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밝았다.
서둘러야만 기다리는 시간이 짧아진다는 가이드의 말에 따라 아침부터 모두 동작이 빨라졌다.
일행들이 시간을 잘 지키네.
오전 7시 30분 버스에 올라 오오기사와역으로 이동한다.
2시간 가량 걸린다고 한다.
가는 길 옆으로 평화로운 농촌 마을이 펼쳐져 있다.
갖가지 꽃이 만발을 했네.
계절적으로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참 좋을 때이기는 하다.
휴게소에 잠깐 들렀는데 휴게소 옆에 유채꽃이 한창이다.
공중에는 잉어 모양의 종이들이 나부끼고 있고.
잉어 모양을 매다는 건 어린이날을 기념하는 것이라고 하는군.
그런데 일본은 어린이날도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를 기념하는 날이 다르단다.
일본은 아직도 그렇게 구별하는 관습이 많은 나라구나.
사과 과수원이 많이 보인다.
연분홍빛으로 핀 사과꽃에서 금방이라도 향기가 날아올 것 같다.
사과 과수원에 있는 저건 뭐지?
장대 높이에 작은 바람개비가 돌아가고 있기에 물어보니 까마귀들을 쫓기 위한 시설이라고 한다.
여기도 까마귀와 농부들이 전쟁을 벌이는 모양이다.
1990년대 초 처음 일본을 방문했을 때 시커먼 까마귀가 떼로 몰려 다니는 걸 보고 기겁한 적이 있다.
그때 우리나라에는 까마귀가 드물었는데 일본에는 곳곳에 진을 치고 있었지.
모르기는 해도 우리나라에서 까마귀를 상서롭지 않은 새로 여기는 문화가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까마귀를 길조로 여긴다고 하는데 문화가 참 다르기는 하다.
우리는 이맘때만 볼 수 있는 알펜루트 설벽을 보러 가는 길이다.
4~6월 사이에만 볼 수 있는 설벽은 높이가 무려 18m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가 가는 곳이 해발고도가 높아 요즘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도 한다니 체온 관리에 주의를 해야 하고.
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오늘 일정을 하나씩 설명을 한다.
37.2km에 달하는 거리를 이동하는데 전기버스에 로프웨이, 케이블카 등 우리가 오늘 무려 여섯 번이나 탈것을 타야 하는군.
그때마다 줄을 서야 할 것은 뻔한 일이고.
오오기사와역에 도착해 가이드는 얼른 줄을 서라고 했다.
줄을 서는데 보니 인천공항에서부터 함께 한 농협 팀들이 우리 앞에 있다.
거기는 인원이 40명 가까이 되어 우리보다 훨씬 많다.
오늘 하루 종일 얼굴 보고 다닐 사람들이네.
겨우 전기버스에 올라 간덴터널을 통과한다.
3,000m급 험준한 산을 가로지르는 터널을 뚫고 구로베댐을 만드는데 171명이나 되는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제2차 세계 대전 후 일본 경제성장기에 전기가 부족해 구로베댐을 만들어 간사이지역 전기를 공급할 목적으로 터널을 뜷었다는 것이다.
가는 길에 푸른 조명을 밝힌 곳이 난공사로 희생자가 발생한 곳이란다.
구로베댐 근처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는 설명도 들었다.
구로베댐 입구에 도착했다.
계절이 계절이다 보니 댐에 물이 흐르지는 않는다.
설봉을 배경으로 안개가 그려놓은 풍광이 아스라하다.
다리를 건너가며 이쪽저쪽 풍경을 사진에 담는다.
애매하게 내리는 안개비에 젖어가면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정해진 시간에 모임 장소로 가니 케이블카 탑승 시간이 뒤로 밀렸단다.
예약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는 모양이네.
근처에서 두리번거리며 시간을 보내야 하나 보다.
하는 수 없이 다시 다리를 건너 매점을 찾았다.
날씨 때문에 으실으실하니 작은 매점에 사람들이 많다.
친구가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간식거리를 하나 집어든다.
모양을 보니 가이드가 말한 명물 아닐까 싶다.
이곳에 뇌조가 산다고 한다.
뇌조 알 모양을 본뜬 과자를 만들어 기념 먹을거리로 판다고 했지.
특별한 맛은 없지만 기억에 남기는 하겠다.
매점에서 나와 보니 안개가 짙어졌다.
안개가 높은 봉우리도 감춰 버렸고, 사람마저 집어삼킬 태세이다.
안개의 나라에 갇힌 모양이 되었다.
비는 그칠 기미가 없다.
어렵게 시간을 보내고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이동한다.
아직도 한참 기다려야 하는가 보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심심해서 사람들이 없는 터널에서 친구와 다양한 자세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논다.
우리가 노는 건 잘하는 편이지.
그러다가 터널 벽을 보니 롯지로 가는 화살표가 보인다.
여기도 숙박시설이 있구만.
수량이 풍부한 계절에 이곳에 묵으면 정말 선물 같은 풍광을 볼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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