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옥연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갤러리 현대에서 열린다고 해서 찾아갔다.
생각보다 작품수가 많지 않아서 좀 실망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작품이 많이 팔려 유족이 가지고 있는 작품이 거의 없다는 말에 다른 작가들과 달리 유복한 말년을 살았으리라 싶으니 마음에 위안이 된다.
회화가 아니라 조각 분야이기는 했지만 가까이는 권옥연과 9촌간이었던 권진규도 작품이 팔리지 않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았던가.
이중섭도 마찬가지이고.
그러니 작품이 많이 팔렸다는 건 얼마나 큰 행운인가.
그리고 언젠가 소장가들이 작품을 내보이지 않을까 기대를 해 본다.
프랑스 파리 유학시절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여체 위로 달이 떠 있고, 새가 날아간다.
이런 그림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 시기 한국 작가들은 소를 참 많이 그렸다.
우리 민족과 소를 동일시했다던가.
어떤 동물이 입을 크게 벌리니 입으로 사람이 들어갈 것 같은 모습이다.
작가는 이 그림을 그리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프랑스 유학시절 파리 골목을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권옥연에게는 부인 외에 특별한 모델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묘한 분위기의 여성이 계속 등장한다.
상상을 통해 만들어낸 인물이라고 하는데 여성 초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 모습이 비슷하다.
권옥연이 생전 가꾼 '궁집'에서 찍은 사진인 것 같다.
작품이 팔릴 때마다 궁집에 돈을 투자해 만들어진 권옥연 기념관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조선 21대 임금 영조가 막내딸 화길옹주에게 지어준 집이 남양주에 있는데 나라에서 재목과 목수를 보내 지었기에 궁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궁집 소유주가 여러 번 바뀌다가 요정으로 쓰일 뻔하게 되자 권옥연이 이 집을 매입했다.
그리고 부인 이병복과 함께 곳곳의 개발로 사라져갈 위기의 한옥 9채를 구매해 옮겨다가 1만평이나 되는 곳을 가꾸었다고 한다.
부부는 권옥연의 호인 無衣子 문화재단을 설립해 40년간 이곳을 가꾸다가 2019년 남양주시에 기증했다고 한다.
남양주에서는 이곳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 일반에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아직 제대로 준비가 안 된 모양이다.
권옥연의 발자취도 궁금하고 그들의 정성도 느껴볼 겸 날이 풀리면 한번쯤 발걸음을 해 보아야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든다.
집이 엎드린 것처럼 나지막하게 있는 그림에서 겸손하고 편안함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권옥연의 작품은 대개 무채색이다.
꽃마저 무채색으로 그린다.
청회색이나 카키색이나...
'권옥연 그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는 색을 아껴(?) 썼다.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림을 보면서 생각에 잠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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