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로 들어와 잠시 쉰다.
내일이 마지막날이니 슬슬 짐 정리도 해야지.
같은 호텔에서 연박을 하니 편하기는 했다.
방에서 쉬다가 저녁을 먹을 겸 나가기로 했다.
역시 바닷바람은 거칠 것 없이 몰아친다.
그래도 오늘이 마지막 밤이라고 생각하니 멀리 보이던 구조물까지 가 보기로 했다.
연휴가 끝난데다 바람이 거세고 추워서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오가는 사람들이 꽤 보인다.
옷깃을 여미고 목을 움츠리고 걷느라 정신이 없다.
제주 날씨 진수를 제대로 보여주는군.
바닷가를 지날 때 늘 불을 깜빡이던 자그마한 다리가 있었지.
좀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날씨가 좋지는 않지만 오늘은 거기까지 가 보기로 한다.
다리가 휘청일 정도로 바람이 강하다.
바닷바람에 속수무책이기는 하지만 씩씩하게 걷는다.
가다 보니 전에는 주민들이 어업을 하던 공간인데 여행객들을 위해서 통행을 시킨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아하! 그렇구나.
오늘은 작은 다리에 불이 안 들어왔다.
아직 시간이 이른 모양이지.
손이 시려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사진을 찍어 본다.
바다 방향에서 보는, 불이 들어온 상가의 모습도 예쁘네.
바다에 비친 불빛도 환상적이고.
바람 때문에 몸이 휘청거린다.
얼른 주변을 한 바퀴 돌고 해변으로 나간다.
오늘은 유명한 카페에도 사람이 거의 없다.
카페에서 만들어놓은 포토존에서 번갈아가면서 사진을 찍는다.
바다 전망이 좋은 곳이라고 소문이 난 카페 아닐까 싶다.
여름이면 카페 앞 해변에서 생음악 연주도 하는 것 같다.
이제 저녁을 먹으러 간다.
오늘은 흑돼지고기를 먹기로 했다.
연탄구이를 하는 곳이 있대서 찾아간다.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라서 그런지 구석 자리 한 군데만 비어 있네.
흑돼지고기 2인분을 주문했다.
일하는 분이 와서 친절하게 구워 주고 먹는 방법을 설명해 준다.
기름이 많아 안 먹으려던 비계를 꽃잎 모양으로 잘라 놓으며 바삭하게 구우면 맛있다고 한다.
정말 과자 같은걸.
오랜만에 연탄불에 고기를 구워 먹으니 아날로그 감성이 살아나는 느낌이다.
둥근 탁자도 그런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고기도 맛있고, 왁자지껄한 분위기도 좋고.
고기를 먹다가 얼핏 옆자리를 보니 젊은 여성이 혼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소주를 두 병째 비우고 있다.
친구도 놀란 눈치이다.
요즘은 어디에서든 '혼밥'이 유별나 보이지 않지만 고기를 구워 먹는 건 조금 다르다.
물론 그 정도 되니까 혼자 여행도 다니겠지.
나이를 먹어도 혼밥'을 하는 건 영 어색하고 불편해하는 나를 돌아보면서 용감한 친구에게 마음으로 응원을 보낸다.
오늘도 하나로마트에 들러 맥주 한 캔과 요쿠르트를 산다.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듯 하네
친구는 동백길 걸으며 생긴 상처에 염증이 생길까 봐 어제와 그제 맥주를 안 마셨다.
그런데 오늘은 맥주가 당기는 모양이다.
술 좋아하는 사람은 상처가 나면 알콜로 소독을 해야 한다고 술 마실 핑계를 대던데...
어제 마셔보니 제주 흑맥주가 깊은 맛이 있기는 하더라.
호텔에 들어와 큰 문제 없이 제주 여행을 마무리하게 된 걸 축하하며 건배!
정말 변화무쌍, 예측불허인 제주 날씨를 실감한 날들이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제주를 떠난 다음에 제주 날씨가 좋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맥주 파티(?)까지 끝낸 후 친구 가족이 오늘 어디를 갔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갈 만한 장소와 맛집도 알려줄 겸 전화를 했다.
친구네는 막 저녁을 먹고 중산간에 있는 숙소에 들어갔다고 한다.
본래 세웠던 계획대로 전혀 실행할 수가 없었다고.
오랜만에 제주를 찾은 것 같으니 내일부터는 날씨가 좋아져서 원하는 여행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일찍 자자.
내일 날씨를 확인하고 잠자리에 든다.
다행히 제주에 와서는 깊은 잠을 잔다.
고마운 일이다.
'여행기,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 여행 마지막날 - 동백동산 (0) | 2025.04.05 |
---|---|
제주 여행 마지막날 - 서우봉 (4) | 2025.04.04 |
제주 여행 넷째날 - 방림원 (4) | 2025.04.02 |
제주 여행 넷째날 - 비밀의 숲 (10) | 2025.04.01 |
제주 여행 셋째날 - 수월봉 지질트레일 (12) | 2025.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