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고도를 위하여

솔뫼들 2006. 4. 3.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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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도를 위하여

                                         임영조

 

   면벽 100일!

   이제 알겠다, 내가 벽임을

   들어올 문 없으니

   나갈 문도 없는 벽

   기대지 마라!

   누구나 돌아서면 등이 벽이니

 

   나도 그 섬에 가고 싶다

   마음 속 집도 절도 버리고

   쥐도 새도 모르게 귀양 떠나듯

   그 섬에 닿고 싶다

 

   간 사람이 없으니

   올 사람도 없는 섬

   뜬 구름 밀고 가는 바람이

   혹시나 제 이름 부를까 싶어

   가슴 늘 두근대는 절해고도여!

 

   나도 그 섬에 가고 싶다

   가서 동서남북 십 리허에

   해골 표지 그려진 금표비 곶고

   한 십 년 나를 씻어 말리고 싶다

 

   옷 벗고 마음 벗고

   다시 한 십 년

   볕으로 소금을 절이고 나면

   나도 사람 냄새 싹 가신 등신( 等神)

   눈으로 말하고

   귀로 웃는 달마가 될까?

 

   그 뒤 어느 해일 높은 밤

   슬쩍 체위 바꾸듯 그 섬 내쫓고

   내가 대신 엎드려 용서 빌고 나면

   나도 세상과 먼 절벽섬 될까?

   한평생 모로 서서

   웃음 참 묘하게 짓는 마애불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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