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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 넷째날 - 비밀의 숲

솔뫼들 2025. 4. 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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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지막히 일어나 '비밀의 숲'이라는 곳으로 향한다.

이름은 그럴 듯한데  어떤 곳인지 잘 모르겠다.

숙소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을 찾다가 발견한 곳이다.

그런데 들어가는 입구가 비포장도로이다.

이런 데를 사람들이 찾아간다는 말이네.

도대체 어떤 곳일까?

 

 매표소인 옥색 미니자동차가 비밀의 숲을 상징한다고 그랬다.

비가 철철 내리는데 비밀의 숲을 방문한 사람은 우리뿐인지 매표소에서 사람이 반색을 한다.

안내판에 있는 지도를 보고 한 바퀴 돌면 된다고 한다.

무슨 대단한 것이 있다고 이 비를 맞고 청승이래?

혼자서 구시렁거려 본다.

성격상 호텔방에서 종일 빈둥대는 건 체질에 맞지 않으니 나온건데 실내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건 사실 제주에서 별로 없다.

전에 방문했을 때 날씨 탓에 미술관, 박물관을 많이 다니기도 했고.

 

 

 오늘은 우비까지 갖추어 입었다.

그래도 바지 아랫부분은 비에 젖는다.

겨우 말린 등산화에 또 물이 들어가면 안 되는데...

이정표를 따라 걷는데 길은 진창이라 어디를 디뎌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한숨이 나온다.

 

걷다 보니 편백숲이 나왔다.

날씨가 쾌청하다면 청청한 기운이 느껴져 좋겠네.

다만 지금은 우중충한 느낌만 있을 뿐.

 

 

 말을 기르는 곳도, 양을 키우는 곳도 있는 것 같으니 어린아이들을 동반하면 좋겠구나.

들개인지 힐끔힐끔 우리를 바라보다 뒷걸음질쳐 사라진다.

이런 날씨에 여기는 뭘 하러 왔느냐고 하는 것 같군.

 

 파란 목초지도 나온다.

겨울과 봄 사이에 이렇게 싱그러운 초록의 공간을 보니 기분이 잠깐 좋아지기는 하는데 여기에서 할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다.

목초지 한가운데에 사진을 찍으라는 용도인지 의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데 사진을 찍기 위해 저 의자가 있는 데까지 첨벙거리며 갈 정성이 없지.

 

 

 사람들이 손을 모아 돌을 쌓아 놓은 곳도 있다.

그런 돌들이 모여 돌담이 만들어질 것이다.

'내가 쌓은 화산송이, 돌담이 무너지지 않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씌어 있네.

이 비 속에 돌을 얹을 엄두는 안 나고 찰칵 셔터 한번 눌러 준다.

 

 사진용으로 밝혀 놓은 등불이 따뜻한 느낌을 주는 길도 있다.

날씨는 도와주지 않지만 주인이 나름대로 노력을 한 거였다.

온기가 느껴진다.

 

 

길을 따라 걸으니 이번에는 동백 군락지가 나왔다.

동백꽃이 한창 피어 있다.

동백길이 아닌 여기에서 동백꽃을 보게 되는군.

바닥에도 온통 동백꽃잎이다.

 

 동백꽃 터널을 끝으로 비밀의 숲을 한 바퀴 다 돌았다.

1시간 남짓 시간이 걸린다고 했는데 날씨 때문에 당연히 시간이 단축되었다.

사실 입장료가 좀 아깝기는 하다.

그런 날도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