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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을 말하다 1

솔뫼들 2011. 11. 1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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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일의 역사 평설을 손에 들었다.

치열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연구로 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읽기 편한 글을 써내는 저자의 필력에 감사하면서.

 

사실 역사는 지나간 사람의 몫이 아니다.

역사적 사실을 어디까지 믿느냐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후대인의 관점이 더 중요하다고 하겠다.

그런 면에서 조선 시대 왕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었던 많은 사실들이 어느 정도 정치적 이유로 왜곡되었을 수 있고,

 그것이 우리에게 잘못 전달되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책은 한 가지 주제를 정해 놓고 거기에 해당하는 왕을 거론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악역을 자처한 인물로 태종을 대표적으로 이야기한다.

태종은 조선이라는 나라의 기틀을 세우기 위해 왕조 국가에서 왕에 버금가는 권력을 추구하는 인물들을 제거함으로써

자신의 다음 세대는 그런 일로 손에 피를 묻히는 일이 없도록 자신이 희생했다는 것이다.

인간적 관점으로 보면 심하다 싶은 면도 있지만 정치적 혼란기에 그렇게 했기 때문에 세종대에 문화를 꽃피울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얼마 전 역사 드라마에서 세종이 상왕인 태종의 명에 의해 자신의 장인이 자결하게 되는데 그것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자책하는 장면을 보았다.

그것으로 인해 평생 왕비였던 소헌왕후에게 죄책감을 갖고 있었다던가.

이것이 정치였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리라.

그리고 그랬기 때문에 세종이 과단성 있는 임금이 되어 태평성대를 이끄는 聖君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일종의 강력한 왕권 확보를 위한 교육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여러 사람의 손에 휘둘리면 제대로 된 정책이나 제도가 나올 수가 없는 것은 자명한 일 아닌가.

 

 조선시대의 왕은 '-조','-종', '-군'으로 나뉜다.

연산군이나 광해군은 폭군으로 낙인 찍혀 임금 자리에서 쫓겨나는 비운의 임금인데

그 당시 역사적 상황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아무런 죄도 없이 죽임을 당한 모친의 한을 품고 있다면 자신이 권력을 쥔 상황에서 그렇게 만든 신하들을 품고 가기는 쉽지 않으리라. 

그러나 史성공한 쿠데타의 입장에서 역사를 기록하기 때문에 역사 속에서 그들은 백성이나 나라는 안중에도 없는 그저 폭군이었을 따름이다.

하지만 그런 정치적인 면을 배제하고 진실을 보면 오히려 백성의 편에서 군역이나 세제를 개편하려는 의지를 가졌던 임금이었다니

우리의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아야 하는 것 아닐까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조선시대 정치사에서 당파를 제외한다면 할 말이 없을 정도이다.

그 정도로 소론과 노론, 남인과 서인 등 당파 싸움이 심각했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여당과 야당이 국민들의 생활과 안위보다는 자기네들의 집권욕만 불태우고

사사로운 이익에 집착해 싸우는 모습을 많이 보이지만 그때는 한결 더 했다.

그랬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인정하고 역사적 사실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

 

역사는 역사적 사실도 중요하지만 역사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우느냐가 더 중요하다.

저자의 말대로 역사가 현재학이고 미래학인 이유이다.

과거 역사를 거울 삼아 현재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미래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사회가 변화하고 한 나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도 잘못된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책을 읽는 내내 답답했다.

경제적 발전 못지 않게 건강한 정치를 기대하는 것은 緣木求魚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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