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2시 10분, 초평호를 따라 걷는다.
초평호에 좌대 낚시터들이 점점이 떠 있는 모습이 꼭 잔잔한 호수에 무늬를 만들어 놓은 것 같다.
공기가 맑고, 바람도 시원하고, 하늘이 살짝 흐려 햇볕 걱정 없고.
친구는 날씨가 정말 마음에 든다고 한다.
하기는 올 여름 워낙 더워서 이 정도면 감사해야겠지.
사실 초평호는 낚시꾼들에게는 이름난 낚시 명소라고 한다.
중부 지방에서는 가장 유명한 곳이라고 하네.
겨울에는 얼음낚시도 즐길 수 있단다.
한번도 낚시를 해본 적은 없지만 잔잔한 물가에 낚싯대를 드리워놓고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저절로 마음이 차분해질 것 같다.
물고기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낚는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여울에 앉아
낚싯대를 잡고 있다
물살에 떠다닌 내 생애가
찌에 얹혀 있다
우수수 옥수수 머리를 밟으며
푸른 바람이 자꾸 지나간다
손으로 전해오는
나를 끌고 가는 시간의 묵직함
좀 더 기다려야 하리라
나는 이 밤을 바쳤지만
메기는 일생을 걸고 있다
전윤호의 < 메기 낚시 - 흐름에 대하여 > 전문

가다가 안내지도를 보았다.
멀리 보이는 마을이 붕어마을이다.
붕어마을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붕어로 유명한 낚시 명소라고 한다.
마을에 민물고기를 사용한 맛집도 많다고 하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붕어마을 앞 꽃섬과 아울러 둘러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지도에 보면 한반도 지형도 있는데 여기에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차를 타고 붕어마을에서 전망대에 올라가야 볼 수 있는 모양이다.
두타산 삼형제봉에서도 한반도지형이 잘 보인다는데 진천 한반도지형이 전국에서 가장 한반도 지도 모양에 근접하여 인기가 있다고 한다.
정말 전국에 한반도지형이 많기는 하다.
내가 가본 곳만 해도 영월, 옥천 두 군데인데 정선에도 있다나.

룰루랄라 호숫가를 따라 걷는다.
꽤 걸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제 청소년수련원이다.
여기까지는 차를 가지고 왔어도 좋았을 걸.
정확한 정보가 없으니 몸이 고생을 한다.
가다가 재미있는 이름을 발견했다.
'쥐꼬리명당'이라는 현수막이 여러 번 눈에 들어온다.
도대체 뭐 하는 곳일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쥐꼬리명당을 가기 위해 배를 타는 곳이라는 안내문도 보이고.
처음에 보았을 때 낚시가 잘 되는 좌대 이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음식점 이름이었네.
호기심을 자극하는데는 확실히 성공했다.
호수 건너편에 있는 음식점이라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야 하는 모양이다.
생각해 보니 안성 금광호수 둘레길인 '박두진 문학길'을 걸을 때 만난 '강 건너 빼리'도 건너편에서는 배를 타고 들어와야 하는 민물고기 매운탕 맛집이었지.
우리 같은 '뚜벅이'야 걸어서 갈 수 있지만 지체가 불편하거나 걷기 싫어하는 사람은 배를 타야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요즘은 지자체마다 호수를 관광명소로 만드니 이런 곳이 꽤 있나 보다.

청소년수련원 옆길로 들어선다.
청소년수련원 담장을 끼고 걷는 길인데 나름대로 운치가 있네.
바위 모양도 재미있고, 살짝 경사가 있는 흙길이라 걷는 맛도 있고.
드디어 초평호 전망데크에 도착했다.
여기에서부터 이름도 예쁜 '초롱길'이 시작된다.
초롱길은 농다리와 연결해 초평호 일부 구간을 따라 걷기 좋게 만들어진 길 이름이다.

사진 몇 장 찍고 하늘다리로 들어선다.
산을 배경으로 잔잔한 호수만 보이는 시원한 조망이 기다린다.
하늘은 묵직한 잿빛이지만 바람도 초록빛이고, 산도 초록빛이고, 호수도 초록빛이다.
아! 이 맛이야.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호수만 바라보고 있어도 저절로 명상이 될 것만 같다.
친구와 이구동성으로 여기 오기를 잘 했다고 말한다.
하늘다리 건너편에 보이는 산이 두타산(해발 598m)이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두타산은 부처가 누워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단다.
강원도 동해시의 두타산만 알았는데 진천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같은 이름을 가진 산이 진천에 있는 줄 이번에 알았다.
처음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두타산 산행을 넣을까 잠깐 고민을 하기는 했었지.
이번 진천 여행에는 날씨 핑계로 본격적인 산행은 빼고 둘레길 걷는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하늘다리를 다 건너니 오른편으로 가면 두타산 산행, 왼편으로 가면 초롱길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엄청나게 많은 산악회 리본이 달려 있는 걸 본 친구는 이 산도 나름대로 유명한가 보다고 말한다.
안 가 보았으니 알 수는 없지만 초평호를 내려다볼 수 있으니 전망이 좋겠지.
두타산 산행을 마치고 초평호와 농다리까지 둘러보면 더할 나위 없는 진천 여행이 되리라.
본격적으로 초롱길을 따라 걷는다.
초평호를 끼고 나 있는 데크길이다.
오른쪽으로는 깎아지른 산이고 왼편으로 초평호가 펼쳐진다.
산길 느낌과 호숫길 느낌이 다 드니 그것도 좋다.
가끔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 물소리도 들리고, 산새 지저귀는 소리도 들린다.
떠날 준비를 하는 여름을 섭섭해 하는 매미 소리도 우렁차군.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으니 이 또한 우리가 초평호를 전세낸 느낌이다.
이런 날도 있네.
주말이면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릴텐데 평일인데다 지난 밤 폭우 등 날씨 영향도 있으리라.
어찌 되었든 초평호를 가슴에 품으며 걷는 길은 한가해서 좋다.
야외음악당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농다리 축제를 할 때에 다양한 행사를 하기 좋게 만들어진 곳이다.
자세히 보니 현대모비스에서 이 공간을 만들어 진천에 기부했다고 한다.
오는 길에 현대모비스 공장이 있더니만 기업과 지역이 상생하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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