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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동경 이야기'

솔뫼들 2024. 11. 14.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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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1953년 작품 '동경 이야기'를 관람했다.

리마스터링을 해서 재개봉했다고 한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영화여서 혹시나 오래된 느낌이 나지 않을까 싶었는데 지금 보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

그래서 명화 소리를 듣는 것이겠지.

 

1953년이면 전쟁 후 일본이 잘 살려는 노력을 기울이던 시기 아닌가 싶다.

6.25전쟁도 일본의 발전에 한 몫 했던 때이고.

영화는 흑백으로 촬영이 되었다.

 

 시골에 사는 노부부가 처음으로 자식을 찾아 도쿄를 방문한다.

성공했다고 생각했던 자식들은 저 살기에 바빠 노부모에게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며느리만 어렵게 살면서도 시부모를 살갑게 대한다.

결국 노부부는 예상보다 일찍 고향으로 내려간다.

 

감독이 이야기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그 당시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하나도 지금과 다르지 않다.

도시라는 공간이, 현대인들이 성공을 좇아 허둥거리며 살아가는 모습이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그 당시에 벌써 그런 모습이 보였구나.

 

 일본과 우리나라는 유교와 불교를 받아들여 문화가 많이 비슷하다.

그래도 일본인들이 자식에게도 깍듯이 절을 하며 예의를 갖추는 태도는 본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도 지금은 그렇지 않을 것 같기는 하지만.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고향에 내려와 늙은 어머니가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다.

자식들이 모두 내려와 장례를 치르는데 큰며느리와 사위는 보이지 않고 그 상황에도 끝까지 아내를 잃은 시아버지 곁에 있는 건 혼자 된 작은며느리이다.

고개를 갸웃 하게 된다.

무덤에 이불을 덮어 봐야 소용없다는 속담이 영화에 나온다.

그 말이 씨가 되어 버렸지만.

 

 영화를 보면서 일본과 우리나라 문화를 비교하게 되기도 하고, 다시 한번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생각하게 되기도 했다.

잔잔하면서도 감동을 주는 영화 한편이 오래 여운을 남긴다.