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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 넷째날 - 방림원

솔뫼들 2025. 4. 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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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니 친구는 남은 시간 선배들을 만나러 가고 싶다고 한다.

대학시절 동아리 선배라고 하는데 전에 왔을 때 신세를 진 적이 있다나.

다행히 두 분이 근무하는 곳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차는 이제 노형동으로 달린다.

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고 친구는 잠깐 선배를 만나고 나왔다.

커피를 다 마시기도 전에 친구가 오기에 생각보다 빨리 왔다고 하니 선배가 진료중이라 한참 시간을 낼 수도 없단다.

 

 바로 차를 옮겨서 이번에는 한라병원으로 간다.

여기는 대형병원이니 1층 로비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어디나 대형병원에 오는 사람들 표정은 비슷하다.

 

 한 것도 없는데 배는 고프다.

오후에 무얼 할까 하다가 다시 저지문화예술인마을로 가기로 했다.

거기에는 선택지가 많으니 가서 고민해 보자고 하면서.

 

 

  차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점심 먹을 곳을 찾는다.

솥밥에 두루치기 하는 곳이 있었네.

여기도 꽤 알려진 곳인가 보다.

 

 동네 사람들까지 방문하는 걸 보니 맛집인가 보군.

쌈채소며 부족한 반찬을 셀프서비스로 가져다 먹을 수 있으니 좋은 걸.

깔끔하고 정갈하게 나온 음식을 싹싹 비웠다.

 

 점심을 먹고 나오니 비가 그쳤다.

파란 하늘도 삐꿈 얼굴을 내미네.

파란 하늘을 보는게 며칠만인지 모르겠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방림원에 가기로 했다.

세계야생화박물관이라는 말에 혹해서.

방림원은 음식점 바로 옆이라 차로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이 그리 넓지도 않고.

 

 

  방림원은 부부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한다.

방림원이라는 이름도 원장 방한숙의 '방'과 원장의 남편 임도수의 '임'에 동산이라는 뜻을 더해 만들었다고 하네.

세계 야생화 3,000여종이 있다고 하니 호기심이 생기기는 한다.

 

 화살표를 따라 걷는다.

안으로 들어가니 토피어리가 맞아 준다.

토피어리가 있는 곳을 지나 걷다 보면 곳곳에서 개구리 모형을 만나게 된다.

알고보니 방한숙 원장이 개구리를 몹시 좋아한단다.

심지어 자신이 수집한 개구리 모형을 전시해 놓은 공간도 있다.

나무에 도자기 등 개구리를 만든 재료도 다양하다.

개구리가 자연과 잘 어울리기는 하지.

가끔 여러 가지 모양과 표정을 가진 부엉이를 조각하고 수집하는 사람들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건 봤지만 개구리에 이렇게 진심인 사람은 처음이다.

재미있네.

 

 

 방림원 기초공사를 할 때 발견된 동굴에서는 야생초로 발효액을 만들고, 화산송이를 이용해 마스크팩도 만든단다.

화산송이가 피부에 어떻게 좋은지 사용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꽤 알려진 화장품에도 화산송이라고 광고를 하는 걸 본적이 있다.

 

 온실 구경을 하다가 친구는 한 나무에서 여러 가지로  피는 동백꽃을 보고 놀란다.

삼색동백이라고 이름표가 붙어 있네.

나는 전에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때 나도 꽤 신기해 하던 기억이 난다.

흰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져 탐스럽게 핀 동백꽃이 화사한 미소를 보내고 있는 곳이다.

 

 

 방림원 곳곳을 걷다 보면 정말 신경을 많이 썼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사람들이 춤추는 모습을 토피어리로 만들어 놓기도 했고, 개구리 모형의 동상까지 만들어 놓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에 남는 곳은 형제 폭포 부근이다.

인공적으로 폭포를 만들어 놓았는데 계절이 계절인지라 폭포는 관심을 끌지 못 한다.

폭포보다는 막 꽃봉오리가 피어나는 매화가 축축 가지를 늘어뜨린 것이 사뭇 나를 들뜨게 한다.

나무 가까이 가서 가만히 향기를 맡아 본다.

만개하지 않아서인지, 극성스런 강풍에 날려갔는지 향이 진하지는 않지만 연분홍 매화를 보는 순간 정말 봄이구나 싶다.

 

 

 카페 2층에는 그 동안 세계를 여행하면서 방원장이 수집한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칠순을 맞아 금강산을 방문했을 때를 추억하며 만들어 놓은 해금강 모형도 있고.

원장 부부는 정말 열정이 넘치는 분이시구나 싶다.

 

 카페를 거쳐 나오다 보니 입구에서 누군가 정원을 손질하고 있다.

가만히 보니 사진과 동상에서 본 원장의 모습과 비슷하다.

아하! 지금도 이렇게 老軀를 이끌고 직접 정원을 가꾸고 계시구나.

어쩌면 그래서 늙음이 피해가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정성이 있기에 이곳이 오래 남아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