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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1, 2, 3, 4, 5

솔뫼들 2024. 7. 3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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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장마' 등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작가 윤흥길이 오랜 시간을 들여 대하소설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요즘 대하소설을 쓰는 작가도 거의 없고, 읽는 사람 또한 많지 않다.

그러니 일단 관심이 간다.

무더위 속이지만 책에 빠져 지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생각하고 5권을 앞에 놓았다.

 

 책은 생각보다 잘 읽힌다.

시대적 배경은 일제강점기. 

구체적인 지명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지리산 근처 오지마을로 나온다.

내용이 그리 복잡할 것도 없고, 등장인물 또한 마찬가지이다.

인물이 많으면 읽으면서도 헷갈릴 것 같아 인물도를 그려가며 읽으려고 노트를 준비했는데 기우였다.

 

 악덕지주 최명배와 그의 자식들이 주요 인물이다.

물론 그들과 관계 맺는 인물들도 다수 나오지만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赴兵刺字.

병사로 나가게 될 남편이나 아버지 또는 아들의 등을 바늘로 찔러 글자를 새기던 풍속이 나온다.

일제에 의해 강제노동이나 전쟁터에 끌려갈 때 나중에 시신이라도 온전히 찾으려고 가족들이 알아볼 수 있는 흔적을 몸에 남기는 것이다.

우리의 슬픈 역사이다.

그래서 제목이 문신이다.

지금이야 미용 목적으로 문신을 하지만 그 당시에는 가슴 아픈 이유로 문신을 했던 것이다.

 

 책은 술술 읽히는데 토박이말이 유독 많이 나온다.

덕분에 하나씩 메모해가면서 노트를 만들었다.

평소에 거의 쓰지 않는 말이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었구나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이런 단어를 찾아보는 것에 그치지 말고 가능하면 글을 쓸 때나 말을 할 때 사용해야겠다 생각해 본다.

 

 묵직한 울림을 주는 책은 아니었지만 여름을 보내는데 제 격 아닌가.

노구를 이끌고 책을 마무리한 작가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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