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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지혜

솔뫼들 2024. 5. 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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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기에 출신 저자가 프랑스어로 쓴 책 '꽃의 지혜'를 읽었다.

법학을 공부했지만 시와 수필은 물론 희곡까지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는 1911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주로 자연친화적인 수필을 남기는데 대표적인 것이 이 작품이다.

 

 사실 식물을 공부하다 보면 가끔 나무가 사람보다 더 지혜롭고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식물이 한 곳에 뿌리박혀 움직이지 못 한다는 점을 극복하고 자손을 퍼뜨리거나 살아 남는 것을 볼 때 경이로움을 느낄 때가 참 많다.

이 책 역시 그런 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우리가 꽃을 보면 예쁘고 아름답다고 찬사를 보내지만 사실 꽃은 식물의 생식기이다.

암수 딴그루인 나무도 있지만 대개 꽃에 암술과 수술이 달려 있고 꽃가루가 이동해 자손을 퍼뜨린다.

그러는 과정에서 바람이 되었든 아니면 벌이나 나비가 되었든 외부의 요인이 자신의 생식을 돕도록 어떻게 진화해 갔는지 보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가능하면 곤충이 오래도록 꽃가루를 묻히도록 유도하기도 하고, 때로는 꽃잎을 오므려 곤충을 가두다시피 해서 자신의 번식에 이용하기도 한다.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은 자손을 퍼뜨리는 것이 본능이다.

그런  면에서 식물은 곤충을 불러모을 수 있는 색깔의 꽃을 피우고, 향기를 퍼뜨린다.

그것이 그들만의 생존 방법이겠지.

그런 꽃들을 보면서 우리는 단순히 예쁘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치열하게 살아 남고 자손 번식을 위해 역경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꽃보다 과연 나은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만물의 영장이 아니다.

그저 다른 동식물과 어울려 잘 살아야 하는 하나의 존재일 뿐이다.

가끔 그런 사실을 망각하고 자연의 훼손시켜 다른 동식물이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반성하고 고민해야만 한다.

꽃도 곤충도 모두 더불어 사는 세상이 참으로 살 만한 세상 아닐까.

 

 이 책은 단순히 생물학적 지식뿐 아니라 그 사실을 詩的으로, 그리고 철학적으로 표현해 읽는 동안 여러 번 책장을 덮고 상념에 잠겼다.

거기에 수채화로 그린 꽃 그림까지 더해지니 오랜만에 그림책을 읽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다시 한번 음미하며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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