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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미술에 조예가 깊은 친구가 선물해준 책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읽었다.'가장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살짝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인데 가을이 깊어가는 날 읽기에 적당한 책 아닌가 싶다.제목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들어가 있어서 오직 미술 관련 내용이 아닐까 오해를 할 수도 있는데 어쩌면 인생에 관한 책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당연히 저자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10년간 경비원으로 일한 사람이다.잘 나가는 전직 잡지사 기자였던 저자가 절친했던 형의 암 투병과 죽음을 접하면서 세상에서 도피하고 싶어 선택한 직장이 바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경비원이다.어쩌면 몸을 혹사하며 단순한 일을 하는 직업을 통해 자신을 돌아..

책갈피 2024.10.09

나무가 청춘이다

'나무가 청춘이다'라는 책을 펼쳐보면서 어딘가 익숙하다 싶었더니만 예전에 읽었던 '나무가 민중이다'라는 책의 저자가 쓴 책이었다.어쩌다 보니 나무에 관련된 책을 올해 해외여행 중 비행기에서 보게 된다.단편적인 내용이라 보기 편해서 나무 관련된 책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  저자는 원주 성황림 부근의 농촌 출신이다.'神林'이라고 부르는 산, 아주 오래 전에 길이 편하지 않은 산을 찾아간 기억이 난다.그때도 꽤 오지 같은 느낌이 들었었지.  저자는 고향 마을에서 보고 겪은 일들을 나무와 관련지어 풀어낸다.목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나무에 대해 많이 듣고 알기도 했고, 주변에 흔하게 있던 나무였기에 정감이 가기도 했을 것이다.자신의 어린시절과 연결되어 책 제목에 '청춘'이라는 단어를 쓴 것 아닌가 싶기도 하..

책갈피 2024.10.02

미오기傳

제목부터 재미있다.'활자 곰국 끓이는 여자'라...얼마나 책 속에서 사는 사람인가를 짐작할 수 있게 해 주는 글이다.활자중독증에 걸린 사람이라고나 할까.  작가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책을 읽다가 한없이 웃음이 터져 멈추지를 못 했다.사실 웃음이 나면서도 때로는 울음을 삼키게 되는 내용이 꽤 많다.자신의 삶을 곰국 끓이듯 활자로 표현을 했네그려.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일 것 같은데  생각보다 참 파란만장하게 살아왔다.그러나 씩씩하게 살아서 지금은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풍요로움을 갖게 되었고.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쓴 책이 바로 '미오기傳'이다.자신의 이름을 풀어서 전기문처럼 표현한 것도 참신하다.  사실 자신을 한 발자국 떨어져 바라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

책갈피 2024.08.28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참으로 특이한 제목을 가졌다는 생각을 했다.원제는 'Why Fish Don't Exist'의문문 원제를 부정문으로 해석해 제목을 달았다.막연하게 제목만 보면 내용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책이다. 그런데 매혹적이다.물론 대단한 반전이 숨어 있는 책이고.  작가 자신의 이야기에서 시작한 글이 어류에 미친(?) 남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전기문처럼 전개되다가 불쑥 우생학을 신봉함으로써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모습을 맞닥뜨리게 만든다.그때까지 거의 우상처럼 여기던 그의 진짜 모습을 보고 작가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잘 읽히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책에 빠져 더위..

책갈피 2024.08.14

체공녀 강주룡

제 2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체공녀 강주룡'을 읽었다. 제목으로 보건대 강주룡은 여성이다. 한자로 써 놓지 않아서 체공녀의 정확한 뜻을 모르고 책을 손에 들었다. 滯空女였구나. 오래된 잡지의 사진 한 장을 보고 작가는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우리나라 여성 최초로 을밀대 지붕 위에서 농성을 한 여성. 작가의 눈썰미에 탄복하게 된다. 그리고 궁금해진다. 어떤 연유로 강주룡은 을밀대까지 올라가 시위를 하게 되었을까? 살기 어려워진 부모의 손에 이끌려 간도로 간 강주룡. 좀 늦은 나이에 한참 어린 서방을 만나 혼인을 하게 되는데 서방이 동무들과 독립운동에 투신하기로 하였다고 야반도주하여 함께 독립운동에 참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여성을 비하하고 놀리는 등의 이유 때문에 친정으로 돌아왔는데 서방이 사경을 헤맨..

책갈피 2024.08.07

문신 1, 2, 3, 4, 5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장마' 등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작가 윤흥길이 오랜 시간을 들여 대하소설을 마무리했다고 한다.요즘 대하소설을 쓰는 작가도 거의 없고, 읽는 사람 또한 많지 않다.그러니 일단 관심이 간다.무더위 속이지만 책에 빠져 지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생각하고 5권을 앞에 놓았다.  책은 생각보다 잘 읽힌다.시대적 배경은 일제강점기. 구체적인 지명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지리산 근처 오지마을로 나온다.내용이 그리 복잡할 것도 없고, 등장인물 또한 마찬가지이다.인물이 많으면 읽으면서도 헷갈릴 것 같아 인물도를 그려가며 읽으려고 노트를 준비했는데 기우였다.  악덕지주 최명배와 그의 자식들이 주요 인물이다.물론 그들과 관계 맺는 인물들도 다수 나오지만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赴兵刺字...

책갈피 2024.07.31

야생의 식탁

' 야생의 식탁'이라는 책을 손에 들었다.첫장을 넘기면서 이게 가능할까 의문이 들었다.저자가 1년간 야생식만 먹은 기록이 이 책이다.그야말로 자급자족을 했다는 말인데 지금이 신석기 시대도 아니고... 저자는 영국 약초 전문가로 활동하는 모 와일드.내 나이 또래의 여성이다.그녀는 스코틀랜드에서 하우스메이트와 살면서 인공적인 먹을거리를 배제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자신의 몸을 상대로 실험을 한다.결론은 그녀는 성공한다.물론 처음에는 배고픔에 시달리고 단백질 부족으로 힘들어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도리어 건강한 몸을 얻는다.그리고 차후로도 가능하면 야생식을 우선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씨 뿌려 거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채취한 것, 이를테면 산딸기나 버섯 등등으로 그녀는 영양소를 채운다.당연히 ..

책갈피 2024.07.24

작은 땅의 야수들

" 인연이라는 게 참 이상하기도 하지. 인연이 아니라면, 아무리 노력해도 상대를 붙잡을 수가 없어. 깊이 사랑했던 사람들도 인연이 다하면 한순간에 낯선 이들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가끔 어떤 변수에도 상관없이 영원히 너에게 이어져 있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하지. 연화와 나, 우리의 인연은 깊고, 지금의 이 삶을 초월한 전생에서부터 온 것이지." 이 책의 주요한 인물인 월향과 연화의 어머니인 기생 은실의 말이다. 어쩌면 이 책을 관통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은 땅의 야수들' 일제강점기 한양을 배경으로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쓴 작품이다. 작은 땅은 한반도를, 야수들은 호랑이와 동물들뿐 아니라 그 땅에서 거칠지만 가열차게 살아가는 민초들을 가리키는 것 아닐까 싶다. 한 권으로 되어 있지만 분량이 꽤..

책갈피 2024.05.15

꽃의 지혜

벨기에 출신 저자가 프랑스어로 쓴 책 '꽃의 지혜'를 읽었다. 법학을 공부했지만 시와 수필은 물론 희곡까지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는 1911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주로 자연친화적인 수필을 남기는데 대표적인 것이 이 작품이다. 사실 식물을 공부하다 보면 가끔 나무가 사람보다 더 지혜롭고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식물이 한 곳에 뿌리박혀 움직이지 못 한다는 점을 극복하고 자손을 퍼뜨리거나 살아 남는 것을 볼 때 경이로움을 느낄 때가 참 많다. 이 책 역시 그런 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우리가 꽃을 보면 예쁘고 아름답다고 찬사를 보내지만 사실 꽃은 식물의 생식기이다. 암수 딴그루인 나무도 있지만 대개 꽃에 암술과 수술이 달려 있고 꽃가루가 이동해 자손을 퍼뜨린다. ..

책갈피 2024.05.08

로기완을 만났다

신동엽 문학상 수상작인 조해진의 '로기완을 만났다'를 읽었다. 넷플릭스 드라마로 만들어져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이다. 한때 영화로 만들려고 했을 때 송중기가 주인공 로기완 역을 거절했다고 하는데 이번에 다시 제안이 왔을 때는 받아들였다고 한다. 송중기가 과연 그 역에 받는 배우인지 왈가왈부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영화를 보지는 않았기에 무어라 할 말은 없다. 단지 기사에서 본 대로 탈북 청년 로기완이 여자친구와 연애를 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힘들고 외로웠기에 마음을 나눌 상대가 더 필요하지 않겠는가.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소설은 벨기에 브뤼셀의 탈북 청년 로기완, 그를 도와주는 역시 탈북민 의사 출신 박, 로기완의 궤적을 따라가는 작가인 나, 그리고 한국에서 암에 걸..

책갈피 202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