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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의 우리 나무

솔뫼들 2011. 12. 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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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으면서 알게 된 책 '궁궐의 우리 나무'를 구입해 읽었다.

저자가 쓴 다른 책을 읽은 느낌까지 더해져 책을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기도 했다.

 

 책은 경복궁, 창덕궁, 종묘, 덕수궁의 나무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차례차례 그 특징과 얽힌 이야기 등을 풀어낸다.

그것도 아주 쉬운 말로 설명을 하고 있어서 이 방면에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도 읽는데 아무 불편함이 없다.

책을 읽으며 새삼스럽게 궁궐에 이렇게 다양한 나무들이 있었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리고 나무가 우리 역사 속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는지도 알게 된다.

'목재 조직학'이라는 저자의 특수한 전공이 역사 속에서 어떤 나무가 어떻게 쓰였는지 밝혀내는데 한 몫 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학문이라는 것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나무에 관련된 책을 비교적 열심히 찾아 읽었는데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우리가 먹는 잣이라는 열매를 맺는 잣나무는

이 지구상에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새삼스럽게 잣나무가 귀하게 여겨지고 잣을 먹을 때마다 한번 더 생각하게 될 것 같다.

 

 감나무는 재질이 약하단다.

그래서 감나무에 올라가지 말라고 어른들이 그랬다는데 어린 시절 나는 그것도 모르고 오래 된 뒤뜰의 감나무에 올라갔다가 가지와 함께 낙하를 했으니...

꽤 오랫 동안 그 흉터를 얼굴에 지니고 있었던 것이 당연한 일이었고, 그 이후로 그 감나무는 집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공연히 극성스러운 나 때문에 생명을 빼앗긴 것이다.

 

 생강나무는 산에서 이른봄 가장 먼저 만나는 노란꽃을 피운다.

그런데 강원도나 충청도, 경상북도에서 생강나무를 동백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래서 잘 알려진 김유정의 '동백꽃'이라는 작품에서

점순이와 '내'가 넘어지는 동백꽃숲이 남녘의 빨간 동백이 아니고 바로 생강나무를 이르는 동백이라고.

그 이유인 즉슨 옛날 양반들은 동백기름을 머리에 발랐는데 서민들은 동백기름이 귀해서 생강나무 열매에서 나오는 기름을 사용했단다.

생강나무 기름을 동백기름 대신 사용했다고 해서 동백이라고 부르다가 굳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벚나무에 대한 것은 저자가 아마도 힘주어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봄마다 우리는 '벚꽃 구경'을 한다고 나서서 길이 막히고 매스컴이 떠들썩하다.

그런 벚나무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의도적으로 심은 것이다.

벚나무가 우리 궁궐에도 남아 있다는 것은 자괴감을 느끼게까지 한다.

일본의 국화가 우리 역사 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서 지금도 가로수로 많이 심고 있으니 개탄할 일이라고 하겠다.

저자가 주장한 것처럼 자생종 때죽나무를 심으면 어떨까?

공해에도 강하고 지나치게 크게 자랄 염려도 없으니 좋지 않을까 싶다.

이런 문제는 심각하게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대중가요, 전설, 고시가 등등 여러 가지 자료를 자유자재로 인용하여 읽는 맛을 주고

비슷한 나무를 쉽게 구별하는 방법까지 일러주는 이 책을 가까이 두고 수시로 도감처럼 찾아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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