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탄 작품 '큰비'를 손에 들었다.
사전에 아무런 정보도 없이 책을 읽는 것도 드문 일인데 문학상을 받았다고 해서 궁금증이 일었다.
책을 펼쳐기 전에 언뜻 보니 조선시대 무격에 대한 이야기였다.
최근 국가 최고지도자와 관련된 무격 이야기가 자주 언급되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데 이 또한 넓은 의미에서 종교라는 사실을 받아 들여야 한다.
그리고 우리 전통 문화의 일부분이라는 것도.
유교를 숭상하던 조선은 무격을 사대문 밖으로 내쫓았다.
그런데 조선 숙종 때 경기도 양주의 무당 무리들이 도성에 입성하여 미륵의 세상을 맞이하려 했다는 역모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허황된 일이었으나 나름대로 그들에게 순수함이 있었다고 믿은 작가가 자료를 찾아보고 이야기를 풀어나간 작품이 이 소설이다.
작가가 여성학을 공부해서인지 주인공 원향은 하늘이 점지한 무녀로 나온다.
남편도 박수무당인데 그녀는 일을 추진하면서 나중에 박수무당을 배제한다.
어쩌면 세상을 잘 다스릴 인물이 여성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을까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물론 이 사건은 발각되어 정부에서 모두 잡아들이라는 명령이 떨어지지만.
가끔 꽤 알려진 연예인 중에도 무격이 된 사람들이 나온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신내림을 받고 무당이 되는 것이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면면히 이어져 오는 무속 신앙을 보면 결국 인간의 세상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신앙이 어느 시대, 어느 공간에든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을 어지럽히지 않으면서 그런 종교가 있다면 우리가 인정하고 환영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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