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일의 역사평설 '조선 왕을 말하다' 2권을 읽었다.
2권은 '삼종 혈맥의 시대를 연 임금들', '독살설에 휩싸인 임금들', '성공한 임금들', '나라를 열고 닫은 임금들' 이렇게 네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른 부분들도 이미 알고 있던 내용에 구체적인 사료까지 더해져 읽는 재미를 더했지만 특히 관심이 있는 부분은 '성공한 임금들'과 '나라를 열고 닫은 임금들' 편이었다.
저자는 조선시대 성공한 임금으로 세종과 정조를 꼽는다. 일단 두 군주는 정치보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인재를 발굴하는데 가능하면 능력을 보고 뽑으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당파싸움이 심했던 조선시대에 그런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백성의 편에서 생각하는 자세를 보이고 자주적인 외교를 한 점도 돋보인다. 조선시대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가 심했다고 알고 있지만 조선 초기에는 형식적인 사대를 하면서 안으로는 국력을 키우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도 이 두 임금시대는 자주 조명된다. 그만큼 그 시대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바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세종 임금에 대해서야 새삼스럽게 언급할 것도 없다. 그러나 정조 임금의 통치철학에 대한 것은 최근 연구가 늘면서 어려운 시대에 부친 사도세자의 상처를 가슴에 안고 포용하면서 변화를 받아들이려 얼마나 노력했는지 속속 밝혀져 감동을 준다. 정조가 일찍 서거하지 않고 - 독살(?)되지 않고 - 오래 통치를 했다면 조선이 멸망하지 않았을 거라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이다.
'성공한 임금들'편을 보면서 이것이 조선시대만의 것이 아니고 오늘날에도 해당하는 중요한 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人事가 萬事라고 하지 않던가. 사사로운 정리에 끌리지 않고 공정한 인사를 통해 능력있는 인재를 발탁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성공하는 길에 들어선 것이 아닐까. 그나마 다행한 것은 청문회가 생겨서 인물의 능력이나 부정부패 등등 어느 정도 점검하는 장치가 작동한다는 점이다. 이 시대 대통령들이 명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라를 열고 닫은 임금들' 편은 읽으면서도 가슴이 답답했다. 특히 고종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동안 무능력하고 주관이 없는 군주가 나라를 거덜내는 것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변화의 시기에 변화를 깨닫지 못하고 전제왕조에 집착하려는 정치가 결국 나라를 멸망으로 이끌었다. 명성황후의 치마폭에 싸였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얼마나 정치능력이 부족했으면 그랬겠는가. 아버지 흥선대원군과 부인 명성황후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 임금이 40년이 넘는 세월 권좌에 있었으니 나라가 제대로 될 턱이 없다. 그렇게 잃어버린 나라는 많은 피를 요구했고 오늘날까지도 여러 여파가 남아 있지 않은가. 책을 읽으면서도 착잡한 이유였다.
저자는 말한다. 역사는 과거학이 아니고 미래학이라고. 성공한 군주로 꼽히는 세종이 바로 역사학을 즐겨 읽으며 거기에서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최근 대학에 '대통령학'이라는 분야가 생겼다. 물론 그 분야를 공부한다고 다 탁월한 지도자가 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한 나라의 지도자는 어떠해야 하는지 공부를 한 다음 자질을 갖추고 지도자의 길로 들어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지도자를 뽑는 제도가 있으니 올바른 선택으로 능력있는 지도자를 뽑으려는 국민의 자세도 요구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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