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
잠시 쉬고는 정신을 차려 봅니다.
해가 조금 기울어질 즈음 사막 투어를 하기로 했거든요.
작은 사막이라고는 하지만 사막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 때문에 기대가 큽니다.
저는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사막에 이번에 가게 되는 셈이네요.
친구는 힘들다고 숙소에서 쉬겠다고 합니다.
전에 사막에 가본 적이 있다고 하면서요.
사막 투어를 하는 곳에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른, 아이, 동양인, 서양인에 심지어 동자승까지 단체로 구경을 왔군요.
일행 중 일부는 쌍봉낙타 사파리를 하러 갑니다.
저는 모든 타는 것에 질려 낙타 사파리를 포기하고 사막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사파리를 안 하는 일행과 함께 구경하기 좋은 장소로 이동을 합니다.
빈약하지만 사막이라 그런지 풀포기를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있는 식물은 무척 거세어 보이네요.
근처에서 오가며 풀을 뜯는 소는 이런 풀을 뜯어 먹을까요?
프랑스의 작가 샤토브리앙은 이런 말을 했지요.
'문명 앞에는 숲이 있고, 문명 뒤에는 사막이 있다.'
지역적으로 이곳도 그럴지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만...
모래 곳곳은 희끗희끗 합니다.
아하! 왜 그런가 했더니 염분기가 있군요.
아주 오래 전 이곳이 바다였다는 증거이겠지요.
주로 바닷가에 피는 해당화가 이곳에 피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모래에 발이 푹푹 빠집니다.
게다가 경사까지 있어 걷기가 쉽지 않군요.
이게 모래 위를 걷는 맛이지요.
바닷가에서 걸을 때도 마찬가지이고요.
멀리 눈을 주자 자연스러운 느낌의 곡선이 눈에 들어옵니다.
둥긋한 모래 언덕이 정말 장관이군요.
바람이 만든 무늬에 취해 눈을 돌릴 수가 없습니다.
모래 위에 앉아 모래가 만든 아름다움에 빠져 있습니다.
모래를 가지고 장난을 치고 싶은데 혼자서 그럴 수가 없군요.
연인끼리 모래를 던지기도 하고, 그림자 놀이를 하기도 하고, 마주 보고 멋진 모습을 연출하기도 하고...
시선이 미치는 거리만 가늠되는
무한의 모래 사막
어디를 둘러보아도 모래뿐인
모래의 중심에
발자국이 찍힌다 바람은 어딘가에
숨었다가 나타나
발자국과 그림자마저 지워버리고
흔적 없이 떠난다
말이 없다 소리를 질러도 그뿐
소리는 어디론가 증발해 버리고
무거운 적막이 내려온다
밤보다도 더 무거운 적막 아래
밤보다도 더 어두운 낮이 내려온다
보다가 보다가 눈이 지쳐
눈을 감는다 감아도 그뿐
사막만 보이고
존재하는 모든 색을 모래로 바꾸고
존재하는 모든 것을 모래로 덮어버려
하늘도 구름도 사막이다
그저 사막으로 존재한다
유창섭의 < 사막 > 전문
사막 구경과 사람 구경에 지칠 즈음 함께 놀던 일행이 모래 언덕 너머에서 슬그머니 고개를 내밉니다.
소리 높여 이름을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더니 말입니다.
함께 카페에 들어가 음료수를 한 잔 마시고 있는데 낙타 사파리를 끝낸 일행들이 보입니다.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은 계곡에 신발을 벗고 들어갑니다.
잠깐 고민을 하다가 마음을 접고 다른 사람들이 노는 걸 바라봅니다.
개구쟁이처럼 즐거워 보입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보이네요.
나이가 들어도 누구에게나 어린시절의 순수함이 남아 있겠지요.
이럴 때 그런 것이 불쑥 나온다고나 할까요?
숙소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황홀한 시간이었습니다.
모래 언덕에 혼자 생각없이 앉아 있는 시간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네요.
그림자가 길어지는 시간, 물에 비친 풍경을 찍느라 큰 카메라 둘러멘 사람들은 야단입니다.
덩달아 차에서 내려 셔터 몇 번 누르고 숙소로 향합니다.
친구는 조용히 책을 읽으면서 쉬었다는군요.
여행 중 그런 시간도 소중하지요.
저녁을 챙겨 먹고 쉬려는데 누군가 정원이 넒은 곳에서 캠프 파이어를 하자는 제안을 하네요.
이제 路毒이 쌓여 살짝 귀찮은 생각이 드는데 여럿이 어울리는데 혼자 빠지는 것도 마음이 그리 편하지 않습니다.
하는 수 없이 두꺼운 羽毛 재킷을 꺼내 입고 모닥불가에 모여 앉습니다.
젊은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군요.
한 친구가 스마트폰으로 우리 세대에 익숙한 노래를 들려줍니다.
모닥불에 취하고, 노래에 취하고, 기분에 취하는 누브라밸리 훈두르의 밤입니다.
'여행기,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도 라다크 여행 여덟째날 - 뚜루뚝 (0) | 2019.09.27 |
---|---|
인도 라다크 여행 여덟째날 - 누브라밸리 훈두르 (0) | 2019.09.26 |
인도 라다크 여행 일곱째날 - 누브라밸리를 향해 (0) | 2019.09.24 |
인도 라다크 여행 여섯째날 - 레 주변 곰파 둘러보기 (2) (0) | 2019.09.23 |
인도 라다크 여행 여섯째날 - 레 주변 곰파 둘러보기 (1) (0) | 2019.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