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箱을 이렇게 만났다.
서울대 명예교수 권영민의 책을 통해서.
이상에게 다가가는 방식이 새로운데 그래서 더 친근감이 있게 책이 읽힌다.
사실 문학을 전공했어도 오래 전 일이고 새삼스레 평론을 즐겨 읽게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소설 형식으로 쓰인 이상 평론이라기에 선뜻 손이 갔다.
물론 저자인 권영민 교수에 대한 믿음도 한 몫 했고.
이 책에는 '소설체로 쓴 이상의 삶과 문학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난해하다고 여기는 이상의 작품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본명이 김해경인 작가 李箱.
이상이라는 이름도 구본웅이 선물한 그림 도구 상자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니 두 사람 사이가 얼마나 돈독했는지 짐작이 된다.
본래 화가가 되고 싶었던 이상은 그림 솜씨도 뛰어나 구인회 멤버인 김기림의 소설에 삽화를 그리기도 했다.
물론 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했고 그와 관련된 직업을 가졌었으니 두말 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상은 폐결핵으로 일본에서 요절을 했다.
어릴 적에 큰아버지 집에 양자로 들어가 백부의 뜻에 따라 학교를 가고 취업을 하고...
본인 의지대로 살지 못한 셈이다.
그런데다 폐결핵까지 겹쳤으니 삶이 순탄할 리가 없지.
그때 물심양면 도움을 주었던 친구가 화가 구본웅이다.
책은 조선의 로트랙이라 불리는 화가 서산 구본웅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같은 학교를 다니기도 했고, 같은 동네에 살았고, 힘들 때 의지할 수 있었던 이상의 친구 구본웅.
신체적인 장애 때문에 그 또한 힘들었을텐데도 기꺼이 이상의 편에 서 주었다.
후일 변동림과의 결혼도 구본웅의 아버지가 주선했다던가.
그러니 이상의 삶에서 구본웅을 제외하면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구본웅이 그린 '친구의 초상'이라는 작품을 보면 파이프를 물고 있는 이상의 모습이 보인다.
전체적으로 어두운데 한쪽 눈과 뺨, 그리고 파이프만 유독 희게 표현한 이상의 초상화이다.
두드러진 대비를 통해서 이상의 내면까지 표현할 것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오감도', '날개', '차발씨의 출발' 등등.
저자는 어떤 관점과 시선으로 작품을 봐야 하는지를 조목조목 일러준다.
일러주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작품이 보인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기생 금홍과의 동거, 그리고 금홍이 떠난 후의 방황에 이상의 죽음을 마무리하고 떠나 김환기와 새 삶을 시작하는 변동림과의 관계까지 이상의 인간 관계는 그리 평범하지 않다.
독특한 천재였기에 그런 독특함을 이해해야 할까?
아무튼 이상의 작품이면 작품, 삶이면 삶을 들여다보는 좋은 책 한 권을 만났다.
이 책을 통해서라면 이상의 작품이 막연히 난해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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