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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도시가 아니다

솔뫼들 2011. 10. 27.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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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읽었다. 제목 때문에 매스컴에도 오르내리는 모양이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 들어 있을까 자못 궁금했다.

 

 건축가인 저자는 일단 도시를 걷고 싶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걷다가 쉬고 싶은 카페를 만나면 차 한 잔 하고 모르는 옆자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라고 말이다. 거기에 딱 맞는 곳이 바로 신사동 가로수길이라고 언급하면서.

 

 그러나 사실 서울에는 그런 길이 그리 많지 않다. 매연으로 뒤덮여 있는데다 낯선 사람들과의 소통은 거의 불가능하지 않은가. 아니 어쩌면 낯선 사람들과의 소통은 한국인의 정서와 맞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노래방, PC방, 찜질방 등등 방 문화가 바로 그것을 대변하지 않는가. 툭 트인 공간보다는 자꾸 안으로 숨어 들어가고  끼리끼리만 어울리려는 문화는 도시의 그런 특성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서울의 특성 중 하나로 지나치게 차가 많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대중교통수단이 발달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서울 시내를 나갈 때 차를 가지고 나간다. 이것은 교통 체증뿐 아니라 주차문제까지 야기시키고 대형건물들이 주차장을 증설하는 악순환을 불러 일으킨다. 사람 중심이 아니라 차가 중심인 도시가 되어 버렸다는 말이다. 그래도 전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진 편이다. 육교나 지하도를 오르내리느라 헉헉대던 10년 전쯤에 비하면 대부분 횡단보도로 바뀌어 걷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걸을 만하다고 표현하면 과장일까?

 

 게다가 한국의 도시 하면 대부분 떠올리는 것이 아파트이다. 심지어 어떤 외국인은 한국을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汚名으로 부르지 않았던가. 지금이야 주변환경과의 조화나 조경, 스카이라인 등을 고려하는 아파트가 많아졌지만 처음 아파트가 도입될 당시만 해도 서민아파트 위주였고 그저 짓기에 급급했으니 그럴 만한 여유가 있었을 리 없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한강변은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다. 물론 이제 한강변 아파트는 최고급 아파트로 부상했지만.

 

 우리 나라 아파트에 관해서는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 지론이다. 좁은 땅에 인구가 많다 보니 아파트를 선호하게 되었다는 것은 인정을 하지만 점차 인구가 줄어가는 상황이고 심지어 미분양에 空家가 많다는 말이 들리는데도 여전히 건설회사들은 아파트를 지어댄다. 그리고 아직도 일부분 아파트를 투기대상이나 재산 축적의 목적으로 생각한다. 단지 거주 목적이라면 이렇게 아파트나 부동산 문제가 정권의 중대한 정책이나 사회문제로 대두되지 않았으리라.

 

 길을 가다 보면 흉물스럽게 가로막고 있는 방음벽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한다. 그러고 보니 외국에서는 방음벽을 많이 못 본 것 같다. 소음이 싫으면 사실 도시에 살면 안 된다. 산골에 들어가 사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그런데 도시의 혜택을 누리면서 소음이 싫다고 벽을 둘러대면 도시 외관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목소리만 높이면 된다는 시민들의 의식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고.

 

 전문가도 아닌 나 같은 사람이 책을 읽으면 저자와 같이 꿈을 꿀 수 있으리라. 친구와 손 잡고 걸을 수 있는 길, 구수한 빵 냄새와 커피향이 발길을 멈추게 해 저절로 들어가고픈 예쁜 카페가 길가에 있는 길, 그리고 우리를 가로막는 무지막지한 담장 같은 것은 없는 길... 희망사항일지언정 그런 도시가 있다면 좋겠다. 물론 서울을 한꺼번에 뜯어고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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