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
오후 12시 55분, 방동고개에 도착했습니다.
3km 올라오는데 45분 걸린 셈입니다.
무슨 이유인지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이름과 연락처를 적게 되어 있네요.
안내대장이 깜박 잊고 설명을 안 한 것 같습니다.
방동고개에서 잠깐 숨을 돌리고 녹음을 감상합니다.
사방이 온통 녹색입니다.
눈이 호사스러운 순간이지요.
초록 세상을 눈에 가득 담아 봅니다.
세월이란 그림 그리시려고
파란색 탄 물감솥 펄펄 끓이다가
산과 들에 몽땅 엎으셨나 봐
손석철의 < 여름 > 전문

여기에는 안내지도도 있고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군요.
오늘 걷는 거리가 12km가 넘으니 거리상 가야 할 길이 까마득하기는 합니다.
그래도 이제 내리막길이니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며 여유를 부려 봅니다.
내리막길로 접어듭니다.
편안한 길이 이어집니다.
그늘인데다 흙길이니 발이 한결 편안해 합니다.
길가에 노란 꽃을 피운 마타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오는 꽃이었지요.
소년이 소녀에게 꽃 이름을 가르쳐주며 우쭐 했던 꽃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름을 아는 꽃이 나오니 더 반갑군요.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걸어갑니다.
사실 계곡 산행을 반쯤 소풍이라 가볍게 생각하고 준비를 별로 안 했습니다.
물이 무릎 정도까지 올라올 거라 생각을 했지요.
거리는 엊그제 자료를 보고 정확하게 알았고요.
안내대장이 물이 엉덩이까지 올라오니 스마트폰 조심하라고 할 때 깜짝 놀랐습니다.
물론 최근 비가 많이 내린 영향이 있기는 하겠지만요.
버스에서 옆자리에 앉은 중년 여성이 조끼형 튜브에 스마트폰 방수팩까지 준비한 걸 보고는 유난스럽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올라오는 길에 보니 방수 배낭을 멘 사람들도 여럿 보이더라고요.
최근 계곡 산행이 유행을 했는데 발빠른 사람들이 방수 배낭을 상품화했겠지요.
우리처럼 가볍게 아쿠아 샌들에 칠부바지를 입고 아무 준비 없이 온 사람은 많지 않은 듯 했습니다.
아무 탈 없이 아침가리골을 잘 내려가면 되겠지만요.

내려가는 길이니 금세 조경동다리에 도착했습니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군데군데 모여 점심을 먹더군요.
이곳에서는 컵라면을 사 먹을 수 있다는 안내를 들었습니다.
다른 음료수나 酒類는 무인판매를 하는군요.
계곡물에 담가 놓은 음료수들이 시원해 보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컵라면과 가벼운 간식으로 점심을 때우는데 우리는 그늘에 자리를 잡고 도시락을 펼칩니다.
든든하게 밥을 먹어야 6km에 이르는 길을 잘 내려갈 수 있다고 하면서요.
점심을 먹는데 바로 옆에 핀 꽃에 까만 나비가 내려앉았습니다.
환영인사라도 하느냐면서 얼른 카메라를 갖다 대는데 나비는 영락없이 눈치를 채고 팔랑 날아갑니다.
아쉬운 눈길로 나비를 쫓아갑니다.

점심을 먹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백두대간길은 통제가 되고 있군요.
이곳 무인상점은 텔레비전 방송에 여러 번 나왔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허리가 살짝 굽은 어른이 유명인사였네요.
무인판매대 주변 의자에서는 막걸리 파티가 한창입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멀고 가는 길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데도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제법 많습니다.
이곳을 여러 번 다녀가서 잘 아는 사람들일까요?
아무튼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음주 운전처럼 좀 불안합니다.
무인판매대라고 해도 해발고도 높은 산중인 걸 감안하면 써 놓은 가격표가 호의적입니다.
그러니 공연히 하나 팔아 주고 싶어지는군요.
현금을 돈통에 넣고 계곡물에 담가 놓은 음료수를 하나씩 집어듭니다.
음료수가 보이는 것처럼 시원하지는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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