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누룩

솔뫼들 2023. 3. 26.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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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룩

                                이성부

 

누룩 한 덩이

뜨는 까닭을 알겠느냐.

지 혼자 무력함에 부대끼고 부대끼다가

어디 한 군데로 나자빠져 있다가

알맞은 바람 만나

살며시 더운 가슴,

그 사랑을 알겠느냐.

 

오가는 발길들 여기 멈추어

밤새도록 우는 울음을 들었느냐

지 혼자서 찾는 길이

여럿이서도 찾는 길임을

엄동설한 칼별은 알고 있나니.

무르팍 으깨져도 꽃피는 가슴.

그 가슴 울림 들었느냐.

 

속 깊이 쌓이는 기다

삭고 삭아 부서지는 일 보았느냐.

 

지가 죽어 썩어 문드러져

우리 고향 좋은 물 만나면

덩달아서 함께 끓는 마음을 알겠느냐.

춤도 되고 기쁨도 되고

해솟는 얼굴도 되는 죽음을 알겠느냐.

 

아 지금 감춰둔 누룩 뜨나니.

냄새 퍼지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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