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이 차량 2대에 나누어 타고 갓바위로 향한다.
주차를 하고 오르막길에 접어들어 보니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다.
간단한 차림으로 포장도로를 따라 걷다가 가는 길에 있는 관암사에 들른다.
갓바위 부처님의 소재를 둘러싸고 사찰간 분쟁이 일었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따지고 보면 기도처로서 찾는 사람이 많으니 결국 돈 문제일 것이다.
어떤 종교도 돈 문제에 자유롭지 못하니 씁쓸함을 금하기 어렵다.
갈림길에서 왼편 계단길을 따라 오른다.
전에는 산길로 가다가 길을 찾느라 애를 먹었었지.
잘 닦인 길로 올라갔다 내려오기로 했으니 그나마 마음이 편하다.
계단길 입구에 1,365개의 계단이 있다고 씌어 있다.
1년 365일 사람들이 찾는다는 의미라고 한다.
갓바위 부처님은 한 가지 소원을 꼭 들어주신다는데 무슨 소원을 빌지?
평소 기복신앙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원하는 것을 들어주신다면 굳이 마다할 일도 없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계단을 오른다.
끝이 없을 것 같은 계단길이 이어진다.
그래도 중간에 간혹 정자도 있고, 벤치도 만들어져 있다.
하기는 밤중에도 오를 수 있도록 가로등도 환했었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말일 것이다.
기온이 좀 내려갔나 했더니만 땀이 줄줄 흐른다.
제대로 잠을 못 자서 그런가, 아니면 내 몸 상태가 안 좋아서 그런가,
그것도 아니면 오는 동안 운전을 해서 피로해서 그런가 계단길을 오르는 동안 내내 빙빙 어지럽다.
어휴! 걱정되네.
이런 짧은 코스에서 이러면 내일은 어쩌지?
갓바위 조금 못 미처 불교용품을 늘어놓고 파는 노점상이 보인다.
그런데 장사를 하겠다는 건가 말겠다는 건가?
승려 복장을 한 사람이 의자에 누워 잠이 들었다.
승려인지 아닌지도 헷갈리고, 승려라고 해도 땡추겠지.
그 모습이 재미있어 슬쩍 사진 한장을 찍는다.
1시간 가량 걸려 갓바위에 도착했다.
갓바위 부처님의 정식 명칭은 관봉 석조여래좌상으로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되었다고 한다.
보물 제 431호로 지정되어 있고 불상과 대좌가 모두 하나의 돌로 조각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어마어마한 돌을 사용했을까 짐작도 되지 않는다.
변변한 도구도 없던 시대에 이 산 꼭대기에서 돌을 쪼고 다듬은 정성이 통해서 현대에까지 소원을 들어주는 신통력이 생긴 것은 아닐까?
갓바위 부처님 앞에는 사람들이 절을 하느라 바쁘다.
모두들 무슨 소원을 빌고 있을까?
하기는 사람이 살면서 얼마나 많은 갈등과 고통을 겪게 되나?
자신을 낮추는 오체투지로 절을 하다 보면 때로 저절로 마음이 정리되는 느낌을 갖게 되기도 하지.
지상의 가장 아름다운 삶은
기도이어라
하늘에 자신을 비추어보고
다시 비추어보고
별에게 비추어보고
또 비추어보고
사람에게 비추어보고
사람에게 비추어보고
잎 다 떨어진 나무처럼
홀로될 때
마지막 제 영혼에 비추어보는
기도이어라
이성선의 < 기도 > 전문
물론 구경 삼아 올라온 사람들은 땀을 씻어주는 바람을 쐬며 사진을 찍느라 바쁘고.
나도 부처님께 삼배를 올린 다음 한쪽에 자리를 잡고 잠깐 쉬기로 한다.
천천히 올라오시는 신사장님과 고문님을 기다릴 겸 물도 마시고 다리도 쉬고.
9월 말임에도 올라오는 동안 한여름이었는데 여기는 가을바람이 들어찼다.
금세 땀을 씻어내리는 바람 앞에서 몸을 말리며 잠시 생각을 비운다.
자연을 찾는 것이 바로 이런 것 때문 아닌가.
수고했다고 어루만져주는 바람 앞에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일행이 모두 모인 후 간단하게 과일을 먹고 각자 원하는 곳을 둘러본 후 하산길에 접어든다.
내려가는 길이야 아무래도 속도가 빠르고 가볍게 걸을 수 있지.
마음이 편해지니 가는 길에 정자에서 쉬어서 가기로 했다.
걸음 빠른 이종률씨와 오여사, 박팀장 등 앞서가는 사람들에게 정자에서 일행을 기다리자고 하고
편안한 자세로 물도 마시고, 간식도 먹는다.
한참을 쉬었다.
동화사도 돌아보기로 했으니 내려가야겠지.
가는 길에 길 옆에 핀 꽃무릇을 발견했다.
올라갈 때도 있었을텐데 그때는 왜 못 보았을까?
늘 그렇다.
고은 시인의 '그 꽃'이라는 시를 읽으며 무릎을 치게 되는 이유이다.
거의 다 내려왔을 때 계곡가에 있는 음식점을 보면서 박팀장이 한 마디 하기를
여기에서 막걸리 한 잔 하면 딱 좋겠단다.
이런 곳에서는 음식 맛이 시원찮아도 용서가 된다나.
옳다구나 하고 종률씨도 거기 맞장구를 친다.
날씨 좋지, 계곡물 흐르지, 분위기 좋지...
이만하면 삼박자가 맞아떨어지기는 한다.
하지만 지금이 벌써 오후 4시를 넘겼고 할 일이 남았거든요.
못 들은 척 발길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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