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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 다테야마 쿠로베 알펜루트 (4)

솔뫼들 2025. 5. 2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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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버스에 올랐다.
한기가 좀 가셔서 그런지 잠이 쏟아진다.
버스는 구불구불 경사진 길을 조심스레 달린다.
50분을 가야 비조다이라역에 도착한단다.
 
자다깨다 반복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머리가 띵' 두통이 왔다.
몸 상태가 별로 안 좋아 멀미를 한 것 같다.
그래도 하루를 마무리하는 상황이라 마음이 놓인다.
 




 비조다이라역에서 역시 또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기다려야 한다.
우리가 풍광을 즐기는 시간보다 탈것을 기다리는 시간이 정말 몇 배는 된다.
성수기에 섣불리 방문할 곳이 아니군.
가이드 말로는 봄과 가을에 사람들이 주로 몰린단다.
여름에는 야생화가 볼 만하고 해발고도가 높아 시원하니 휴가를 오는 사람들이 있고.
생각보다 여러 곳에 숙소가 있으니 예약을 한다면 가능하겠지.
정말 휴양을 위한 장소로 손색이 없겠구나 싶다.
 
  케이블카를 기다리는 동안 여행객을 위해 만들어놓은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다.
열차 기관사 모자를 쓰고서.
모자 하나 썼을 뿐인데 그럴 듯한 느낌이 나는걸. 후후!
 
 




 케이블카를 탔나 싶자 바로 다테야마역에 도착했다.
다테야마역 광장은 한가했다.
대부분의 여행객이 이제 일정을 마무리했겠지.
 
우리도 얼른 버스로 갈아타고 호텔로 향한다.
비는 추적추적 종일 내린다.
차창 밖으로 풍경이 흘러내린다.
북알프스 지역은 본래 강수량이 많다고 한다.
적어도 여기는 우리나라처럼 물 부족에 시달리지는 않겠구나.
 
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
바람으로 숨어서 오렴
이름없는 풀섶에서
잔기침하는 들꽃으로 오렴
눈 덮인 강 밑을 흐르는 물로 오렴
부리 고운 연두빛 산새의 노래와 함께 오렴
해마다 내 가슴에
보이지 않게 살아 오는
봄 진달래 꽃망울처럼
아프게 부어오른
그리움 말없이 터뜨리며
나에게 오렴
 
  이해인의 < 봄비 > 전문
 

 
 10분 후 다테야마 모리노카제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은 역시 온천호텔인데 어제 묵은 곳과 달리 최근에 지었는지 시설이 현대적이다.
 
 방을 배정 받고 저녁식사를 한다.
아침이나 저녁이나 온천호텔에서는 가이세키가 나온다.
정말 골고루 식사가 잘 나오는데 매번 싹싹 비우니 여행에서 돌아가면 또 체중계 숫자가 변하겠군.
내게 체중 관리는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니 걱정을 하지는 않지만 운동량이 적은 걸 감안해 좀 덜 먹어야 하지 않을까 살짝 고민을 한다.
더구나 저녁에는 잔뜩 먹고 씻고 자는게 전부 아닌가.
 

 
 저녁을 먹고 나니 몸이 늘어진다.
온천욕도 귀찮다.
친구 먼저 온천욕을 하러 가고 난 후 꾀를 부리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싶어서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대욕장은 말 그대로 엄청나게 크고 시설이 좋다.
노천탕도 어제 호텔보다 훨씬 넓고.
안 왔으면 후회할 뻔했네.

게다가 우리 일행뿐이니 더 편하다.
외국인이 있으면 공연히 실수라도 할까 신경이 쓰이지.
그래서인지 일행 중에 세 명이 함께 온 사람들이 너무 큰 소리로 웃고 떠들어 욕장이 울릴 정도이다.
이건 일본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민폐 수준 아닌가.
 
 기운이 없어 30분 정도 온천욕을 하고 나왔다.
방으로 가는 길에 카페에 들러 시원한 콜라 한 잔을 들고 간다.
숙박객에게는 카페에서 음료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했다.
 
 방에 들어오니 친구가 먼저 와 있다.
오늘 돌아본 알펜루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리에 누웠다.
잠이 들면 16m 설벽이 꿈에 보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