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베트남 달랏 넷째날 (2)

솔뫼들 2017. 12. 7.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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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을 먹고는 커피 농장으로 향한다.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천천히 올라 버스는 오랜 시간 달린다.

길 옆으로 황토흙이 드러나 있고 건물을 짓고 있는 곳도 꽤 눈에 띈다.

반면 가축들이 자연스럽게 흩어져 풀을 뜯는 목가적 풍경도 보이고.

모든게 한가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곳이다.


 커피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이다.

사람이 커피를 먹게 된 유래는 이렇게 전해진다.

6세기경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지역에 살던 ‘칼디’라는 양치기는 가뭄이 계속되자 평소 가지 않던 먼 곳까지 염소 떼를 몰고 갔다.

그런데 얼마 후 칼디는 한 무리의 염소들이 평소와는 달리 비정상적으로 흥분하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 염소들을 자세히 관찰한 결과, 입 속에 빨간색 열매를 넣고 아작아작 씹는 것을 발견했다.

궁금해진 칼디는 염소들이 먹는 열매를 직접 따먹어 보았다.

잠시 후 칼디는 자신도 마구 춤출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바로 인류가 처음으로 커피의 효능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현재 전세계에서 브라질이 커피 최대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그런데 최근 작황이 좋지 않아 베트남이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고 한다.

고온다습한 기후를 좋아하는 커피 생산에 베트남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 집 건너 커피전문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근래 커피 소비량이 엄청나게 늘었으니 베트남 커피도 수입되어 한 자리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유명한 커피 전문점에서도 베트남 커피를 사용한다고 센터장님이 이야기를 해 주신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모험심 강한 사람이 제주도에서 커피를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성공했다는 소리를 못 들었으니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고 있겠지.

제주도 기후가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고온다습하니 시도를 해 보는 것 같은데 이 시도가 성공하면 커피 수입량이 줄지 않을까 일말의 기대를 해 본다.



 사실 커피는 열매를 맺을 때까지 엄청난 물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커피를 많이 마신다는 것은 이 지구상의 물을 소비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환경 문제를 언급할 때면 커피가 등장하는 이유이다.

물 부족에 관한 내용이 소개될 때마다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에 관한 이야기가 필수적으로 나오니 우리도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커피는 또한 손도 많이 가는 작물이다.

베트남에서 커피콩을 딸 때가 되면 일손이 부족해 학교에 결석하는 학생이 많다고 한다.

일일히 검붉게 익은 열매를 골라 손으로 따야 하는 까닭에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우리 어렸을 적에도 봄, 가을 농번기에는 며칠씩 학교를 쉬곤 했다.

농촌에 부족한 일손을 도우라는 배려였는데 집에 일꾼이 있었으니 동무들과 어울려 놀기만 했던 것 같기는 하다.



 농장에 들어서니 허리 높이의 커피나무가 우리를 맞아준다.

간간이 식물원에서 보았던 흰 커피꽃이 보이고 푸르고 붉은 열매가 줄줄이 매달려 있다.

보기만 해도 풍성해서 마음이 넉넉해지는 느낌이다.

이 열매를 따서 좋은 것을 고른 다음 볶는 과정을 거쳐 우리가 마시는 커피가 되는 것이겠지.

 

들어가는 길에 철조망으로 만든 우리에 갇힌 족제비를 보았다.

족제비가 커피콩을 먹은 다음 배설해 놓은 걸 골라 만든 커피도 루왁 커피인가?

- 나중에 알고 보니 위즐 커피라고 한다.

사향 고양이, 다람쥐, 족제비 등 여러 동물들이 인간들의 이기심에 놀아나고 있구나.

심지어 어딘가에서는 배설물의 양이 많다고 하여 코끼리에게까지 커피콩을 먹인다고 하니 경악할 일이다.

나는 커피를 아주 좋아하지도 않지만 전에 누군가에게 선물 받아 마신 루왁커피는 향은 좋았는데 맛은 별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왁커피도 등급이 있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말이다.


 커피 농장을 구경하기 위해 커피나무 위 공중에  만들어놓은 통로를 통과한다.

그때 누군가 저 커피나무가 얼마나 오래된 것이냐는 질문을 했다.

센터장님은 5년 된 것이라고 했고.

5년짜리치고는 무척 나무가 크다는 생각이 들어 놀라며 다시 물으니 이번에는 다른 대답을 하신다.

2년 전에 5년 된 것이라고 했으니 지금은 7년 된 것이라고.

우하하!



 농장을 한 바퀴 돌아보고 농장 내 카페에 앉았다.

거기에서 '카페 쓰다'를 마시면서 오랜만에 여유를 부려 본다.

낮게 깔린 구름 아래 시원스럽게 트인 벌판이 내려다보이고 누런 물이 흐르고 꿈틀거리며 흘러가는 곳이다.

발 아래 커피나무가 자라는 곳에서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라서일까?

역시 커피는 반 이상 분위기가 좌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살금살금 불어주는 바람에 커피향을 날리며 아무 생각 없이 한없이 앉아 있고 싶어지는 시간이다.


어느날
혼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지는데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주위에는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날 이런 마음을 들어줄 사람을 생각하니
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
읽어 내려가 보아도 모두가 아니었다


혼자 바람맞고 사는 세상
거리를 걷다 가슴을 삭이고
마시는 뜨거운 한잔의 커피


아! 삶이란 때론 이렇게 외롭구나...


 이해인의 < 어느 날의 커피> 전문


 한가로운 시간을 즐기다가 몸을 일으킨다.

나오면서 다시 한번 커피나무 꽃 사진을 찍고 가까이 코를 대 보니 그 향에 정말 푹 빠질 것만 같다.

커피꽃이 만개할 무렵 도시 전체가 향기에 가득 싸인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아쉬운 마음에 가슴 속에 커피향을 새기고 발길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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