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
길은 호숫가를 따라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고목의 뿌리들이 때로는 어지럽게 얽혀 있어 조심을 해야 하는 길입니다.
쓰러진 나무들이 길을 막고 있기도 하고요.
게다가 비가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길이 질척거리거든요.
미끄러지기 좋은 길입니다.
살짝 긴장이 되는군요.
호수 안에 작은 섬이 생겼습니다.
자연이 만든 멋진 작품입니다.
그 작은 섬에도 키작은 나무가 자라고 있군요.
자연은 참으로 많은 걸 키우고 보듬어 안는구나 싶습니다.
맨 뒤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걸어갑니다.
가다가 호수에 있는 새를 발견했습니다.
멀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짝짓기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스마트폰 카메라로는 확대를 해도 제대로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다른 분에게 최신 카메라로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확대해서 보니 새가 짝짓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수초 같은 것 위에 꼼짝 않고 앉아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쉬고 있는 걸 보고 오해를 했군요.
새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지금이 계절적으로 짝짓기를 많이 하는 계절은 아니지요.
최근 서울대 캠퍼스에서 물까치가 사람을 쫓아와 머리를 쪼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짝짓기를 하고 새끼가 부화하고 나면 새가 예민해진다고 하지요.
제가 사는 동네에 사는 물까치도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산책을 하면서 보니 사람을 쪼지는 않지만 길고양이를 쫓아다니고 있더라고요.
심지어 길고양이 약을 올리는 것 같았습니다.
새는 급할 때 날면 되지만 고양이는 달릴 수밖에 없으니 결국 길고양이가 도망을 가더군요.
한참 보면서 물까치가 머리가 좋구나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숲을 보니 자작나무가 참 많습니다.
저는 자작나무는 키가 크고 줄기가 가는 줄 알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그런 나무만 보았으니까요.
그런데 여기에서 보니 꽤 굵은 나무도 보이네요.
최대표 말에 따르면 자작나무는 마르지 않은 생 나뭇가지도 잘 탄다고 합니다.
보통 생 나뭇가지는 연기를 내며 잘 안 타는데 말이지요.
자작나무가 탈 때 자작자작 소리가 나는 것이 수피에 기름 성분이 있기 때문인데 그 기름 성분 때문에 생 나뭇가지가 잘 타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아까 산장에 올 때 지나쳤던 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지나갔던 길이네요.
설렁설렁 바람을 즐기며 걸어갑니다.
오후 4시경 쵸죠산장에 도착했습니다.
방으로 올라가 짐 정리를 하고 씻으러 갑니다.
샤워장, 화장실, 세면장에 왔다갔다 하려면 운동깨나 해야 되겠는걸요,
1층과 2층을 계속 오르내려야 하니까요.
그래도 땀을 흘리고 샤워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요.
오제 국립공원 내 산장은 산장마다 다 시스템이 다른가 봅니다.
인터넷에서 본 바에 의하면 치약은 사용할 수 있지만 비누나 샴푸는 사용하지 못 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비누와 샴푸를 챙겨 왔는데 여기는 비치되어 있는 것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환경친화적인 것으로 준비되어 있나 보다 생각합니다.
샤워실은 작은 온천처럼 되어 있습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데워서 사용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높은 지역에서 온수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니요.
게다가 화장실에는 비데까지 설치가 되어 있더라고요.
감지덕지할 일이지요.
오후 5시 30분에 저녁 식사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식당 문 앞에 팀별로 좌석을 정해 놓았군요.
우리는 여섯 명이 앉을 수 있는 G석에 배치되었습니다.
밥은 테이블에 통째로 가져다 놓고 마음껏 먹게 합니다.
밥 인심이 좋군요.
여기 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걸어서 오고 걸어갈 예정이니 배를 든든히 채우라는 말 같습니다.
저녁은 양이 많지 않아도 음식이 아주 깔끔하고 골고루 나옵니다.
달고 짭짤한 장아찌 종류가 많기는 하지만요.
심지어 달콤한 디저트까지 나오는군요.
기분좋게 저녁을 먹고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강선생님이 와인 한 병을 들고 오시네요.
여섯 명이 방에 둘러앉아 와인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다른 사람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체력이 좋으시다 싶었더니만 강선생님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3만보를 걷는다고 하십니다.
백두대간을 일곱번째 걷고 계시다고 하고요.
70대 중반 강선생님 다리 근육이 단단해 보인다 싶었더니만 이유가 있었군요.
대단하십니다.
저도 나름대로 체력 관리를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명함도 못 내밀겠는걸요.
김PD는 책상 앞에 앉아 오늘 찍은 영상을 편집합니다.
나중에 영상을 돌려보니 우리의 하루가 다 들어 있습니다.
역시 전문가는 다르군요.
미술을 전공했다는 김PD의 감각이 우리와는 다를테고, 아무래도 장비도 스마트폰보다는 훨씬 좋겠지요.
나중에 커다란 텔레비전 화면으로 우리의 여행기를 보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여기는 산중이다 보니 모기도 다른 날벌레도 많습니다.
여기저기서 벌레를 잡느라 손뼉 치는 소리가 들리네요.
그러려니 해야 할 듯 싶습니다.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혹시나 별이 떴을까 싶어 밖으로 나갔습니다.
구름만 없다면 멋진 밤하늘을 영접(?)할 수 있으려니 했는데 그만 까만 밤하늘만 있군요.
다시 방으로 들어와 잠자리를 정리합니다.
여섯 명이 발을 맞대고 자는 구조로 말이지요.
스트레칭 삼아 요가 동작 몇 가지 하고 누웠습니다.
산중이라 추울까 걱정을 했는데 생각만큼 기온이 내려가지는 않습니다.
산장에는 오후 9시에 소등이 됩니다.
여기도 마찬가지이지요.
모두 누웠는데 어디선가 계속 스마트폰 기계음이 들립니다.
어차피 연락할 수도 없는데 왜 이 산중에서도 기계에서 벗어나지 못 할까요?
기계음이 한동안 괴롭히더니 이번에는 코 고는 소리가 번갈아 들립니다.
여럿이 한 방에서 자면 어쩔 수없는 소리이지요.
다만 그런 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밤은 길고, 잠은 오지 않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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