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부지런히 마지막 짐을 싸 놓고 식당으로 향한다.
오늘 우리보다 일찍 출발하는 부산팀이 나와서 아침을 먹고 있다.
우리는 아침을 먹고 바로 비행기편을 통해 하노이로 이동하는데 부산팀은 달랏에 남아서 트레킹을 즐기고 호치민에서 김해 공항으로 귀국을 한단다.
나도 남아서 트레킹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어쩌랴.
스케줄을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없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일찍 트레킹을 떠나는 부산팀을 배웅한다.
부산 언니를 언제 또 만날꼬?
또 나흘 동안 배려해 준 부산 친구들도 섭섭하네.
사실 땅덩어리가 그리 큰 나라에 사는 것도 아닌데 부산까지 발걸음을 하기가 쉽지 않다.
마음 먹고 한번 부산에 가야겠구만.
우리도 짐을 챙겨 달랏 공항으로 향한다.
즐거웠던 달랏을 뒤로 하고 북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하노이는 달랏보다 덥겠지.
그래도 이것저것 생각해 얇은 긴팔옷으로 버티기로 한다.
베트남의 수도이자 호치민에 이어 제2의 도시인 하노이는 역시 후텁지근하다.
하노이는 강 사이에 있는 도시라는 뜻이라나.
역시나 물이 많겠군.
물 때문에 지반이 약해 지하철 건설이 불가하다니 물이 많다는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구나 싶다.
우리 같은 물 부족 국가에서는 물이 많은 것도 부러운 일인데...
도착하자마자 현지 가이드를 만나 점심을 먹으러 간다.
메뉴는 역시나 가장 손쉽게 먹는 쌀국수인데
한국인이 하는 식당인지 아니면 한국인 관광객이 주고객이어서인지 겉절이가 나와서 아주 반가웠다.
그 동안 달랏에서 잘 먹고 다녔지만 가끔 된장찌개가 그리웠는데 보수적인 입맛은 어쩔 수 없다니까.
점심 후 버스를 타고 바딘광장으로 향한다.
젊은 현지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베트남은 아직 도로나 교량을 건설할 능력이 부족하단다.
그래서 일본이 해 주고는 자기네 물건을 팔아 먹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지금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취하고 있는 정책과 같다고 해야겠지.
베트남은 발전 가능성이 많은 나라이니 우리도 부지런히 그 대열에 끼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베트남은 어떻게 전기를 얻을까 궁금해 가이드에게 질문을 했다.
베트남이 물이 많은 나라이니 수력발전을 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데 발전 기술이 없어서 전기를 전량 수입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자원이 부족한 국가여서 전기 절약 운동을 벌이지만 베트남은 더욱 전기 절약을 강조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후가 그렇다고는 하지만 달랏에서 4성급 호텔에 냉난방시설이 안 되어 있는 것도 이해가 되네.
바딘광장에 도착했다.
바딘광장은 호치민이 독립을 선언한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한쪽에 호치민의 묘가 있는데 방부처리된 시신이 보존되어 있다.
9월부터 12월까지는 방부처리를 위해 시신을 러시아로 보낸다니 지금은 비어 있는 거네.
그런데도 경비가 삼엄해 노란줄 안쪽으로 들어가면 금세 경비병이 쫓아온다나 어쩐다나.
어찌 되었든 죽은 호치민이 현재 베트남을 지배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전에 책에서 읽은 바에 의하면
어떤 일을 결정하기 어려울 때 베트남 사람들은 '호치민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을 한단다.
그러면 쉽게 문제가 풀린다고.
그만큼 호치민은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에 살아있는 존재라는 말일 것이다.
그렇게 존경 받는 국가의 지도자를 갖고 있다는 것도 대단한 福이다.
바딘광장을 사이에 두고 호치민 영묘 건너편에는 베트남 의회 건물이 보인다.
붉은 바탕에 노란별이 있는 베트남 국기가 펄럭이고 있는 건물을 바라보면서 사회주의 국가에서 의회가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나라 국회도 정치는 3류라는 말처럼 제 밥그릇 챙기기에 골몰하고 진정으로 나라를 생각하기보다 서로 패싸움만 하는데...
다음으로 간 곳은 호치민 생가이다.
생가라고는 하지만 태어난 곳이 아니고 살았던 곳이란다.
거기에는 호치민이 기증 받아 탔던 차량도 있고 집무했던 공간도 보인다.
확실한 건 호치민이 자신의 부귀영화보다는 오직 나라만 생각하며 정말 소박하게 살았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베트남 사람들에게 영웅으로 추앙받기에 충분하겠지.
노란색 대통령궁과 역시 노란 호치민 생가, 그리고 호수까지 황금빛이니 베트남 사람들도 중국 사람들처럼 황금빛을 좋아하나?
황금 자체를 싫어할 사람은 없겠지만 황금빛으로 빛나는 건물과 호수를 바라보며 혼자 생각을 한다.
하노이는 관광객이 많아 여기저기에서 각국 말이 들린다.
더운 날씨에 줄을 서서 구경을 해야 하니 피곤하구만.
잠시 땀을 식힐 겸 다리쉼을 하며 못꼿사원을 본다.
베트남 황제가 태몽을 꾸고 아이를 얻은 곳이라 알려져 있는 이곳은 하나의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서 '一柱寺' 또는 ' 한기둥사원'이라고도 불린단다.
베트남 국보 1호라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아이를 얻기 위한 사람들이 줄을 섰는지 고개를 들이밀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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