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 경칩
경칩 최은숙 논물 고인 곳에 개구리들이 알을 낳았다 논두렁 옆 수로에도 올록볼록 개구리 알이 떠 있다 올챙이가 생기려는지 꿈틀거린다 오늘은 정월 대보름이고 '우수'다 한자로는 雨水라고 쓴다 봄비가 와서논물이 고이는 날이라고 아빠가 가르쳐 주셨다 정말 비 오게 생긴 글자라고 했더니 엄마는 올겨울엔 눈도 두 번밖에, 그것도 시늉만 했다고 도대체 하늘에서 내려오는게 없다고 하신다 이런 걸 동문서답이라고 하는거다 똑똑해라 정말 그렇게,라고 해야지 비가 안 와서 동네 어른들이 풍물을 놀았다 제를 올리고 떡이랑 나물이랑 과일을 논에 뿌렸다 냄새 맡고 멧돼지가 내려오면 어쩌지? 뒤뜰에 있는 누렁이가 걱정이다 우수 다음엔 경칩이라고 한문 선생님이 알려 주셨다 놀랄 경(驚), 숨을 칩(蟄) 벌써 봄이야? 겨울잠 자는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