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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 다테야마 쿠로베 알펜루트 (2)

솔뫼들 2025. 5. 2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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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블카를 타고 구로베다이라에 도착했다.

여기도 눈 쌓인 풍경 외에는 볼거리가 없다.

그래도 눈이 오지 않는 것도 다행이고, 비가 이 정도로 내리는 것에도 감사해야겠지.

 

중간중간 바깥 풍경이 보이기는 했지만 비와 안개가 훼방을 놓아 무얼 기대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생각해 보면 구로베댐과 호수를 본 것 외에는 탈것 기다리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래도 '다테야마 쿠로베 알펜루트'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기다림의 연속이었다고 답해야 하지 않을까.

 

 오후 1시, 쿠로베다이라에서 점심을 먹는다.

예정시간보다 30분 가까이 늦어졌다.

오늘 점심 메뉴는 장어덮밥.

단체 여행객은 음식점에서 음식을 선택할 수가 없다고 한다.

사람들이 몰리니 약간의 횡포 아닌가 싶기는 하다.

 

 

 평소 장어덮밥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데 이곳의 장어덮밥은 생각보다 양도 많고 맛도 좋았다.

달랑 장어덮밥 하나 나오니 한국에서부터 단무지를 사 왔다는 일행이 고맙게도 테이블마다 단무지를 나누어준다.

단무지 몇 쪽 먹으니 느끼함이 조금은 가시는 느낌이다.

따뜻한 차로 입가심을 하고 다음 코스로 이동하기 위해 음식점을 나왔다.

 

 이제 로프웨이를 타고 다이칸보를 거쳐 전기버스를 타고 해발 2,450m인 무로도로 향한다.

우리가 고대하던 설벽을 보러 가는 길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설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설벽이 있는 곳이 경사로이기 때문에 눈이 오거나 악천후이면 안전 문제로 통행을 제한한단다.

여기까지 와서 설벽을 버스 차창 관광으로 끝낸다면 몹시 서운하다 못해 억울하지 않을까.

 

 

  드디어 설벽을 향해 가는데 안개가 두 팔 벌려 환영하는 형국이다.

오늘 설벽 높이는 16m라고 한다.

최고 20m까지 된다고 하는데 눈이 오면 높아질테고, 비에 녹으면 높이가 낮아지기는 하겠지.

 

 온난화로 알펜루트 개통 날짜는 점점 빨라지고 있단다.

예전에는 4월 말에 개통되었다는데 올해는 4월 15일에 개통이 되었다고 하네.

곳곳에 장대가 서 있는데 길을 표시하기 위해 세워 놓은 것이라고 하는군.

하기는 수십 미터 눈이 쌓이면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봉우리인지 분간하기도 쉽지는 않으리라.

 

 

 방수 재킷을 챙겨 입고 설벽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도로는 중앙선을 가운데 두고 한쪽은 버스가 다니고, 한쪽은 사람들이 통행을 한다.

도대체 이 눈을 사람들이 어떻게 치웠을까?

정말 궁금해진다.

아무리 중장비를 동원한다고 해도 엄청난 일임에 틀림이 없다.

전세계 사람들을 불러 모을 만하네.

특히 평소에 눈을 볼 일이 없는 대만이나 동남아 사람들에게는정말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하리라.

 

설벽 높이를 표시해 놓은 곳에서 대부분 기념사진을 찍는다.

설벽 꼭대기를 바라보니 고개가 아프다.

육안으로 보면 설벽의 높이가 가늠이 되지 않으니 버스가 지나갈 때 보면 얼마나 높은지 실감이 난다고 가이드가 설명을 했다.

보통 우리 키가 160~180cm 정도라고 하면 10배쯤 높다는 말이겠지.

 

 부지런히 걸어다니며 사진을 찍고 구경을 해도 몸이 으시시하다.

기온은 영상이라고 하는데 안개비 때문에 체감온도가 내려갔을 것이다.

빗줄기가 굵지 않다고 우비를 입지 않은게 잘못이겠지.

바지가 살살 젖어들고 있다.

 

 

 설벽에 등을 기대고 사진을 찍으니 한겨울 눈에서 누운 것 같은 사진이 나온다.

재미있군.

번갈아 사진 놀이를 하다가 발걸음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