8) - 오제가하라 습원 트레킹

억새도 한창이다. 아스라하니 끝이 없을 것 같은 목도 모두 풍경삼매경에 빠져 사진 찍느라 바쁘다. 짓궂은 최대표, 이건 무슨 표정인가요? 커피가 향기롭다, 아니면 지금 무척 행복하다, 그것도 아니면 여기에서 영원히 있고 싶다? 이런 쉼터가 군데군데 있다. 그늘이 없어 좀 아쉽기는 하지만. 반영이 아름답다. 물매화가 계속 보이는데 확대하면 초점이 안 맞네. 곰을 조심하라 알려주는 종도 한 번 쳐 주고 야마노하나 도착. 쉬나 했더니 바로 출발이라고 한다. 하토마치 고개를 향해 오르는 중. 올라가는 길을 항상 힘들다. 목도에 언제 만들었는지 기록되어 있다. 영화 '행복의 속도'에 나오던 짐꾼 봇카 보는 것만으로도 힘들다. 9월에 해발고도가 1000m가 넘는데도 올라가려니 땀이 뻘뻘 난다. 우리를 기다리는 차량..

사진 2023.11.01

일본 오제 트레킹 (6) - 히우치다케 산행

K형! 아침 일찍 저절로 눈이 떠졌습니다. 잠을 잤는지 말았는지 머리가 맑지는 않지만 낯선 공간, 불편한 잠자리에서 그러려니 해야지요. 조용히 일어나 세면도구를 들고 나갑니다. 세수를 하는데 물이 어찌나 차가운지 손이 얼얼할 지경입니다. 정신이 번쩍 듭니다. 방으로 들어가니 다른 분들도 다 일어나셨더군요. 강선생님 코 고는 소리가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모기 소리 윙윙거려 쉬이 잠이 들지 못 했다는 최대표의 말에 그런 소리를 왜 듣고 있느냐고 하시더군요. 강선생님은 누우면 바로 잠에 드신다고 합니다. 세 끼 잘 드시고, 잠 잘 자고, 운동 찾아서 하시고... 건강의 비결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겠지요. 건강체질 타고 나셨네요. 부럽습니다. 아침 식사는 오전 6시로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어제 저녁에 아침 식..

일본 오제 트레킹 (5) - 오제누마 호수 한 바퀴

K형! 길은 호숫가를 따라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고목의 뿌리들이 때로는 어지럽게 얽혀 있어 조심을 해야 하는 길입니다. 쓰러진 나무들이 길을 막고 있기도 하고요. 게다가 비가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길이 질척거리거든요. 미끄러지기 좋은 길입니다. 살짝 긴장이 되는군요. 호수 안에 작은 섬이 생겼습니다. 자연이 만든 멋진 작품입니다. 그 작은 섬에도 키작은 나무가 자라고 있군요. 자연은 참으로 많은 걸 키우고 보듬어 안는구나 싶습니다. 맨 뒤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걸어갑니다. 가다가 호수에 있는 새를 발견했습니다. 멀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짝짓기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스마트폰 카메라로는 확대를 해도 제대로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다른 분에게 최신 카메라로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확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