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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 마지막날 - 서우봉

솔뫼들 2025. 4. 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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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여행 마지막날이다.

오후 3시 비행기를 타려면 오전 시간 외에는 쓸 수가 없다.

그래서 주변에서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오전 7시 45분 짐을 모두 챙겨 나와 호텔에서 체크 아웃을 하고 차에 오른다.

일단 함덕해수욕장 바로 옆 서우봉을 한 바퀴 돌기로 한다.

찾아본 정보에 의하면 1시간 정도 걸린다던가.

입구에 보니 안내도가 잘 되어 있다.

부지런하게 벌써 서우봉에 올라갔다 오는 사람도 있네.

 



 안내지도를 보고 우리는 서우봉둘레길을 한 바퀴 돌자고 했다.

적당한 경사가 있는 언덕길이 걷기에 좋다.

거기에 왼편으로 함덕해수욕장이 펼쳐져 있으니 전망은 두 말할 필요가 없고.

물론 하늘이 파랗고, 바닷물빛이 에메랄드빛이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지금 비가 내리지 않고 우리를 날려버릴 만큼 강풍이 불지 않는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동백길, 비밀의 숲에서 맞은 비와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서 시달린 강풍에 몸이 녹초가 되었으니 오늘 이런 날씨는 그저 감지덕지할 따름이지.

 

서우봉이라는 이름은 오름 현상이 마치 바다에서 기어나오는무소의 형상과 같다는 데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서산, 서산악, 서산망, 서산봉, 서우봉 등 다양하게 불렸다는 기록이 있단다.

 

 

 야트막한 비탈길을 따라 걷는다.

오른편에 유채꽃이 점점이 봉오리를 맺고 있으니 한달쯤 후에는 서우봉이 노랗게 물들 것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얼굴빛도 덩달아 유채꽃빛으로 물들지 않을까.

 

바다를 바라보는 전망대에서 번갈아 사진을 찍고 다시 경쾌하게 걸음을 옮긴다.

오늘은 하늘이 무겁기는 하지만 바람도 자고, 파도도 얌전하다.

여기는 산과 바다가 가까이에서 서로 보듬어주는 느낌이 드는 수려한 경관을 가진 복받은 지역이구나.

바다를 내려다보며 걷는 길이 마음까지 넓게 해주는 느낌이다.

 

 

 가다 보니 길이 막혔다.

서우봉둘레길이 완성이 되지 않은 것이었네.

내려가는 길이 보이지만 바다로 연결이 되지 않은 모양이다.

나중에 바다 위에 데크길을 만들 예정인지도 모르지.

 

서우봉둘레길을 포기하고 정상으로 향한다.

서우봉은 해변에서 보면 나지막한 언덕 같았는데 생각보다 갈림길이 많다.

바다만 아니라면 어느 쪽으로 내려가도 별 문제는 없을 것이고 주차장에서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생태매트가 깔린, 걷기 좋은 길을 따라 룰루랄라 가볍게 걷는다.

 

 

 오전 8시 25분, 금방 망오름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은 평평하니 꽤 넓었다.

정상에는 다른 방향에서 올라온 사람들도 몇몇 보인다.

멀리 보이는 봉우리, 바다, 그리고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진 풍경을 사진에 담는다.

 

 이정표를 보고 이번에는 서모봉이라는 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봉우리 이름에 들어 있는 '서'자가 돌림자라도 되는 모양이네.

바닷가에서 보았을 때 낮은 언덕이었는데 봉우리가 두 개나 있었군.

시간 여유가 있다면 지도상의 길을 천천히 모두 둘러보아도 좋으리라.

 

 

 서모봉을 지나 내리막길로 들어선다.

여기는 바위도 있고 제법 산길다운 느낌이 든다.

그런데 바로 너른 길이 나온다.

'유채꽃 파종지'라는 안내문이 있는 곳을 지나고 나니 말 한 마리가 여유있게 풀을 뜯고 있다.

말은 인기척을 느끼고도 무심하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여기에도 주차장이 있었네.

서우봉은 그리 크지 않은 곳인데도 주차장이 두 군데나 있다.

대로변을 따라 걸으니 바로 우리가 차를 세워놓은 주차장이 나왔다.

생각보다 짧은 서우봉 트레킹이 마음에 들어 차에 오르기 전 다시 한번 서우봉을 올려다본다.

다음에 제주에 온다면 또 함덕해수욕장에 숙소를 정하고 이곳을 방문해도 좋으리라.

그때 함덕해수욕장의 특별한 바닷물빛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