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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라다크 여행 여섯째날 - 레 주변 곰파 둘러보기 (2)

솔뫼들 2019. 9. 2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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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형!


 다시 차에 오릅니다.

이번에는 헤미스 곰파로 향합니다.

차가 달리는 길 옆으로 물이 콸콸 흐르고 미루나무가 쭉쭉 뻗어 있습니다.

1년에 비가 내리는 날이 며칠 안 된다는데 물이 많은 것이 신기합니다.

빙하가 녹은 물이겠지만 정말 맑고 시원해 보이는군요.

다른 나무는 거의 보이지 않는데 키큰 미루나무만 있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미루나무마저 없었다면 주변이 얼마나 삭막했을까요?


미루나무에

강물처럼 감기는

햇빛과 바람

돌면서 빛나면서

이슬방울 튕기면서

은방울 굴리면서.


사랑이여 어쩔래,

그대 대하는 내 눈이 눈물 괴면서 혼이 나가면서

아, 머리 풀면서 저승 가면서.


   박재삼의 < 미루나무 > 전문



 가다가 잠깐 차가 멈추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창문으로 내다보았더니 길이 막혔군요.

기름차가 길을 막고 서 있었습니다.

며칠에 한번씩 기름을 실은 차가 와서 오지 주민들한테 기름을 파는가 봅니다.

기름통을 줄세워 놓았군요.

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이겠지요.


 차는 꼬불꼬불한 길을 잘도 달립니다.

초르텐 하나가 쓸쓸하게 서 있는 길을 지납니다.

마을 하나 없을 것 같은 언덕배기에 곰파가 보입니다.

곰파가 정말 많다는 말이겠지요.



 헤미스 곰파는 남걀 왕조의 중요한 사원이랍니다.

티베트 불교에도 달라이 라마를 존경하고 따르는 종파가 있고, 다른 성인을 따르는 종파도 있다고 합니다.

틱세 곰파는 달라이 라마를 따르는 종파였지요.


 헤미스 곰파는 박물관이 유명합니다.

법당을 둘러보고 박물관 구경을 하러 들어갑니다.

그런데 물건을 파는 곳만 보입니다.

실망을 하고 돌아서려는데 구석에서 누군가 카메라를 맡기고 있군요.

아하! 저기에 비밀문이 있었나 봅니다.


 박물관은 모든 물건을 맡기고 지하로 내려가야 합니다.

생각보다 불교 관련 자료와 사진, 불상들이 많군요.

티베트 불교가 걸어온 길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중국에 강제 병합된 티베트는 이제 거의 중국화되었다고 합니다.

라싸 같은 경우에는 중국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漢族을 이주시키기까지 했으니 티베트 고유 문화를 지키기가 쉽지는 않겠지요.

그런 면에서 라다크에 도리어 티베트 문화가 많이 남았다고 보아야 한다네요.



 나오는 길에 친구는 부채 하나를 삽니다.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하지만 에어컨 없는 라다크에서 유용하게 쓰일 것 같습니다.

아주 가끔 손선풍기를 들고온 젊은 친구가 부러울 때가 있었으니까요.


 벌써 지쳤는지 일행 중에는 박물관 구경을 포기하고 회랑 아래에 앉아 쉬는 사람도 보입니다.

하기는 우리 같은 문외한 눈에는 모든 곰파가 같아 보이지요.

서양 여행 중 대부분의 성당이 비슷해 보이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도 이왕 온 것 저는 열심히 발품을 팝니다.

 

 다음 일정은 마토 곰파입니다.

마토 곰파는 샤머니즘과 결합한 곰파라고 가이드가 설명을 해 줍니다.

우리나라 절도 유독 그런 곳이 있지요.

절집인지 점집인지 헷갈리는 곳 말입니다.



 차는 꽤 한참 달립니다.

차창으로 보이는 곰파인가 싶으면 아니고, 그런가 싶으면 또 아니고...

마토 곰파는 골짜기 깊이 자리잡은 곰파인가 봅니다.


 드디어 곰파에 도착했습니다.

마토 곰파는 사캬파 사원이랍니다.

미리 샤머니즘 관련 설명을 들어서인지 주렁주렁 매달린 천이며 작은 박물관에 보관된 물건들이 다시 보입니다.

여기도 일반인에게 폐쇄된 곳이 있군요.


 여기저기 기웃대다 보니 눈길을 끄는 것이 있습니다.

경전함이라고 합니다.

오래 전 불경을 담아 두었던 곳이지요.

시간이 묻어나는 경전함을 보니 그들의 정성스런 마음이 느껴집니다.

두루말이로 해서 어딘가에 쌓아 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함에 담아서 소중하게 보관했다는 말이겠지요.



 올 봄 한국 가구박물관에서 보았던 책함이 생각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본 적이 없던 유물이어서 뇌리에 아주 강하게 남아 있었지요.

책 크기에 따라 책함의 크기가 다르고, 필요할 때 옮기기에 편리했겠다 싶었던 책함이 기억납니다.

티베트 불교 경전함과 조선시대 선비들이 사용했던 책함이 비슷하네요.

경전함이 움직일 수 없게 고정적인 것이기는 하지만요.


 이제 배가 고픕니다.

시간이 꽤 되었군요.

레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려 마토 곰파 옆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합니다.

사람들이 꽤 많군요.



 음식맛이 그다지 권할 만하지 않다는 가이드의 말이 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여러 가지를 나누어 시킵니다.

그리고 각자 원하는 음료수도 시키고요.

시킨 음식은 '세월아,네월아' 언제 나오려는지 소식이 없습니다.

식당에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너무 늦어서 그만 점심을 포기하고 싶어집니다.

그럴 때 음료수가 나왔습니다.

음료수는 미지근합니다.

전기 사정이 여의치 않은 곳에서 이런 곳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더위를 식혀주지 못하니 그다지 인기가 없네요.

여러 음식을 조금씩 맛보며 배를 채우고 다시 차에 오릅니다.


 이제 레로 돌아가는 시간입니다.

일정을 끝냈다 싶으니 몸이 늘어집니다.

점심까지 먹었으니 잠이 살그머니 찾아오네요.

편안한 휴식을 꿈꾸며 눈을 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