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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TMB를 걷다 ; 마지막날 (포클라즈 고개 - 샤모니) 20160715 (2)

솔뫼들 2016. 8. 19.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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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한 나절 걷고 트레킹이 끝나기는 하지만 일찍부터 걸어서 그런지 허기가 지네.

내리막길이기는 하지만 경사가 만만치 않다.

이 코스로 올라왔으면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잠시 쉬어갈 만한 장소도 없어 쉬지 않고 걷는다.

길이 좁아 때로는 올라오는 사람들을 위해 길 한쪽으로 비켜 주어야 한다.

아까는 겨울이더니 프랑스로 넘어오면서는 봄이다.

질척이는 길은 가축의 분뇨인지 진흙인지 구분이 안 된다.

나중에는 결국 가리지 않고 걷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동양 사람이 많지 않아서인지 올라오는 서양 사람들이 어디에서 왔느냐고 계속 묻는다.

한국인만큼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아웃도어용품 시장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라고 하지 않는가.

세계 2위라지만 인구를 감안하면 가히 1위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등산하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 다른 사람 의식하는 문화에 유행까지 더해 아웃도어시장이 한껏 커졌지.

지금이야 과포화상태라서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기는 하지만.

 

  

 많이 내려왔다.

배가 고파 혹시나 간식을 먹을 시간을 주지 않을까 했다.

그런데 가이드 비는 화장실을 다녀올 시간만 주고 내처 갔으면 하는 눈치이다.

모르기는 해도 계획된 시간보다 더 지체가 된 것 같다.

얼른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 쉬고 싶겠지.

 

 간식 먹을 시간을 달라 하고 얼른 바나나와 빵을 입에 밀어 넣는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점심을 이렇게 먹는군.

커피를 권하는데도 비는 멀리 떨어져 전화 통화를 하더니만 담배만 피우고 있다.

우리가 빨리 움직여주어야 하겠는걸.

나는 바로 가이드 비 뒤를 따라 걷는다.

고문님은 후미를 맡으셨으니 천천히 오실테고.

 

 

 머리 위로 지나가는 케이블카가 보인다.

곳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해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구나.

심지어 정상 부근에서 다른 곳으로 가는 케이블카를 갈아탈 수도 있다니

알프스는 관광객들이 몰릴 만한 인프라를 잘 갖추었다고 하겠지.

우리나라 대중교통 버스처럼 환승할인해 주는 시스템은 없나 농담을 하면서 걷는다.

 

 다 내려왔다.

오늘은 6.5km 걸었단다.

이렇게 알프스 TMB 트레킹은 막을 내렸다.

일행들이 모두 모이자 마지막을 장식하는 단체사진을 찍고

가이드 비에게서 알프스 TMB 트레킹 완주증을 받았다.

가이드 비는 웃으면서 우리가 차를 타고 이동했다는 말은 씌어 있지 않다고 농담을 한다.

이 증서를 보면 170km 전 구간을 걸은 것으로 안다는 말이네. 후후

 

 

 고문님께서는 트레킹 중간에 약속하신 것처럼 본인이 쓰시던 의자와 방수복 하의를 가이드 비에게 건네신다.

선물이라면서.

의자야 그렇다 쳐도 방수복은 몇 번이나 가이드 비가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었지.

심지어 다른 가이드에게 방수복을 가리키면서 설명까지 했고.

프랑스에는 그런 아이템이 없다고 하면서 한국인들은 참 다양한 아이디어로 물건을 만든다나.

트레킹 내내 후미를 맡아 가이드의 할일을 덜어 주었고, 또 통역까지 자처하셨는데

이렇게 선물까지 하셨으니 아마도 가이드 비에게 고문님은 특별한 한국인 트레커로 남지 않을까 싶다.

6일간 정들었던 가이드 비와 작별을 하고 우리는 몽블랑행 케이블카를 타는 곳으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