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동화사에서

솔뫼들 2016. 10. 10.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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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갓바위에서 다 내려왔을 때 이귀숙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예정된 답사를 안 갔단다.

그래서 우리가 숙소에 들어가는 시간에 맞추어 올 수 있다고.

동화사에 들렀다가 가도 오후 6시 30분, 늦어도 7시면 숙소에 도착할 거라고 일러주고

가는 도중 필요한 식품을 사서 차에 싣는다.

 

 동화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동화사로 걸어가는데 동화사와 관련된 현수막을 걸어 놓은 곳에 눈길을 끄는것이 있다.

동화사 일원에서 僧市가 열린단다.

처음 들었는데 '승시'라는 것도 있었네.

'산중전통장터'라는데 어떤 물건들이 나올까 궁금해진다.

산나물? 불교용품? 茶?

혼자서 생각나는 것을 이것저것 떠올려본다.

근처에 산다면 한번쯤 구경 삼아 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아쉽다.

 

 

 동화사 경내로 들어간다.

동화사는 전에도 와 보았지만 파계사와 달리 번잡하다.

워낙 알려진 절이다 보니 시주가 많은지 불사도 끊이지 않는 것 같고 오가는 사람들도 많다.

주말 저녁인데도 사람들이 많고 이번에는 주 전각인 대웅전을 보수하고 있는 것 같다.

3년 전에 다녀가서 그런 것도 있지만 어수선해서 그쪽으로는 갈 엄두도 안 내고

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에 해탈교 못 미처 있는 홍진국사 부도와 당간지주를 돌아본다.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인데 한갓지게 떨어져 있어서 도리어 돌아보기에 좋다.

거기에서 길을 따라 내려가면 약사여래대불이 나온다.

세계 최대 크기라는데 조성된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는다.

남북 통일의 염원을 담아 조성한 것이라니 잠깐이나마 꺾다리 부처님 앞에서 국가의 장래를 생각해보게 된다.

 

 

 약사여래대불을 돌아보고는 두 팀으로 의견이 나뉘어졌다.

봉황문까지 내려가 마애불좌상을 보자는 팀과 그냥 올라가자는 팀으로.

고문님과 신사장님, 이사장님 등 노장파는 올라가시고 나머지는 봉황문을 향해 걷는다.

내려가는 길인데도 한참이니 올라올 때는 정말 오래 걸리겠는걸.

게다가 갓바위까지 다녀와 조금 지쳤으니 올라갈 일이 걱정이 되기는 한다.

 

 

 그래도 씩씩하게 걸어 봉황문에 도착했다.

마애불좌상이 어디 있나 하고 눈을 크게 뜨니 봉황문 입구에 자리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규모는 작았다.

마애불좌상은 9C경인 통일신라시대 작품이라는데도 무늬가 마모되지 않고 美麗함 그대로 살아 있는 빼어난 작품이었다.

잠깐 마애불좌상 앞에서 합장을 한 후 미소를 올려다본 후 발길을 돌린다.

 

 슬슬 땅거미가 내릴 시간이다.

아직 완전히 어두워지지는 않았지만 산중이라 해가 일찍 지겠지.

마음이 급해지는데 스마트폰으로 거리를 확인해보던 박팀장이 우리가 온 길보다 내려가는 것이 더 거리가 가까워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고문님께 우리는 아래쪽으로 돌아 주차장으로 간다고 전화를 드리고 부리나케 걸음을 옮긴다.

 

 

 그런데 이게 웬 일?

길은 구불구불한데 아까 우리가 차를 타고 지났던 아스팔트를 따라 걸어야 한다.

얼마나 걸어야 하는지 감도 안 오는 오르막길을 허위허위 걷는다.

완전히 제 꾀에 제가 넘어간 셈이군.

지쳐서 그런지 마음이 바빠서 그런지 다리는 무겁고 기분마저 가라앉는다.

 

 정말 힘들게 걸었다.

겨우 동화사 올라가는 갈림길에서 종률씨와 박팀장에게 차를 가져오라 하고 오여사와 함께 바로 숙소로 향한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노장파는 벌써 도착해서 귀숙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도 친구와 반갑게 인사를 하고 펜션으로 들어갔다.

 

 

 이제 본격적인 저녁 준비를 해야 한다.

사실 반찬은 없으니 간단하게 고기를 굽고, 찌개를 끓이고, 쌈채소를 씻으면 된다.

밥이야 밥솥이 알아서 해 줄테고.

여럿이 나누어 하니 번쩍번쩍 금방 끝나는군.

 

먹고 마시는 시간은 늘 즐겁다.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과도 잘 지내는 박팀장의 입담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종률씨도 원행을 처음 와서 즐거워하네.

그러고 보니 이사장님도 집안일로 대구에 내려오셨다는데 원행은 처음 같이 하시는 것이다.

분위기에 취해 내일 산행까지 하고 가시는 것으로 마음을 정하셨다나.

영덕에서 여기까지 온 귀숙씨도 고맙고.

여러 번 함께 하신 분들이야 새삼스러울 것도 없고.

 

밤이 깊어가니 이야기도 구수해진다.

슬그머니 잠자리를 찾아가는 분들도 계시고 끝까지 술자리를 즐기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분도 계시다.

나도 적당한 시간에 씻고 내일 산행 준비를 하는데 젊은 친구들이 옆집에서 떠드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놀러왔으니 젊은 나이에 객기를 부린다고 쳐도 자정이 가까웠는데 좀 심하네.

 

 자리에 누웠다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밖으로 나갔는데 낯선 남의 숙소를 무턱대고 늦은 밤 들어갈 수가 없어 서성이다 그냥 들어온다.

몸은 피곤한데 정신은 점점 말똥말똥해지니 이를 어쩐다?

내일 산행이 걱정되는데 잠은 올 기미가 없고 머리 속으로 시간만 헤아리니 머리 속이 웅웅거리는 느낌이다.

이 긴 밤을 어이 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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