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살아 있는 산'이다.
30년 넘게 산 언저리를 헤매고 다닌 사람으로서 제목만 보고 책을 선뜻 구입했다.
산 관련된 책이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산에 관련된 산문으로는 나름대로 고전에 들 만큼 사람들의 평이 좋다.
당연히 호기심이 발동했다.
작가가 이 글을 써 놓고 오랫동안 출간을 못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최근(?) 출간이 되었는데 책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라고나 할까.
'경이의 존재를 감각하는 끝없는 여정'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작가가 고향인 스코틀랜드의 케언곰 산맥을 오르내리며 느낀 소감을 쓴 책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철학적이기도 하고, 심오하기도 하고, 때로는 슬며시 웃음이 나게 재미있기도 하다.
작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산에 가는 것처럼 산에 간 것이 아니다.
산에 들어가 산을 깊이 느끼고 알기 위해 잠을 자기도 하고, 숨소리를 듣기도 하고, 대화도 나눈다.
작가가 산에 들어가 산을 묘사하고 표현하는 걸 읽다 보면 저절로 숨이 멎을 것만 같다.
얼마나 산에 침잠하면 그런 글이 나올까.
산에 대한 애착과 정성, 그리고 자연을 대하는 태도 등등 생각할 거리가 많다.
나는 도대체 산을 다니며 무엇을 한 것일까?
자꾸 뒤돌아보며 반성하게 만든다.
불교도가 산으로 순례를 떠나는 이유를 이제야 조금이나마 알겠다. 그 여정 자체가 신을 찾는 방법의 일부다. 그 것은 존재 속으로의 여정이다. 산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할수록 나 자신의 삶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
존재를 안다는 것은 산이 내려주는 최후의 은총이다.
이렇게 작가는 글을 끝맺는다.
곁에 두고 수시로 읽을 책이라는 생각에 소중하게 책장에 꽂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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