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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솔뫼들 2011. 10. 18.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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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아하고도 쓸쓸한 도시의 정원'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동물원'을 읽었다.

 책은 스와질랜드에서 코끼리 11마리를 미국으로 보내는 결정을 내린 내용으로 시작된다. 야생의 코끼리들을 미국의 동물원으로 보낸다는 것이다. 코끼리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고, 또 동물원이라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동물 학대 논란이 일지만 도태시키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어떤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 책을 읽는 사람도 선뜻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코끼리가 워낙 힘이 센 동물이어서 쉽사리 수백 년 된 나무들을 짓밟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그로 인해 사바나숲이 황폐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무작정 그곳에 코끼리들을 방치하는 것도 생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코끼리 전문가가 내린 결정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코끼리들은 생각보다 영리하다고 한다. 심지어 사람들과 교감하는 능력까지 있다고 사육사들은 믿는다. 그리고 동족애를 발휘해 다른 코끼리가 죽었을 경우 꼭 찾아와서는 장례를 치르듯 마른풀 등으로 덮어준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덩치 큰 코끼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나부터도 단순히 동물원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큰 동물이려니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 자세히 코끼리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인간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으니 말이다.

 

 스와질랜드 코끼리들이 도착하게 되는 미국의 로우리 파크 동물원이 이 책의 공간적 배경이다. 책은 동물의 입장에서 다루어졌을 뿐 아니라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사육사의 입장에서도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허먼이라는 침팬지는 침팬지 세계의 왕으로 군림하지만 다른 암컷 챔팬지들에게는 어떤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의 손에서 키워져서 평생을 보내게 되는 과정에서 금발의 여성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에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한편 측은지심도 생긴다. 인간의 사랑과 보호를 받으며 가족같이 지내다 보면 그런 착각을 할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을 침팬지의 잘못이라고만 하기에는 쓸쓸하지 않은가.

 

 오랜 시간을 인간과 함께 보내다 그렇게 된 허먼은 침팬지들의 음모에 의해 같은 침팬지에게 폭행을 당해 죽는다. 아무리 왕으로 군림했다지만 젊은 침팬지를 당할 힘은 없었겠지.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을지 모르지만 허먼의 죽음에 동조한 챔팬지들에게도 허먼의 죽음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침팬지들은 어떤 작당을 하기도 하고 잔머리를 쓰기도 하는 둥 인간과 흡사한 행동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호랑이는 또 어떤가. 엔샬라라는 암컷 수마트라 호랑이는 동물원에 잘 적응하고 살고 있다. 그러나 신입 사육사가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우리에서 빠져나갔다. 사건이 발생하 후 재빨리 '코드 원'이 발령되고 결국 동물원 책임자인 렉스의 총에 의해 사살된다. 워낙 사랑과 관심을 받던 호랑이이다 보니 사살될 수 밖에 없었는지가 논란거리가 되고 그것으로 동물원의 운영문제까지 거론된다.

 

 사육사들은 사실 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이 없다면 갖기 힘든 직업일 것이다. 일도 무척 고될 것이고 갇힌 동물이라고는 하지만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끼리에 의해 목숨을 잃은 사육사가 로우리 파크 동물원에도 있었다고 하니 갇혀 있지만 언제 야생성이 폭발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육사들이 때로는 동물 학대라는 비난을 감수하며 사육사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나름대로의 사명감이 있기 때문 아닐까.

 

 그러나 반대로 이 동물원의 책임자인 렉스는 동물에 대한 사랑과 관심보다는 자신의 명예와 경제적인 부에 집착하다가 결국 사임을 하게 된다. 어디서든지 충분히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동물의 거래와 사파리 투어 문제 그리고 사육사들에 대한 무자비한 해고와 비인간적인 처사 등등이 그를 해고로까지 가게 한다.

 

 결국 동물원은 어떠해야 하는가? 동물원이 과연 인간의 놀이터로 전락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아무리 인간이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고 해도 자연보다 못한 것 아닌가? 또는 자연이라고 해서 동물들에게 무제한의 자유가 넘치는 곳은 아니라는 항변도 있다. 그렇더라도 그들을 자연에 두는 것이 최선 아닌가 생각에 생각을 거듭 해 보지만 내 머리로는 결론이 나지 않는 난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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