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끼고...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을 보고

솔뫼들 2005. 9. 25.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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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오랜만에 고전극을 보았다.

대학시절 그리도 많이 연극을 보러 다녔건만 정작 셰익스피어 희곡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닌가.

아무튼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의 하나인 '햄릿'을 보러 장충동까지 나들이를 했다. '햄릿'보다도 '이윤택'이라는 연출가에 더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비가 부슬부슬 내려 야외극장에서 공연이 제대로 될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공연 시작 전에 비는 그쳤다. 국립극장을 개보수 한 후 처음 가 보니 느낌이 새롭다. 가을비에 촉촉히 젖은 남산을 배경으로 괜찮은 연극 한편 보는 맛을 무엇에 비길까?

 

 길게 줄을 서서 공연을 기다리는 동안은 주최측에 조금 짜증이 났다. 어차피 자유석이라 빨리 들여 보내도 될 것 같은데 마냥 기다리게 하는 것이

아직도 곳곳에 서비스 정신이 부재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공연은 8시 시작. 겨우 무대 정면 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햄릿은 실제 덴마크 왕자였다. 셰익스피어는 이런 역사적 사실을 희곡으로 만들었다.

햄릿은 죽은 부왕의 원수를 갚기 위해 호레이쇼 같은 친구들을 동원해 연극을 하고 미친 척 하며 삼촌인 클로디어스를 죽일 계획을 세우는데...   그 와중에 햄릿이 연인 관계인 오필리어의 아버지를 죽이게 된다.   연인은 미치고 아버지가 연인의 칼에 죽음을 당하자 오필리어도 미쳐서 삶을 마감한다. 이로 인해 햄릿은 오필리어의 오빠와 결투를 하게 된다. 오필리어의 오빠는 클로디어스의 사주에 의해 칼 끝에 독약을 묻히고 물에 독을 타 넣는데, 독을 탄 물에 클로디어스가 사랑하는 왕비 즉 햄릿의 어머니가 죽고 그 칼에 자신과 클로디어스도 목숨을 잃게 된다. 자업자득인 셈이지. 햄릿, 클로디어스, 그리고 오필리어의 오빠와 왕비가 한꺼번에 죽게 되는 것이다.

극은 그렇게 막을 내리는데 볼만한 것은 비극임에도 중간중간 웃음거리를 만들어내는 연출가의 능력. 여러 명이 죽자 중간에 저승사자가 둘 등장하는데 해골 하나를 들고 이러니저러니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해골이 여자냐, 남자냐, 아니면 젊으냐, 늙었냐 하는 질문에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한다. 사실 죽고 나면 정말 겉이 어떠하든 무엇이 중요할꼬? 그냥 바가지에 구멍 몇 개 뚫린 하나의 해골일 뿐이지. 아옹다옹 하고 나는 우리네 삶에 대해 비틀어대는 모습이 해학적이면서도 가슴을 찔렀다. 역시 연출의 귀재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우리 가락을 실어내는 솜씨라니...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사람은 다 같은 모양이다. 명예와 여자를 위해 싸우고, 죽고, 죽이는 세상. 모양만 달라졌다 뿐이지 그대로이다. 그래서 고전은 세월이 흘러도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를 건드려 감동을 주는게지. 버스에 흔들리며 집에 오는데 여운에 잠겨 버스 엔진소리조차 연극의 배경음악으로 귀에 들려오는 듯 했다. 하나 안타까운 것은 야외극장이다 보니 각종 소음이 연극 감상을 방해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마당극이 아닌 다음에야 제대로 된 실내 무대에서 공연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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