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여사는 킬러'
섬뜩한 제목을 가진 책이다.
웹툰 작가로도 활동하는 강지영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그러고 보니 강지영 작가의 작품은 처음 접한다.
그런데 이런 제목을 가진 소설을 읽게 되네.
남편을 여의고 혼자 되어 아이 둘을 키워야 되는 심여사.
정육점에서 배운 칼솜씨로 찾은 일이 흥신소의 킬러이다.
죄를 지은 사람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지만 법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불법적인 일을 다 찾아 단죄할 수는 없다.
불법적인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서 흥신소가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이겠지.
처음에 킬러라는 말에 식겁했지만 하다 보니 심여사는 어느 새 솜씨 좋은 킬러가 된다.
그러면서 자식이나 주변에 숨겨야 하니 마음 한편이 불편한 건 어쩔 수 없고.
이 책은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흥신소, 킬러를 다루고 있지만 그 바닥에는 따뜻한 마음이 흐르는 느낌이다.
나한철이 경쟁도 경쟁이지만 자신이 젊은 시절 좋아하던 심여사를 찾아내는것부터가 사랑의 힘 아닐까.
심여사와 심여사의 자식인 진섭과 진아, 그리고 스마일 흥신소의 박태상과 최준기, 거기에 스마일 흥신소의 경쟁 격인 해피 기획의 나한철 등등 무려 23명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따라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심여사의 아들인 진섭이 해피 기획의 킬러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심여사의 충격은 어떨까?
母子가 경쟁 관계에 있는 흥신소의 킬러라니...
그럼에도 소설은 해피엔팅으로 끝난다.
스마일 흥신소의 박태상과 심여사가 손을 씻고(?) 함께 정육점을 열어 솜씨를 발휘하는 것으로.
책장을 덮고 나니 서울 변두리 어디에서 정육점 개점을 알리는 음악과 함께 키다리 사람 모양 풍선이 손을 휘두르며 호객행위를 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피식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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