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끼고... 917

영화 '엔니오 : 더 마에스트로'

영화를 열심히 찾아보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영화 음악 하면 '엔니오 모리꼬네'를 떠올릴 정도로 그 이름을 많이 들었다. 그런 대가가 나랑 동시대에 살았다고 한다. 2020년에 세상을 떠난 이탈리아의 영화 음악 대가 엔니오 모리꼬네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왔다고 해서 찾아 보았다. 내가 알고 있고 직접 관람한 영화 중에서도 영화음악을 엔니오 모리꼬네가 작곡한 작품이 다수였다. 하기는 누구든 알 만한 작품이 얼마나 많은가. '시네마 천국', '미션', '황야의 무법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러브 에페어', '시티 오브 조이' 등등 그 중에서도 '황야의 무법자'를 시작할 때 나오는 휘파람 소리는 정말 압권이었다. 악기 외에도 다른 것을 음악에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처음 보여..

利我; 고려의 선과 청자

청자 상감 연하봉파도용문 발 고려 14세기 전반 김기라 '선에서 정토로' 2023 한지터널 주전자 뚜껑 꼭지 하나에도 얼마나 섬세하지 고려인들의 손길과 솜씨에 새삼스레 감탄하게 된다. 개인 컬렉터의 작품으로 이번 전시가 채워진 듯한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재력과 안목이 겸비되어야 가능한 일 아닌가.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용변을 보는 매화틀까지 예쁘다. 화장품을 담는 용기. 꽤나 지체있는 귀족층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청자 상감 포도당초문 표형 병, 고려 13세기 후반 청자 철화 국화당초문 장고, 고려 13세기 전반 악기로 사용하지는 않았을텐데 이런 장고 모양 청자도 있다. 청자 음각 포류수금문 정병, 고려 13세기 전반 청자 상감 용문 매병

영화 '말없는 소녀'

날씨가 더워 간단히 트레킹을 하기로 했던 친구와 실내에서 놀기로 했다. 그래서 찾은 곳이 사당동 아트나인. 월요일이라 할인까지 받아 본 영화가 '말없는 소녀'이다. 원제는 '맡겨진 소녀'라고 하던가. 집안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데 아이는 많고, 또 태어날 아기까지 있어서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소녀 코오트. 여름 방학 동안 어머니의 친척에게 맡겨진다. 늘 무관심하고 심지어 무뚝뚝했던 부모에게서 받지 못하던 관심과 사랑을 받아본 소녀 코오트. 사실 가난하다고 해서 자식에게 무관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식을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성격적인 문제일 수도 있으리라. 사람에 대한 사랑이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이 영화는 보여준다. 코오트를 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서는 친척을 보다 결국 그를 쫓아 달려가..

영화 '슬픔의 삼각형'

개봉한 지 꽤 되는 영화 '슬픔의 삼각형'을 보러 갔다. 제목이 무슨 뜻일까 궁금했는데 웃을 때 미간에 생기는 주름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한다. 모델 야야와 칼. 그들은 협찬을 받아 호화 크루즈에 타게 되는데 그 배가 해적의 침입을 받아 전복하게 된다. 그 다음에는 어느 정도 짐작이 되지 않나? 몇몇만 살아남아 무인도에 도착한다. 돈과 명예 다 소용없고 일단 먹고 사는게 가장 중요한 일이 된 것이다.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겠지. 유명한 모델이든 크루즈를 살 수 있는 러시아 거부든, 크루즈의 총괄 매니저이든 아무 상관이없다. 구조될 때까지 그저 무인도에서 살아남아 목숨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청소 담당이었던 애비게일에게 충성(?)하는 수밖에. 무인도에서 누가 본다고 명품이 무슨 소용인가? 그래도 사람들은 한낱 ..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미국 작가 에드워드 호퍼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일찌감치 예약을 하고 전시장을 찾았다.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에드워드 호퍼의 한국 첫 개인전이다. 1900년대 초 미국 작가의 작품이 우리에게 어떻게 말을 걸고 있는지 돌아본다. 에드워드 호퍼 자화상 작가의 성격이 드러나는 듯하다. 에드워드 호퍼는 일상적인 풍경을 그냥 넘기지 않고 화폭에 담았다. 그래서 친근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에게 뮤즈는 조세핀 호퍼, 즉 부인이다. 함께 미술을 공부한 학도이지만 남편을 위해 자신의 작품 활동을 일정 부분 접은 점이 김기창 화백의 부인 박래현 화백을 떠올리게 한다. 두 사람 다 아내의 헌신적인 내조가 없었으면 그렇게 이름을 알리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에드워..

'한 점 하늘 김환기' 호암미술관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김환기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역시나 일찌감치 예약을 해 놓고 날짜에 맞춰 호암미술관을 찾았다. 섬이야기, 1940 풍경, 1930년대 초가집, 1950년대 이번 전시에서는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초기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김환기의 후기 전화도 좋지만 나는 초기 작품에 정이 간다. 우리나라의 산야와 풍경 등 우리 정서에 맞는 작품이라 푸근한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여인들과 항아리, 1960 김환기가 유난히 좋아한 달항아리 영원의 노래, 1956 정원, 1957 화가이자 수필가였던 근원 김용준이 그린 김환기 초상 김환기가 운영했다는 종로화랑 간판 화랑을 운영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메아리, 1965 무제, 1968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이런 점화 작업을 ..

김종영미술관

2002년에 우성 김종영 20주기를 기려 문을 연 김종영 미술관을 찾았다. 아담한 크기로 북한산 자락 평창동에 자리잡은 미술관은 간간이 사람들의 발길이 닿고 있었다. 아주 겸손한 작가의 말이다. 어쩌면 작가는 도를 닦는 심정으로 작품 활동을 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결벽증이 있었는지 사회적인 이슈나 설치물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학들이 지금까지 작가를 존경한다는 것은 오로지 수도자의 자세로 작품에 매달려 예술을 추구한 정신 때문 아닐까. 광장히 소박하게 작품으로 말을 하려고 하는 작가의 자세가 느껴진다. 나무, 돌, 철재, 청동 등 소재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작업을 해 나갔다고 한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정갈한 정원도 눈길을 끌었다. 정원에서 사브작사브작 혼자 ..

영화 '라이스보이 슬립스'

'캐나다판 미나리'라는 찬사를 받은 작품 '라이스보이 슬립스'를 관람했다. 실제 감독이 한국계 캐나다인이고, 이 영화는 감독 본인이 겪은 이야기를 담은 반자전적 영화라고 한다. 미혼모로 아이 아버지가 갑자기 죽는 바람에 세상의 손가락질이 버거워 캐나다 이민을 택한 소영. 피부색이 다른 그녀와 아들 동현이 캐나다에서 겪는 일상과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가 이 영화의 주된 기둥이다. 사실 얼마만한 의지를 가지고 캐나다행을 선택했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 소영은 공장에서 일하면서 오로지 아들만 보고 사는데 아들은 커 가면서 정신적 혼란을 이기지 못해 마약에 손을 대고 방황한다. 그나마 자신에게 의지가 되는 남자 친구가 청혼을 하지만 소영이 암에 걸렸음을 알게 된다. 소영은 강인한 여성이기는 하지만..

전시 '피카소와 20C 거장들' - 마이아트 뮤지엄

친구가 함께 전시회에 가자고 제안을 하여 화창한 봄날 마이아트 뮤지엄을 찾았다. 이곳이 벌써 세번째 방문이던가. 제목은 '피카소와 20C 거장들'. 그런데 처음 들어본 작가들이 꽤 많다. 나름대로 열심히, 그리고 부지런히 전시회를 찾아다닌 편인데 무슨 일이지? 친구 역시 갸우뚱 한다.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니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원죄의식 때문에 세계적으로 그 동안 독일 작가들의 작품이 많이 소개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한,독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루드비히 미술관 컬렉션을 선보이는 자리라고 하네. 루드비히 미술관은 쾰른 최초의 현대 미술관으로 피카소, 달리를 비롯하여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의 작품 등 다수를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아방가르드, 초현실주의, 추상표현주의, 팝아트, 미니멀리즘..

안양시립합창단 '신입사원 퇴근길 음악회'

제목이 재미있다. '신입사원 퇴근길 음악회'라...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 하면서 친구와 신입사원이 직장생활에 힘들어하니 퇴근길에 음악을 들으며 힘내라는 위로의 의미 아닐까 이야기를 했다. 물론 그런 의미도 있겠지만 음악회가 끝나고 나니 중의적 의미 아니었나 싶다. 안양시립합창단에 새로 단원이 된 신입단원들을 무대에 세운 음악회였다. 다들 나름대로 내로라 하는 실력을 갖춘 인재들이라고 한다. 성악을 전공하고 정규직 일자리를 찾기 쉽지 않은데 그 어려운 관문을 뚫은 친구들이 앞으로 어떤 무대를 꾸며줄가 기대가 된다. 음악회 프로그램도 부담이 적은 곡 위주로 선곡했다는 느낌이 든다. 오페라 아리아 뿐 아니라 우리 가곡도 포함되어 좀더 편안한 시간이었다. 새로운 가곡도 더 많이 무대에서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