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이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 어디를 갈까 오래 고민했다.
성남 누비길이라는 걷는 길이 있다기에 자료를 찾아보았으나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접근성이 불편해 여러 명이 만나기에 아주 불편해 보인다.
* 그래서 여기저기 인터넷을 찾아다니다가 수원 팔색길을 검색해 보았다.
시내를 돌아다니는 길은 당연히 제외.
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광교호수공원을 돌면 어떨까 생각을 했다.
주변에 아는 사람이 없을까 물어보았으나 시원스런 대답을 듣지는 못 한 채 전철로 가능하다기에
그곳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제발 나무 그늘이 많아야 할텐데...
* 오전 9시에 양재역에서 만나 신분당선 전철을 이용한다.
신분당선은 처음 타 보는데 요금이 비싸기는 하지만 쾌적해서 좋다.
20분만에 광교중앙역에 도착한다.
지인의 말을 빌면 여기에서 15분 가량 걸어야 한다고 했지.
전철역에 표시된 출구로 나가 앞을 보고 두리번거리며 걷는다.
* 10분 정도 걷자 막 고층으로 올라가고 있는 아파트 건물과 호수가 눈 앞에 나타난다.
호수쪽으로 방향을 잡고 호숫가 데크를 따라 걷는다.
오전이어서인지 가끔 운동하는 사람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불볕 탓에 오가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이 더위에 호숫가를 걷는다고 왔으니 완전히 정신 나간 사람 취급 받겠군.
* 오랜만에 나오신 이자문님 걷기 시작하자마자 늘 하시는 말씀,
' 배낭도 무거운데 먹고 마시고 가요.'
길가 나무 그늘을 찾아 아침부터 커피에 와인까지 즐긴다.
누가 보면 참으로 웃기는 일이다.
여기 걷는다고 제대로 배낭을 메고 오는 사람도 드물테고, 거기에 시작하자마자 자리를 펴고 마시는 사람들고 그렇고...
* 그렇게 배를 채우고 햇볕 속으로 나선다.
다행히 간간이 바람이 불어준다.
광교호수공원은 원천호수와 신대호수 2개로 이루어져 있다.
호수 주변에 신도시를 만들면서 공원을 조성한 것이고.
* 생각보다 호수가 커서 길이 헷갈린다.
안내지도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고 가끔 안내원들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이 그런 일을 맡아 하는 걸 보니 아마도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수원시에서 일부러 그러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 안내를 하시는 분께 여쭈어 본 후 언덕을 올라가 신대호수 방향으로 걷는다.
여기가 더 깔끔해 보인다.
한적한 길을 따라 걷는데 수초가 바람에 흔들린다.
어떤 무늬를 그리고 있는 것 같은 水面이 예뻐서 착칵!
* 길가에 벌써 벌개미취가 한창이다.
노랑 벌노랑이도 많이 피어 있고.
이들은 이렇게 더운 날씨가 마음에 들까?
물론 날씨가 누구한테 물어보고 덥고 추운 건 아니지만.
* 호숫가를 한 바퀴 돌아 널찍한 데크가 있는 쉼터에 자리를 폈다.
다행히 이곳에는 나무 그늘도 널찍하다.
기온이 36도 올라간다고 하지만 집안에서 꼼짝 않고 있는 것보다는 이렇게 이열치열 걷는게 낫지 않을까 위안을 삼으면서.
* '푸른바람'님은 작년 이맘때 생각하면 자신의 변한 모습이 스스로도 신기하단다.
당연히 에어컨 틀어놓고 '큰 大'자로 누워 있었겠지.
산이, 그리고 좋은 사람들이 이렇게 '푸른바람'님을 불러낸 것 아닐까?
* 싸온 도시락을 먹으며 웃고 떠드니 더운 줄도 모르겠다.
게다가 호수를 스쳐온 바람은 얼마나 고마운가.
기온은 체온에 육박한다지만 자연 속에서 만나는 바람은 그래도 얼마나 부드러운가.
* 점심을 먹고 한동안 쉰 다음 다시 배낭을 멘다.
돌아가야 하나 잠시 고민을 했는데 고문님께서 스마트폰을 확인하시고는 숲쪽으로 길이 있다고 하신다.
잠시 숲속 길로 접어들었다가 다시 호숫가로 나선다.
* 호숫가에는 하얀 풍선도 떠 있고,
멋진 다리도 놓여 있고,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정말 공원을 다양한 공간으로 만들어 놓았구나.
* 신대호수를 따라 걷다가 다시 원천호수 쪽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공원 곳곳에 수돗가가 마련되어 있다.
나를 비롯해 모두들 물만 보면 저절로 발길이 그쪽으로 간다.
손과 팔을 씻어 체온을 낮추고,
손수건을 적셔 목에 걸기도 하고,
모자에 물을 뿌리기도 하고...
* 이제 두 호수가 만나는 개천길을 따라 걷는다.
잠깐씩 그늘이 있어 반갑다.
작기는 하지만 개천에 있는 다리 아래에 사람들이 자리를 펴고 더위를 피한다.
어릴 때 다리 밑이 가장 시원하다고 했었는데 지금도 유효하군.
* 개천을 벗어나 잠시 나무 그늘에서 땀을 식힌다.
그저 불볕더위에는 얼음물만한 것이 없다니까.
* 안내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발길을 옮긴다.
이제는 이정표에 수원팔색길 중 여우길이란다.
이름이 재미있군.
* 멀리 우리가 걷기 시작한 지점이 보이는 걸 보면 꽤 걸었다는 이야기이다.
아무도 불평 없이 이 더위에 나무 그늘도 별로 없는 길을 뚜벅뚜벅 걷는 것이 고맙다.
* 가다가 보니 아이들이 바닥 분수에서 놀고 있다.
오늘 아쿠아 등산화를 신었는데 나도 들어가볼까?
어이쿠! 한쪽 물은 종일 데워져서 거의 뜨겁게 느껴진다.
시원한 걸 기대했는데...
다행히 아이들이 뛰어노는 쪽은 그나마 낫다.
아이들마냥 동심으로 돌아가서 분수 물에 옷을 적시고 발도 첨벙첨벙 담그고...
멀리 지켜보기만 하시는 이자문님, 유사장님 부러우시지요?
* 잠시 놀았으니 이제 마무리를 해야지.
잘 만들어진 데크를 따라 걷다가 전철역으로 향한다.
이곳 지리도 잘 모르는데다 모두 서울로 가야 하는 상황이니 일단 전철을 타기로 했다.
기온이 36도를 육박하는 날, 정말 별일없이 트레킹을 끝내서 고마운 생각이 든다.
* 출발지점인 양재역에서 내려 전에 몇 번 간 적 있는 평창 할마이집에서 뒤풀이를 했다.
대로변에서 골목으로 들어가기는 했지만 공간이 훨씬 넓고 단정해졌다.
여기에서 웃음꽃을 피우며 또 하루를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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