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일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우리나라에서 연극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영화를 감명 깊게 본 기억이 있어서 연극도 보고 싶어졌다.
얼리버드로 저렴한 가격에 예약을 했다.
1년에 한두 번 친구들과 연극을 보는데 예술의전당에서 연극을 보는 건 오랜만이다.
어른들로 인해 상처를 받은 네 자매.
각자 개성있는 네 자매가 모여 살지만 그들은 서로 그래도 된다면서 위안이 되는 존재들이다.
세상을 더 오래 산 어른들이 무안해질 정도로.
일찍 가정을 버린 아버지의 죽음으로 생긴 넷째 동생.
오롯이 혼자가 된 동생을 받아들이며 바닷가 마을에서 네 자매가 살아가는 일상이 조곤조곤 펼쳐진다.
사실 아버지의 배다른 동생을 받아들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
자신들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있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넷째는 무슨 죄인가?
자신이 태어나고 싶어서 그런 아버지와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그런데도 죄의식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 넷째가 안쓰럽다.
티격태격하면서도 그런 동생을 보듬어주며 한 가족으로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가 바로 바닷마을 다이어리이다.
영화에서 어디가 배경이었는지 모르지만 그 바닷가에 가면 저절로 바다처럼 마음이 넓어질까?
누군가는 그렇게 말했지.
모든 걸 다 받아주어서 '바다'라고.
말장난 같기는 하지만 그럴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고 난 후처럼 연극을 보고 난 후에도 가슴에 온기가 고이는 느낌이다.
그렇게 서로 감싸주며 살아가면 세상이 좀더 살 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며 나오는 봄 밤길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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