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상영시간 215분이나 되는 영화를 감상했다.
영화 상영 중간에 인터미션이 있지만 전혀 지루한 느낌이 없었다.
그만큼 영화가 몰입할 수 있게 잘 만들어졌다는 말이겠지.
제목 '브루탈리스트'는 브루탈리즘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브루탈리즘은 프랑스어 '노출 콘크리트'에서 유래했는데 거칠고 투박한 느낌 때문에 영어로 '잔혹한'이라는 뜻으로도 해석이 된단다.
영화를 보고 나면 건축에서 노출 콘크리트 기법뿐 아니라 주인공 라즐로 브로디의 삶을 표현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영화는 20C 중반 헝가리 출신 유대인 건축가가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고 미국으로 망명하면서 시작된다.
바닥까지 내려간 삶에서 우연히 그의 능력을 눈여겨본 사업가가 설계를 의뢰하는데 그 당시 흐름과 동떨어진 워낙 독특하고 개성있는 설계로 인해 결국 사업주와 갈등을 겪게 된다.
건축 설계뿐 아니라 영화에는 또다른 반전도 있다.
라즐로 브로디가 건축에 흥미를 잃게 하는 요인으로 이탈리아로 함께 출장을 갔다가 사업가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
이 일로 인해 건축은 중단이 되고 건축가는 헝가리로 돌아가게 된다.
영화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섞여 있지만 이것들이 겉돌지 않고 잘 버무려진 것은 감독의 능력 덕분이겠지.
영화에서 누군가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그 당시에 미국에서 활동한 헝가리 출신 건축가 모델이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나라에서는 꽤 알려진 건축가이지만 낯선 세상에서 다시 시작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건축에 약간 관심이 있어서 노출 콘크리트 기법이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처음 시도한 것인 줄 알았다.
그랬는데 이 당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는 걸 알고 나니 어느 날 새로운 것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애드리언 브로디는 정말 '찰떡 연기'로 주인공인 라즐로 토스를 표현했다.
고뇌하는 건축가의 모든 것을 온 몸으로 보여 주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았겠지.
긴 상영시간에도 무언가 한 아름 선물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을 안고 영화관을 나왔다.
이 영화를 선택한 다른 사람들의 표정도 그러했다.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 한 편으로 행복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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