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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고, 느끼고...

영화 '라이스보이 슬립스'

by 솔뫼들 2023.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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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판 미나리'라는 찬사를 받은 작품 '라이스보이 슬립스'를 관람했다.

실제 감독이 한국계 캐나다인이고, 이 영화는 감독 본인이 겪은 이야기를 담은 반자전적 영화라고 한다.

 

 미혼모로 아이 아버지가 갑자기 죽는 바람에 세상의 손가락질이 버거워 캐나다 이민을 택한 소영.

피부색이 다른 그녀와 아들 동현이 캐나다에서 겪는 일상과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가 이 영화의 주된 기둥이다.

 

 사실 얼마만한 의지를 가지고 캐나다행을 선택했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

소영은 공장에서 일하면서 오로지 아들만 보고 사는데 아들은 커 가면서 정신적 혼란을 이기지 못해 마약에 손을 대고 방황한다.

그나마 자신에게 의지가 되는 남자 친구가 청혼을 하지만 소영이 암에 걸렸음을 알게 된다.

소영은 강인한 여성이기는 하지만 그럴 때 사실 얼마나 막막할까?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가슴이 답답했다.

 

 자신과 아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소영은 한국을 방문한다.

아이 아버지의 고향 강원도를 찾아 남편의 부모님이자 아들 조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아이 아버지 무덤을 찾는다.

그러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오열한다.

나뿐 아니라 다른 관객들도 여기저기에서 눈물을 닦느라 바빴다.

 

 강원도의 자연이 소영과 아들을 받아주고 안아 주었다고 하면 지나칠까?

영화를 보면서 투박하고 얼마간 촌스러운 강원도의 모습에서 소영이 편안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들에게 아버지 이야기를 하지 않다가 아버지의 고향과 자연, 그리고 존재를 알리면서 소영이 원하는 바를 얻지 않았을까 싶다.

떠나 있어도 가슴 속 한 구석에 있는 무언가...

 

 겉으로 보기에 화려할지 몰라도 낯선 타국에서의 삶은 얼마나 두려움으로 다가올까?

더군다나 혈혈단신 자신만 믿는 아들 하나 데리고 타국에서 정착하려면 얼마만한 의지와 인내가 필요할까.

사회 문제를 슬그머니 바탕에 깔고 있지만 모든 사람들의 삶에 있는 문제를 파고든 감독의 의도가 돋보인다.

소영의 남자 친구로 영화에 등장한 감독의 모습에서 내가 찾고 싶은게 있었을까?

 

제목의 '라이스보이'는 도시락으로 밥을 싸가는 아들을 백인들이 놀리는 말이다.

어쩌며 그 말 속에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건 아닐까.

먹는 것이 많은 걸 지배한다고.

어렸을 적 빵을 그렇게도 좋아했던 사람이 오늘도 밥을 앞에 두고 생각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