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산 책 제목에는 유독 '낯익은'이나 '도시'가 들어가는 책이 많다.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는 것처럼 사람들의 관심도 덩달아 도시로 몰리고 있다는 반증인가?
황석영의 장편소설 '낯익은 세상'을 읽었다.
다 읽고 나면 공간적 배경이 한때 쓰레지 처리장이었으니 지금은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으로 바뀐 난지도 주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곳에서 쓰레기 중에서 쓸 만한 것을 찾아내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담고 있는데
작가는 바로 그런 곳이 우리에게 익숙한 세상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쓰레기를 배출하면서 살기 때문에 남의 이야기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물론 지금은 쓰레기 분리수거가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도시 주변에 그렇게 악취를 풍기는 장소가 없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는 코를 쥐는 악취가 아니라 더욱 심한 악취를 풍기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비에 물들어 물질만능주의에 빠지고 아무런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면 바로 악취를 풍기는 사람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주인공 '딱부리'는 엄마를 따라 산동네에 살다가 ''꽃섬'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쓰레기 처리 동네로 들어온다.
쓰레기 처리장을 '꽃섬'이라는 이름으로 지은 작가의 의도를 생각하게 된다.
거기에서 어머니와 동거를 하는 아수라가 술김에 칼을 휘둘러 잡혀가자 근로교육대로 끌려간 아버지 생각을 하며
자신들도 그곳에 쌓이는 쓰레기 같은 존재가 아닌가 생각한다.
사람들이 돈 주고 물건을 마음 내키는 대로 사다가 쓰고 버린 것처럼 자기네도 더 이상 쓸 데가 없어져서 이곳에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에서 딱부리와 형제처럼 지내는 아수라의 아들 땜통은 화재로 목숨을 잃는다.
그런데 땜통이 가끔 파란 빛이라는 이름으로 보는 도깨비가 구원이라고 느끼는 것처럼
딱부리도 죽은 땜통을 파란 불로 만나게 된다.
하지만 딱부리는 땜통을 보고 아는 척을 하지 못한다.
자신이 그의 죽음에 관여하기라도 한 것처럼.
도깨비는 더이상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쫓아낸 것이 어디 도깨비뿐이겠는가.
도시라는 이름으로 참 많은 것이 사라진 속에서 처음에 우리는 옛것을 그리워하지만 금세 잊고
새로 만들어진 세상에 길들여진다.
그렇게 낯익은 세상이 되고 그 속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살아가고...
바로 그것이 이 시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화상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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