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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

솔뫼들 2025. 2. 2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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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가 추천해 준 책을 손에 들었다.

최근 읽은 ' 물고기는 없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등과 같은 진화생물학  관련 책이다.

사실 이런 책은 읽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며 재미있게 읽는데 기초지식이 부족해서인지 읽고 돌아서면 기억나는 것이 없다.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불완전한 진화 아래 숨겨진 놀라운 자연의 질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내가 얼마나 진화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나 이 책을 보고 알게 되었다.

나는 진화는 늘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쪽으로 된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부제에 있는 것처럼 불완전한 진화도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1장 죽거나 배 고프거나

2장 뻐꾸기 둥지에서 날아간 것

3장 무임승차자

4장 아름답고도 저주받은 자

5장 일곱번째 이빨의 행방

6장 극단적 이타주의

7장 잔인한 타협

8장 함정에 빠진 진화

9장 썩 괜찮은 약점

10장 인간이 향하는 곳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

자신의 알보다 훨씬 큰 알인데도 불구하고, 그리고 심지어 자신의 새끼를 밀어내고 자기가 주는 먹이를 독차지하는데도  숙주는 운명(?)대로 남의 알을 품고 키워낸다.

뻐꾸기뿐 아니라 찌르레기, 뻐꾸기핀치 등도 탁란을 한다.

곤충도 자신의 새끼를 다른 곤충이 기르게 하기도 한다니 자연은 참 신비롭기도 하고, 이해하기 쉽지 않기도 하다.

 

 유칼립투스만 먹고 사는 코알라는 굶어죽는단다.

여러 번 새 이빨이 나는데도 이가 다 빠져 결국 굶어죽는다는 코알라.

참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생각보다 자연에는 참으로 많다.

오묘하다고 해야 할까?

물 속에서 사는 생물은 무조건 부레와 아가미가 있고 물 속에서 숨을 쉰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포유류인 고래는 허파가 있어서 숨을 쉬기 위해 물 위로 올라와야 한단다.

 

중요한 교훈이 하나 있다면, 진화가 어떤 방향으로도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되려 진화는 목적이 없고, 수동적이고, 비도덕적이다. 이것은 자연 선택이 선호하는 것과 문명화된 인간으로 우리가 열망해야 할 것 사이에서 연관성을 도출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 중 하나이다. 또 다른 이유는 진화적 변화의 가장 직접적인 주체가 개체가 아닌 유전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존, 번식, 죽음의 이 고된 강에서 우리가 '목적'을 발견할 수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 수혜자가 아니란 것을 확신할 수 있다.

 

저자가 마지막 장에서 하는 말이다.

천천히 읽으며 곰곰이 곱씹어보아야 할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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