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차에 오 른다.
이번에는 선흘 곶자왈이라고도 하는 동백동산으로 향한다.
내비를 보니 15분 걸린다고 나와 있다.
바로 코 앞이었네.
오전 9시 5분, 동백동산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에는 우리 차 외에 자동차가 한 대도 없다.
우리가 동백동산 입구로 들어서자 동백동산습지센터에서 근무하시는 분이 나와 반가운 표정으로 간단한 안내를 해 주신다.
먼물깍까지 갔다가 한 바퀴 돌아서 나오라고 일러준다..
거리가 5.1km라고 되어 있다.
1시간 30분쯤 걸리지 않을까 싶다.
동백동산은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로 지정이 되어 있다고 한다.
동백나무가 많다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는데 동백나무 외에도 다양한 난대성 나무가 자라고 있단다.
동백동산 먼물깍은 람사르 습지로 지정이 되었고, 동백동산 전체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고 하네.
수월봉 지질트레일에 이어 오늘 동백동산까지 세계지질공원을 이번 여행에서 두 곳이나 방문하는 셈이다.
날이 흐리기도 하지만 나무가 우거져 숲길은 어둑하다.
발 밑에 흙과 이끼를 온전히 느끼면서 걷는 길이 이어진다.
다양한 樹種에 익숙하지 않은 초본류, 이끼 등이 쉬임없이 볼거리를 제공하는 이런 길이라면 정말 종일 걸어도 좋지 않을까?
거기에 경사도 별로 없고, 바위도 거의 없어 아주 평탄한 길이다.
동백길에서 세 번이나 넘어진 친구 때문에 길에 유독 신경이 쓰인다.
가다 보면 나무를 타고 오르는, 손톱보다 작은 잎들을 자주 보게 된다.
이름도 재미있는 콩짜개덩굴이다.
콩짜개덩굴이란 이름은 잎의 모양이 콩을 둘로 나누었을 때 한 조각(짜개)과 유사한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콩짜개덩굴이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가는걸 보면 나는 콩짜개덩굴이 내 몸을 타고 올라가는 느낌에 온 몸이 근질거린다.
볼 때마다 그 싱싱한 생명력에 가슴이 두근거리곤 하지.
친구에게 콩짜개덩굴 이름을 기억해 보라고 하니 일 때문에 기억해야 하는 것도 머리가 아픈데 그렇게 이상한 이름을 기억하라고 한다면서 볼멘소리를 한다.
재미있는 이름이라 나는 기억이 잘 되던데...
관심사가 다르니 어쩔 수 없지.
이번에는 고사리밭이 나왔다.
우리가 음식을 해 먹는 고사리는 아니다.
고사리에는 독이 있다고 해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식용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 정도만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부드러운 생고사리로 나물을 하면 참 맛있는데...
이 몸이란 본디
기껏해야,
한줌 꿈틀거리는
흙인걸요
꿈은 있어요.
배가 맑아
山寺가 된 사람들
그이들 소슬한 밥상에
때로는 고기맛쯤으로
얹히고 싶은
이름 모를 음덕의
공양,
그 나물일래요.
김경희의 < 고사리 > 전문
고사리는 제주도가 유명하긴 하지만 정말 고사리가 쫘악 깔렸네.
해마다 서울에서 아예 고사리를 뜯기 위해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
여행사에서 고사리 뜯을 사람들을 모집한다고 했다.
좀 극성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걷다 보니 먼물깍에 도착했다.
먼물깍이라는 이름이 참 독특하다 싶었는데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의미의 '먼물'과 끄트머리라는 의미의 '깍'에서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하네.
먼물깍의 물은 과거에 생활용수와 가축의 음용수로 이용했는데 물을 잘 통과시키지 않는 넓은 용암대지의 오목한 부분에 빗물이 채워져 만들어졌단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먼물깍의 물 빛깔이 짙다.
오랜 세월 많은 것들이 쌓여 그런 물빛을 만들어내는 것이겠지.
이런 산중에 그런 습지가 있다는 것도 신비롭고, 이 습지가 마르지 않는다는 것도 신기하다.
먼물깍 주변을 왔다갔다 하면서 사진을 찍고 물속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깊은 산중 먼물깍 주변에 있는 벤치에 앉아 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자체가 명상 아닐까.
잠시 앉아서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이제 서쪽 입구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그러면 동백동산을 한 바퀴 도는 셈이지.
이쪽은 길이 더 넓다.
자동차도 다닐 수 있겠는걸.
가다가 빨간 열매를 매단 식물을 만났다.
초록의 숲에서 강렬한 빨강으로 누군가를 유혹하고 있네.
새들이 좋아할 것 같다.
전에 제주를 방문했을 때 비자림에서 해설사한테 이름을 들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런 내 기억력을 어쩐다?
빗물이 대롱대롱 매달려 영락없는 빨간 구슬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산뜻해지는구만.
싱그러움이 한껏 느껴진다.
우리가 내려가는 길로 사람들이 더 많이 다닌다.
우리가 먼물깍까지 온 길보다 걷기가 쉬워서 그런 모양이다.
정보를 찾아볼 때 스틱을 준비하는게 좋다는 글이 있었는데 그냥 산책 삼아 걸어도 될 것 같은걸.
금세 서쪽 입구에 도착했다.
마을과 연결되는 곳이다.
잠시 포장도로를 걷다가 다시 숲길과 연결이 된다.
약간씩 오르락내리락 경사가 있는 길이라 우리는 더 좋다.
고사목도 있고, 이끼가 잔뜩 낀 바위도 있고, 콩짜개덩굴에 어깨를 내어준 나무도 있고, 서로 얼기설기 얽힌 나무들도 있다.
그래도 자연은 서로 싸우지 않고 공생을 하는 것이겠지.
인간이 배워야 할 점 아닐까.
정확하게 1시간 30분 걸려 동백동산을 돌아보았다.
시간 여유가 있어 주차장 주변 연못도 둘러보고, 동백동산습지센터에도 들어가 살펴본다.
동백동산습지센터는 무얼 본딴 모습인지는 모르지만 둥근 외관이 자연에 녹아드는 느낌이 든다.
이 건물을 설계한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설계를 했을까 생각해 보게 되는군.
동백동산습지센터에 들어가 보니 제주도의 자연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설명이 잘 되어 있다.
학생들이 체험활동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되겠네.
자료를 훑어 보고 난 후 아까 우리를 반겨 주었던 분에게 빨간 열매가 달린 식물 이름을 물어 본다.
'자금우'라고 알려 주시네.
식물의 모습과 연관성을 찾기 어려워 기억하기 쉽지 않은 이름이다.
그래도 머리 한 구석에 꼭꼭 담아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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