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 차에 오릅니다.
뚜루뚝으로 가는 길입니다.
뚜루뚝은 여행자에게 개방된 지 불과 10여년 밖에 되지 않는 이슬람 문화권의 극오지 마을이랍니다.
1971년까지 파키스탄 영토였다고 하지요.
가는 길에는 마을들이 꽤 보입니다.
이 지역도 주로 이슬람 문화권인지 여성들이 히잡이나 부르카를 쓰고 있습니다.
이슬람 여성들에게 사진을 찍겠다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은 엄청난 무례라고 가이드가 계속 주의를 주네요.
차창을 통해 밀짚을 지고 오가는 여성들이 보입니다.
주로 여성들이 힘든 일을 하는 걸 보면 마음이 답답하기도 한데 그래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는 하네요.
그러나 바로 포기합니다.
그들의 삶을 존중해야 하니까요.
헐벗어 우악스러워 보이는 산이 있고,
힘찬 물소리를 내며 흐르는 강이 보이고,
그런 길을 가다가 보면 실낱 같은 길이 이어지고 거기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마을이 보입니다.
드디어 뚜루뚝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꽤 높은 언덕배기에 숙소가 있네요.
배낭을 둘러메고 가파른 계단길을 오릅니다.
에구, 그나마 짐이 많지 않으니 다행이군요.
숙소는 뚜루뚝 호텔.
이 마을에 유일하게 있는 호텔이랍니다.
가는 도중 보니 여기저기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있군요.
대부분 숙박업소 같습니다.
여행객에게 개방된 지 얼마 안 되어 때가 안 묻었다고 하는데 순식간에 관광지로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됩니다.
호텔에 도착하자 일찍 방을 비우지 않은 여행객들과 주인이 실랑이를 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우리 때문이었다고 하네요.
좀 미안해집니다.
우리가 기다리면 되는데 말입니다.
마을 앞으로는 커다란 개천이 흐르고 그 너머에는 어디나 그렇듯 붉은산이 버티고 있습니다.
뒤에도 역시나 우뚝 솟은 산이 보이는군요.
다행스러운 것은 여기도 키재기하듯 쭉쭉 뻗은 미루나무가 눈맛이 나게 합니다.
거기에 오지게 열매를 달고 있는 살구나무는 또 어떤가요?
어릴 때
나무로 살고 싶어 올려다본 그 나무
하나둘 보이지 않아
나무로 살지 못했네
뿌리박고 사는 삶이 쉬울 리 있을까만
그리워
정처 없이 떠돌다 강가에 닿았네
호드기 가락 들릴 듯 청아한 길가에
그윽한 그 나무들 팔 벌리고 반겨주어
배꼽인사를 드렸네
머무를 수밖에, 떠날 수밖에 없었던
우리는 헤어지고 만나도
걸어온 길은 묻지도 않았네
걸어갈 길 앞에 손뼉을 치고 있었네
양민주의 < 미루나무 > 전문
짐을 풀고 나니 나른합니다.
점심을 먹고 늦은 오후까지 자유롭게 쉬기로 했습니다.
빨래를 해 널고 책 한 권과 친구해 침대에 눕습니다.
책을 보다 졸다가...
그러다가 가끔 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을 감상합니다.
종일 허리 한번 못 펴고 밭일을 하는 아낙네가 보입니다.
한낮 햇볕이 제법 따가운데 말입니다.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군요.
해가 기울어질 즈음 마을 구경에 나섭니다.
마을은 그다지 크지 않군요.
어린아이들이 아주 많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우리 뒤를 졸졸 따라다니기도 하는군요.
마을 한쪽에는 물을 가두어 아이들 풀장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속옷만 입고 입술이 시퍼래지도록 물에 뛰어들며 놉니다.
멋진 놀이터군요.
마을에는 좁은 인공 개울이 여기저기 흐릅니다.
그 물을 이용해 빨래를 하는 사람도 있고 장난을 치는 아이들도 있고...
당연히 농업용수로도 이용이 되겠지요.
건조한 기후 같은데 생각보다 물이 많아서인지 그리 척박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물이란 그런 존재이지요.
보기만 해도 촉촉한 느낌을 주는.
가이드가 우리가 가지고 간 학용품과 헌옷을 동네 사람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그런 걸 보니 좀더 가지고 올 걸 하는 생각을 합니다.
짐 무게도 신경이 쓰였고 아무리 빨았다고 하지만 입던 옷이라 선뜻 가져오지 못 했는데 아쉽습니다.
그들에게 그런 것도 무척 귀하게 쓰이고 있다는게 눈에 보이거든요.
사실 우리는 옷이 해어져서 못 입는 게 아니라 좀 낡았다든지 유행이 지났다든지 하여 버립니다.
우리가 얼마나 물건을 헤프게 쓰고 있는지 반성하게 되지요.
모자 하나를 받은 어르신이 우리를 집으로 초대하셨습니다.
이들의 집을 구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네요.
허리를 굽히고 2층으로 올라가자 역시나 살구나무가 반겨 줍니다.
어린아이를 안은 그 분 따님이 우리에게 밀크티를 대접하는군요.
그분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다른 밀크티보다 훨씬 감사히 마십니다.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윗마을과 아랫마을을 잇는 다리가 보이는 곳에 위치한 카페입니다.
음료수를 한 잔씩 시키는데 라마유르에서 마신 살구주스가 탈이 난 것 같아 코카콜라를 한 병 시킵니다.
코카콜라 한 병에 40루피군요.
콜라는 미지근합니다.
냉장고가 없으니 당연한 것이겠지요.
그나마 마실 게 있다는 것에 감지덕지합니다.
카페 전망 좋은 자리에는 물담배를 피우는 마을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물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영화에서나 보아서인지 신기합니다.
일행 대부분이 사진을 찍어도 되는가 묻고는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물담배 하나를 놓고 여럿이 돌아가면서 피우는군요.
주로 이슬람 문화권에서 유행하는 물담배가 일반 담배와 유해성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와이파이가 되는 카페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가 숙소로 향합니다.
길가에 아이들이 노는 모습은 어디나 비슷하네요.
천진한 아이들의 모습이 미소를 띠게 합니다.
느긋하게 산책을 마치고 걷는 길은 여유롭습니다.
70년대 우리네 시골 마을 같다고나 할까요.
잠시 향수에 젖어보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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